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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오늘의 시] ‘중동이여, 전쟁으로 불타는 땅이여’ 홍사성
지난 3일(현지시간) 이란 남부 도시 미나브에서 미·이스라엘의 초등학교 공습 가정에서 사망한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장례식 도중 조문객들이 무덤을 파고 있다. <연합뉴스> 예수가 태어나고 무함마드가 태어난신들의 땅 중동이 불타고 있다눈 크고 귀여운 아이들이사랑밖에 모르는 여인들이영문도 모른 채 죄 없이 죽어가고 있다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고강자만이 산다고 죽여야 이긴다고피가 피를 부르고 복수가 복수를 불러하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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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경칩 편지’ 홍사성
매화 들녘에 나갔더니 얼었던 땅이 들썩거리오무엇에 놀랐는지 개구리들이 꽈르륵대오시내물은 졸졸졸 여기저기 도롱뇽 알이오 속병에 좋다고 고로쇠물 받느라 법석이오남녘에서 매화가 폈다는 소식이 당도했오친구가 막내딸 혼사라고 청첩을 보내왔오 두터운 옷들은 옷장에 넣고 새옷을 꺼내오어느덧 천지에 새기운 돌아 가슴이 설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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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3월’ 홍사성
씨를 뿌렸더니 열흘 만에 새싹이 돋았습니다 곡괭이 튕겨내던 언 땅이더니어느새 물렁합니다그 땅에 씨를 뿌렸더니열흘 만에 새싹이 돋았습니다 숨어 지내던 새들이해방군처럼 들이닥친 봄볕 속으로눈부신 빗금을 긋습니다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는서로 먼저라며 기지개를 켭니다 요강으로 일 보던 뒷집 할머니가문지방 거뜬히 넘으셨답니다친정에서 조섭하던 옆집 막내는곧 둘째를 낳는답니다 너도 나도 신발 끈 고쳐매고대문 밖을 내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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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설날 아침’ 홍사성
‘설날 아침’을 보여주는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찬 기운 하얗게 내려앉은 설날 아침어둠 물러간 골목 볕뉘 환하다 아버지는 활짝 대문 열고 마당 쓸고새해 새기운 맞아들인다모락모락 떡국에 나이도 한 살 더 세뱃돈 받은 아이들 웃음담장 너머 동심원으로 번지고이웃사촌들은 서로 등 두드리며 덕담먼 곳 어른께는 전화로 세배드린다 세상의 뾰족한 모서리들마루에 빗겨든 햇살처럼 둥글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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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오늘의 시] ‘2월’ 홍사성
2월은 기다림의 달/ 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 무덤 같은 눈더미 / 송곳 같은 고드름/ 하루하루 녹아 자취를 감춘다<사진 고명진 영월기자미디어박물관장> 바람 여전히 차갑고하늘은 유리를 닦은 듯 깨끗하다언 땅에서 올라오는 냉기, 손 시려도꿈틀거리는 새싹의 박동그 작은 몸짓 끝내 막지 못한다 2월은 기다림의 달겨울도 봄도 아닌 계절무덤 같은 눈더미, 송곳 같은 고드름하루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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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1월’ 홍사성…”두려워 하지 말라. 어제의 후회는 개한테나 주고”
일출 <사진 이병철> 수평선 너머막 태어난 첫해가 솟는다 두둥 둥 둥 둥진군을 알리는 북소리가슴이 뛴다 숨이 멎는다 혼자 힘으로 가야하는마중해줄 사람 어디에도 없는 길두려워 하지 말라어제의 후회는 개한테나 주고 앞만 보고 달릴 것숨이 턱 밑까지 찰지라도견뎌 낼 것그렇게 달려서 마침내 승리할 것 이것은해도 달도 별도 돌이킬 수 없는너의 운명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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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너의 어깨에 기대어’ 홍사성
언제든 어디서든/ 기댈 데가 있으면 참 좋다 언제든 어디서든기댈 데가 있으면 참 좋다 한때는 내 힘으로 버티는 게두 발로 혼자 서는 게 자랑이었지만이제는 벽에도 기대고사람한테도 기대고 시에도 기대고허공에게도 기대며 산다 지푸라기에도 기대면 힘이 덜 든다 예전에는 어디에 기댄다는 말이부끄러운 줄만 알았는데여기까지 걸어와보니기댄다는 건아직 쓰러지지 않았다는 뜻 누구든 저 혼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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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메리 크리스마스’ 홍사성
