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칼럼

[김효겸 칼럼] 내일 한글날, 창제 583돌…스마트폰 시대의 한글 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책과 스마트폰을 잇는 한글은 세종대왕의 창제 정신과 오늘의 언어생활을 함께 보여준다. 훈민정음 창제 583돌, 반포 580돌을 맞아 깊이 읽고 정확하게 쓰는 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돌아본다. AI 생성 이미지.
[아시아엔=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한국문학연대 부이사장] 2026년 10월 9일은 훈민정음 반포 580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세종대왕은 1443년(세종 25년) 한글을 창제하고 1446년 이를 반포했다. 세종대왕의 애민 정신과 과학적 원리로 탄생한 한글은 독창적이고 체계적인 문자다. 자음과 모음의 창제 원리가 명확하고, 이를 모아쓰는 구조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자 지적 역량을 담아내는 소중한 문화 자산이다.

그러나 오늘날 스마트폰과 모바일 중심의 소통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우리말과 글의 올바른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자를 최대한 줄여 전달하려는 경향 속에서 무분별한 줄임말과 은어, 맞춤법을 벗어난 표현, 뜻을 알아보기 어려운 이른바 ‘외계어’가 일상적인 소통에 널리 쓰이고 있다. 메시지를 빠르게 보내기 위해 문장을 줄이고 초성만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공식적인 글쓰기와 학습에까지 이어진다면 국어 사용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줄임말과 은어는 세대 간 소통이나 언어 놀이의 일부일 수 있다. 문제는 상황에 맞는 언어를 구분해 사용하는 능력이다. 정확한 어휘와 문장 구조를 익히지 못하면 복잡한 내용을 이해하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디지털 환경의 편리함을 누리면서도 깊이 읽고 정확하게 쓰는 능력을 함께 길러야 한다.

이러한 과제에 대응하려면 국가 어문정책과 국어 교육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어문정책은 문교부가 담당하다가 1990년 문화부 신설과 함께 이관됐다. 문화적 보급과 진흥도 중요하지만, 언어는 사고와 학습의 기초라는 점에서 교육적 기능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어문정책의 소관을 교육부로 다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언어 규범의 연구와 보급, 학교의 국어 교육, 국민의 문해력 향상 정책이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소관 부처를 바꾸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정책의 중심을 교육에 두고 관련 기능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 기능의 소관이 정책 목적에 따라 조정된 사례도 있다. 한국마사회는 1992년 농림수산부에서 체육청소년부로 이관됐다가 2001년 농림부로 환원됐다. 어문정책 역시 현재의 소관 체계가 교육과 언어생활의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유치원부터 초·중·고교, 대학과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국어 교육이 이어져야 한다. 학교에서는 맞춤법과 어휘를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글의 맥락을 이해하고 근거를 따지며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디지털 공간에서 접하는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고, 상대와 상황에 맞게 언어를 사용하는 교육도 중요하다.

나아가 한글날을 계기로 ‘대국민 한글 바로 쓰기 운동’을 펼칠 것을 제안한다. 정부와 교육계, 언론과 시민사회가 함께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알리고, 공공문서와 언론 보도, 학교와 온라인 공간에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는 실천에 나서야 한다. 줄임말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공식적인 표현과 일상적인 표현을 구분하고, 서로의 뜻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이어야 한다.

한글의 가치를 지키는 일은 문자 보존에 머물지 않는다. 우리 사회의 사고력과 표현력, 지적·문화적 역량을 키우는 백년대계다. 어문정책의 교육부 환원을 검토하고 국어 교육과 문해력 정책을 강화하는 일, 국민이 함께 올바른 언어생활을 실천하는 일이 한글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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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한국문학연대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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