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졸중(腦卒中, Stroke)
우리는 흔히 뇌졸중을 추운 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알고 있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2024년 월별 뇌졸중 환자 수를 보면 1월 20만7001명, 2월 19만1203명, 3월 19만5301명, 4월 20만3088명, 5월 19만8971명, 6월 19만195명, 7월 20만6242명, 8월 19만5866명, 9월 19만667명, 10월 20만1929명, 11월 19만1246명, 12월 20만1040명이다. 겨울철인 1월 환자 수가 20만7001명이었고, 여름철인 7월에도 이와 비슷한 20만6242명을 기록했다.
여름철 뇌졸중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는 더운 날씨로 인한 혈압 변화, 강한 실내 냉방에 따른 혈관 수축, 수분 부족과 탈수 등이 꼽힌다. 특히 이뇨제(利尿劑)가 포함된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탈수가 심해져 심혈관계에 부담이 커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고령자나 고혈압·뇌혈관질환 등 뇌졸중 위험 인자가 있는 사람은 급격한 온도 변화로 혈관이 갑자기 수축할 경우 뇌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최근 고등학교 친구 두 사람이 한방에서 말하는 중풍(中風), 즉 뇌졸중을 겪었다. 친구 O씨는 뇌경색으로 병원에서 약물치료를 받은 뒤 많이 회복했다. 그러나 친구 L씨는 뇌출혈로 한 달 이상 입원 치료를 받다가 지난주 향년 87세로 별세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서 뇌 기능에 갑작스러운 장애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크게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뇌경색(腦梗塞, cerebral infarction), 즉 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뇌출혈(腦出血, cerebral hemorrhage), 즉 출혈성 뇌졸중으로 나뉜다.
뇌졸중은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으며, 국내에서 사망과 장애를 일으키는 주요 질환 가운데 하나다.
뇌경색과 뇌출혈
뇌경색은 혈전(血栓)이나 혈관 내 찌꺼기 등이 뇌혈관을 막아 뇌에 혈액과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뇌세포가 손상되는 질환이다. 최근에는 전체 뇌졸중 가운데 뇌경색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져 서구와 비슷한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경색은 원인에 따라 대혈관질환에 의한 뇌경색, 심장질환으로 생긴 혈전이 뇌혈관을 막는 심인성 뇌경색, 소혈관질환에 의한 열공성 뇌경색 등으로 나뉜다.
일과성 허혈발작(transient ischemic attack)은 뇌 혈류가 일시적으로 부족해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났다가 회복되는 상태다. 증상이 사라졌더라도 본격적인 뇌경색의 전조일 수 있으므로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출혈은 뇌혈관이 파열돼 뇌 조직 안이나 뇌를 둘러싼 공간에 피가 고이는 질환이다. 출혈 위치에 따라 뇌내출혈, 뇌실내출혈, 거미막밑출혈, 경막외출혈, 경막하출혈 등으로 구분된다. 뇌출혈의 주요 위험 인자로는 고혈압, 가족력, 혈관 이상, 뇌혈관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 뇌아밀로이드혈관병증 등이 있다.
출혈성 뇌졸중의 원인 가운데 하나인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는 뇌동맥의 혈관벽이 약해져 풍선이나 혹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다. 대부분 크기가 10㎜ 이하이지만, 파열되면 거미막밑출혈 등 치명적인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뇌동맥과 정맥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비정상적으로 연결돼 혈관 덩어리를 형성하는 질환은 뇌동맥류가 아니라 뇌동정맥기형이라고 한다. 이 역시 파열되면 뇌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사망률과 회복 가능성
출혈성 뇌졸중은 허혈성 뇌졸중보다 사망 위험이 높다. 출혈성 뇌졸중의 30일 이내 사망률은 약 33%로, 허혈성 뇌졸중보다 약 3배 높다는 보고가 있다. 첫 뇌경색 이후 30일 이내 사망률은 국가와 연구에 따라 약 5~25%로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 기준 30일 이내 치명률이 7.3%로 보고된 바 있다. 장기적으로는 뇌경색 후 5년 이내 사망률이 40~60%에 이른다는 연구도 있다.
뇌경색의 재발은 장애와 사망 위험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뇌졸중을 한 번 겪은 환자는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관리와 항혈전제 복용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이차 예방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뇌출혈의 30일 이내 사망률은 약 35~52%로 보고되며, 사망자의 상당수가 발병 초기 이틀 안에 발생한다. 거미막밑출혈은 특히 위험해 사망률이 50% 안팎으로 보고되기도 한다. 일부 환자는 병원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며, 발병 후 24시간 이내에 숨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거미막밑출혈은 치료 전후 재출혈 위험이 있으므로 신속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뇌졸중 이후 기능 회복은 대체로 발병 초기부터 시작된다. 특히 첫 수주에서 3개월 사이에 회복이 활발하며, 3~6개월이 지나면 회복 속도가 점차 느려지는 경우가 많다. 뇌졸중 발생 6개월 뒤의 기능 상태는 장기적인 생존과 예후를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일반적으로 뇌경색 생존자 가운데 발병 6개월 뒤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사람은 약 40~65%로 알려져 있다. 다만 손상 부위와 범위, 연령, 동반 질환, 치료 시작 시점, 재활치료 여부에 따라 회복 정도는 크게 달라진다.
