
대전에 거주하는 고교 동창생 K씨가 최근 얼굴 부위에 대상포진이 발생했다. 처음에는 눈 주위 통증이 심해 안과(眼科)를 찾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이후 피부과(皮膚科)와 신경과(神經科)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국내 대상포진 환자는 2010년 48만여 명에서 2024년 76만여 명으로 30만 명 가까이 늘었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고령층에서 잘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환자도 늘고 있어 ‘노인병’이라는 인식도 깨지고 있다. 2024년 환자의 절반 이상(55.2%)이 50대 이하에서 발생했다. 젊은 층에서 대상포진이 늘고 있는 이유로는 부스터(booster) 효과 감소가 꼽힌다.
과거에는 어린이들이 수두(水痘)에 자주 걸렸기 때문에 성인은 아이들과 접촉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두 바이러스에 반복 노출됐다. 그 과정에서 몸속 면역기억이 강화되는 ‘부스터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 수두 예방접종이 보편화되면서 실제 수두 환자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고, 성인이 자연스럽게 면역을 다시 강화할 기회도 감소했다. 여기에 과로와 스트레스, 수면 부족 등이 겹치면서 젊은 환자가 늘고 있다.
대상포진(帶狀疱疹, herpes zoster)은 피부에 발진이나 물집이 생기고 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가 소아기에 수두(水痘, varicella, chicken pox)를 일으킨 후 신경 주위에 무증상 상태로 남아 있다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을 타고 나와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면서 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대상포진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 몸 한쪽만 따갑고 찌르는 통증 △ ‘칼로 베는 느낌’, ‘전기가 오는 느낌’, ‘불에 데는 느낌’의 통증 △ 물집이 생기기 전 2~5일 통증이 먼저 오는 경우 △ 옷만 스쳐도 아픈 감각 과민 통증 △ 갈비뼈 주변, 등, 배 등에 띠 모양으로 퍼지는 붉은 발진 △ 작은 물집이 무더기로 생김 △ 피로감, 미열, 두통, 근육통 동반 △ 얼굴·눈·귀 주변 통증과 발진 △ 밤에 더 심해지는 통증 △ 엉덩이·머리·복부 등 예상치 못한 부위의 발진
우리 몸의 신경은 척추(脊椎)에서 오른쪽과 왼쪽으로 한 가닥씩 나오기 때문에 대상포진에 걸리면 몸의 한쪽에만 통증과 수포를 동반한 피부 병변이 발생한다. 또한 신경 중에서도 감각신경을 주로 침범한다. 그러나 전체 환자의 5% 미만에서는 운동신경을 침범할 수 있으며, 운동신경 마비로 팔이나 다리를 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의 첫 증상은 몸 한쪽에 심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두통(頭痛), 호흡곤란, 복통(腹痛), 근육통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수포 병변이 나타나지 않아 가렵고 아프거나 근육통만 느끼는 경우가 많아, 피부과가 아닌 다른 진료과에서 검사를 받거나 며칠 더 지켜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일 내 척추를 중심으로 몸 한쪽에만 팥알 크기의 작은 물집이 생기면 대상포진임을 알 수 있다. 물집이 나타난 후 3일 정도 지나면 고름이 찬 물집으로 변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딱지가 생긴다.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부위에 따라 합병증(合倂症)도 다르게 나타난다. 눈 주위에 생기면 각막염이나 홍채염 같은 안과적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안면부나 귀를 침범하면 안면신경마비가 올 수 있으며, 방광(膀胱) 부위에 발생하면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바이러스가 뇌수막(腦髓膜)까지 침투하면 뇌수막염(meningitis)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보통 발진이 사라진 뒤 1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며, 전체 환자의 10~18%에서 발생한다. 고령일수록 발생 빈도가 높으며 60세 이상 환자에서는 40%까지 나타난다. 이 통증은 불면증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진단은 수두를 앓았던 사람이 대상포진에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과거 수두 병력이나 예방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대상포진 물집은 위치와 분포가 특징적이어서 의사가 육안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필요할 경우 물집을 면봉으로 긁어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다만 물집 없이 통증만 있는 경우에는 다른 질환과 감별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대상포진이 확인되면 우선 항(抗)바이러스제(antiviral drug)를 사용한다.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증상과 합병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적절한 진통제를 함께 사용하며, 필요에 따라 스테로이드(steroid)나 외용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의 가장 무서운 후유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물집은 사라졌지만 통증은 계속 남아 있는 상태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신경을 광범위하게 손상시키기 전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후유증 위험을 줄이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대상포진 발진이나 물집이 발생한 후 72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해야 효과가 가장 좋다.
전문가들은 대상포진의 가장 큰 문제가 오래 지속되는 신경통인 만큼 재조합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 과거 생백신을 맞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면역력이 감소할 수 있으므로 재조합 백신으로 면역 효과를 다시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반적으로 기존 생백신 접종 후 2개월이 지나면 재조합 백신을 맞을 수 있다. 대상포진에 걸린 뒤 재발 방지를 위해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은 백신이 개발된 질환이지만 백신이 질병을 완벽하게 막아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이 발생하더라도 증상이 가볍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 위험과 통증 강도를 줄일 수 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나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은 의사와 상담한 뒤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상포진은 수두와 같은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딱지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는 수포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수두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따라서 대상포진에 걸렸다면 수두에 걸린 적이 없거나 수두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사람, 면역력이 저하된 사람, 임산부, 신생아와의 접촉을 피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