코레조, ‘목자들의 경배'(1528~1530년) 오늘은세상의 모든 성모님께 감사하는 날 예수님을 낳아주시고부처님을 낳아주시고남편님을 낳아주시고아내님을 낳아주시고송아지님 망아지님과강아지님도 낳아주셔서이 세상을 번성하게 하옵신모든 성모님들은 축복 받으시옵소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촛불 켜고 찬송하오니자애로옵신 성모님이시여장차 황금 왕관을 쓰실착한 아기를 안아주소서힘 나게 따뜻한 미역국을 드시옵소서 메리 크리스마스해피 홀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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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동짓날 긴긴 밤’ 홍사성
가장 긴 밤이었으나/ 가장 가까운 새벽이/ 지금, 문밖에 성큼 다가와 있다-시 가운데. 사진은 칠보산자연휴양림에서 본 동해일출.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 제공> 가장 긴 어둠이지붕 위에 내려앉고 있다 숨소리도 얼어붙는 조용한 시간 한 해 동안의 긴긴 사연어느 날은 곧고 어느 날은 굽었던 길그 또한 나의 길이었다 겨울이 깊고 밤이 깊을수록조금씩 밝아오는 내일이제부터 한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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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오늘의 시] ‘시월 상달’ 홍사성
오늘 내가 이만큼인 것도/ 할머니 어머니/ 그 간절한 비손 덕일지니…(본문에서) 비손은 표준어로 ‘빌손’ 또는 ‘비손(祈手)’이라고도 쓰이며,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것을 말한다. 논밭 추수 끝내고마당설거지까지 끝내놓으니강아지도 거들던 일손 한가해졌도다돌아보니 올해도 하나부터 열까지성주신 은덕 아닌 게 없도다 대문에는 문전신 마당에는 터주신 안방에는 조상신 부엌에는 조왕신 장독대에는 장독대신 뒤깐에는 측신 창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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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중양절(重陽節) 홍사성
들국화 산이 한 걸음 물러서고하늘이 한 겹 더 깊어졌다서리 맞은 국화 한 송이늦게 피어 노랗게 웃는 계절강물은 오래된 노래인 듯몸 낮춰 흘러가고괜히 바쁜 척하던 날들은되레 부끄럽기만 하다 높은 산에 올라야넓은 세상 보인다 했던가그리 대단한 것도 없고그리 미운 것도 없다짓누르던 욕심들국화주 석 잔으로 씻어내고아직 못 버린 마음은흰 구름에 띄워보내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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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백중’ 홍사성
밀양 백중놀이 <사진 국가유산청> 밭 매던 호미 씻어 헛간에 걸어놓고장롱 속 새옷 꺼내 입고 백중불공 가는 날 갓 익은 백 가지 과일 다섯 가지 곡식거룩하옵신 삼보님께 육법공양 올리오니 백중사리 물 들어오듯 사해공덕 흘러넘쳐삼재팔난 사백사병 영영소멸하옵기를 노총각 노처녀는 눈 맞추고 짝 맞추고홀아비 과부는 등 떠밀려 새살림 차리기를 날 낳고 길러주신 선망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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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칠석(七夕)’ 홍사성
보고싶다일 년 내내 오늘만 생각하며 기다렸으니 보고싶다더 기다리면 눈이 짓무를 것 같으니 보고싶다그동안 애가 다 타도록 안부 궁금했으니 보고싶다너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어디로든 가서 보고싶다까마귀들이 이어준 다리가 아니라도 보고싶다벼랑 끝이라 해도 천둥 내려친다 해도 보고싶다다시 이별의 눈물 흘리게 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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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말복(末伏)’ 홍사성
이젠 참는 것도 지쳐가는 늦여름이다얼마나 견뎌야 겨드랑이 시원해지려나아직도 불가마 끓듯 온세상이 화탕이다 찬물 샤워에 부채질 수박화채 한 그릇버텨서 산 게 아니라 살아서 버티는 중스스로 위로해가며 막고비 넘겨야 한다 사는 날까지 살아내자면 별 방법이 없다어떤 날이 찾아올지 조금 더 기다려보자흘린 땀 서 말 넘지만 며칠 뒤면 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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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오늘의 시] ‘중복(中伏)’
서울광장 분수대 숨쉬기도 힘든 무서운 무더위다온몸은 물에서 건져낸 듯 후줄근하다 중복전쟁은더위와 맞서지 말고등목하고 탁족하며흘려보내는 게 상책 싸울 때와 물러설 때를 알아야천지 가득한 염천대군을 이길 수 있다 더위란세월 가면 사라질 고통이보다 더한 일도 이겨낸만세강골 아닌가 강아지도 입다물고 꼼짝않는 한낮추어탕 복다림으로 충전 끝오늘도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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