뇌졸중의 주요 증상
뇌졸중은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다음과 같다.
▲한쪽 팔이나 다리에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진다. ▲얼굴 한쪽이 처지거나 입이 비뚤어진다. ▲말이 어눌해지거나 상대방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 ▲물체가 두 개로 보이거나 시야가 흐려진다. ▲갑자기 심하게 어지럽고 균형을 잡기 어렵다. ▲경험해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이 갑자기 생긴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갑자기 쓰러진다.
이 가운데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나도 뇌졸중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체하지 말고 119에 신고해야 한다.
뇌졸중 발생 시 대처 방법
뇌졸중이 의심되면 즉시 환자를 병원으로 옮겨 치료받게 해야 한다. 혈전용해술과 혈전제거술 등은 정해진 시간 안에 시행해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자를 발견했을 때는 다음과 같이 대처한다.
▲즉시 119에 신고한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간을 확인한다. ▲넥타이나 허리띠를 풀고 옷을 느슨하게 다. ▲구토할 경우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물이나 음식, 약을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바늘로 따지 않는다. ▲팔다리를 주무르거나 마비 부위를 찜질하지 않는다. ▲환자를 과격하게 흔들거나 억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자가용보다는 구급차를 이용해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이동한다.
뇌졸중 치료는 원인이 허혈성인지 출혈성인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따라서 임의로 아스피린이나 혈압약 등을 먹여서는 안 된다.
급성기 치료
급성 뇌경색의 대표적인 치료로는 혈관 재개통 치료와 항혈전제 치료가 있다. 혈관 재개통 치료에는 정맥 내 혈전용해술과 카테터를 이용한 혈전제거술이 있다. 항혈전제에는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가 포함된다.
혈전용해제 투여나 혈관 내 시술을 적절한 시간 안에 받으면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러한 치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뇌졸중 환자 가운데 각각 10.7%, 3.6%에 지나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급성기에는 혈관 재개통 치료뿐 아니라 합병증을 줄이고 예후를 개선하기 위한 전반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혈압과 혈당, 체온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기도를 확보해 산소포화도를 유지해야 한다. 탈수를 막고 심장질환이나 부정맥이 있는지도 검사해야 한다.
급성 뇌출혈은 혈압과 뇌압을 조절하는 응급치료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뇌내출혈 가운데 상당수는 고혈압과 관련돼 있다. 출혈량이 많거나 뇌압이 심하게 상승한 경우에는 고인 피를 제거하거나 압력을 낮추기 위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뇌졸중으로 손상된 부위가 매우 크거나 뇌간처럼 생명 유지에 중요한 부위에 병변이 생기면 호흡이 불규칙해지거나 제대로 숨을 쉬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기관 안에 튜브를 삽입하고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거나 가래를 제거하는 등 기도를 유지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뇌부종이 심할 때는 이를 낮추기 위한 약물치료나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조기 재활치료의 중요성
급성기 치료가 끝난 뒤에는 환자의 상태에 맞춰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뇌졸중으로 손상된 뇌세포 자체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손상 부위 주변의 뇌세포와 다른 뇌 영역이 일부 기능을 대신하도록 훈련할 수 있다.
초기부터 적절한 운동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연하치료 등을 시행하면 회복을 돕고 신경학적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무리한 운동을 시행해서는 안 되며,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평가해 재활의 시기와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
생활 속 예방
학술지 『신경학 연보』(Annals of Neur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걷기, 자전거 타기, 집안일, 정원 가꾸기 등 일상적인 신체활동을 자주 하는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TV 시청이나 게임·컴퓨터 사용 등으로 하루 4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은 뇌졸중 위험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신체활동 부족을 뇌졸중의 주요 위험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고 있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약 13만~15만 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2050년에는 연간 환자 수가 약 35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뇌졸중을 예방하려면 위험 인자를 알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나이와 유전적 요인처럼 바꿀 수 없는 위험 인자도 있지만, 조절 가능한 위험 인자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발병 위험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특히 다음 항목을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심방세동(atrial fibrillation) 등 심장질환 ▲비만 ▲흡연 ▲과도한 음주 ▲운동 부족 ▲짜고 기름진 식습관 ▲탈수와 급격한 온도 변화
여름철에는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고, 땀을 많이 흘렸을 때는 수분과 전해질을 적절히 보충해야 한다. 냉방이 지나치게 강한 실내에서 갑자기 무더운 야외로 나가는 등 급격한 온도 변화도 피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갑작스러운 마비나 언어장애, 얼굴 처짐, 심한 어지럼증과 두통이 나타났을 때는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뇌졸중 치료에서는 시간이 곧 뇌다. 신속한 119 신고와 응급치료가 생명과 일상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대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