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87세의 근력운동…근감소증을 늦추는 힘

필자는 매주 월·수·금요일 헬스장에서 한 시간씩 상체와 하체 근력운동을 한다. 유산소운동은 집에서 밤 9시 TV 뉴스를 보며 실내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대신한다. 87세인 필자는 헬스장 회원 가운데 최고령자다. 70대 회원도 5~6명 있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운동한다.
아파트에서 헬스장까지는 걸어서 약 15분이다. 아파트 앞에 숲길과 꽃길이 이어진 ‘선형의 숲’이 조성돼 있어 걷기에도 좋다.
요즘은 인공지능(AI) 기반 운동 시스템을 도입한 헬스장도 인기를 끌고 있다. 운동기구에 설치된 AI 트레이너가 이용자의 운동을 안내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전용 NFC 시계나 스마트폰 앱의 QR코드를 기구에 인식시키면, AI가 신체 정보와 이전 운동 기록을 바탕으로 중량과 횟수를 제시하고 운동 순서도 정해준다.
근감소증(Sarcopenia)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과 근력이 줄어드는 질환이다. 근육이 감소하는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고령기에 접어들수록 근력과 신체 기능이 함께 떨어지기 쉽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려워지는 등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근감소증이 있으면 낙상과 골절 위험도 커질 수 있다. 활동량이 줄면서 근육이 더 약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변화를 일찍 알아차리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인은 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다. 노화와 함께 운동량이 줄고 단백질 섭취가 부족해지면 근육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당뇨병, 암, 만성 심장·폐·신장 질환이나 호르몬 변화, 움직임을 제한하는 질환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평소보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고 손아귀 힘이 약해졌다면 근력 상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악력 측정, 보행 속도 검사, 의자에서 반복해 일어나는 검사 등이 평가에 쓰인다. 다만 어느 한 검사 결과만으로 근감소증을 확진할 수는 없다. 의료기관에서는 근육량과 근력 등을 함께 평가한다.
예방과 관리의 중심에는 운동이 있다. 근육에 적절한 부담을 주는 저항운동을 꾸준히 하고, 걷기나 실내자전거 같은 유산소운동과 균형운동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이미 근력 저하가 뚜렷하거나 다른 질환이 있다면 원인을 확인하고 자신의 상태에 맞게 운동해야 한다.
영양 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끼니마다 고기, 생선, 달걀, 두부 등 단백질이 든 식품을 챙기는 것이 좋다. 필요한 단백질의 양은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르다. 질병이나 영양불량 위험이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섭취량을 정하고,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영국에서 성인 약 50만 명의 건강 정보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악력이 약한 사람일수록 심혈관 질환에 따른 사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악력은 손의 힘만 보여주는 수치가 아니다. 몸 전체의 근력과 건강 상태를 살피는 데 도움이 되는 지표다. 다만 악력만으로 심장 질환을 예측하거나 진단할 수는 없다.
악력과 뇌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살핀 연구도 있다. 악력이 높은 사람에게서 인지 기능과 뇌 영상 지표가 더 양호하게 나타난 사례가 보고됐다. 그렇다고 악력을 키우는 것만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근육량 역시 중요하다. 근육은 혈당을 이용하는 주요 조직이다. 근육량이 적으면 혈당 조절에 불리할 수 있으며, 몸이 큰 수술이나 심한 질병을 견디는 데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암 환자에서는 근육량이 적을수록 치료 관련 부작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근육의 양과 힘은 함께 살펴야 한다. 근육량이 충분해 보여도 힘을 제대로 내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근육량이 다소 적더라도 근력이 잘 유지되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몸무게나 겉모습만 보고 근육 건강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운동을 계획할 때는 자신의 현재 체력과 질환을 먼저 살펴야 한다.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체력이 떨어졌다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이어가고, 마른 체형이라면 충분한 식사와 저항운동을 함께 챙기는 것이 좋다.
혈압을 가끔 재보듯 근력의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예전보다 걷기나 계단 오르기, 의자에서 일어나기가 어려워졌다면 그 변화를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필자가 한 주에 세 번 헬스장에 가고 집에서 실내자전거를 타는 이유도 그 힘을 오래 지키기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