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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허의도 기자의 ‘거쉬업’…MZ세대, ‘낙수’ 넘어 ‘분출’로

거쉬업

“거쉬업(Gush-up) / 낙수효과(trickle-down) / 창의력 기반 성장 / 디지털 전환 / MZ세대 경제 주체화”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위로 솟는 힘’이다.” “MZ세대의 창의력과 디지털 역량,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의 중심에 서야 한다.”

언론인 허의도의 통찰이 빚어낸 상향식 성장 모델의 제안 <거쉬업>의 키워드 5개와 핵심 문장 2개다.

고도성장을 경험한 한국 경제는 이제 정체와 양극화의 벽 앞에 서 있다. 중진국 함정과 불균형성장은 오래된 화두가 되었고, 기존 경제 성장 모델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바로 이 시점에서 허의도 전 중앙일보 기자는 책 <거쉬업>(이정서재, 2024년 9월 30일 출간)을 통해 ‘경제 성장의 방식’ 자체를 새롭게 상상하자고 제안한다.

책의 제목이자 핵심 개념인 ‘거쉬업(Gush-up)’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낙수효과(trickle-down)’의 반대 개념이다. ‘gush’는 ‘솟구치다’, ‘up’은 ‘위로’를 의미하는 단어로, 경제 성장의 원천이 아래(현장과 소비자, 특히 MZ세대)로부터 위로 치솟는 구조를 뜻한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한국 사회가 다시 역동성을 되찾기 위한 실마리라고 말한다.

왜 지금 ‘거쉬업’인가?

책의 앞 3장을 보면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1장 ‘왜 거쉬업인가’에서는 ‘간헐천’, ‘플라이휠 효과’, ‘이어령의 제기 차는 소년’, ‘히딩크의 골 세리머니’ 등 창의적이고 상징적인 사례들을 통해 거쉬업이 말하는 ‘분출적 성장’의 이미지와 논리를 전달한다. 이는 기존의 경제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시 구성하자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2장 ‘트리클다운 깊이 읽기’에서는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낙수효과 중심의 성장 모델을 집중 분석한다. ‘기러기 선단형 성장’, ‘압축 성장’, ‘중진국 함정’, ‘남미화 위험’ 등 개념을 통해 왜 기존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는지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유교 자본주의, 종속이론 등 정치경제적 분석도 더해진다.

3장 ‘여기가 거쉬업 원점’은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혁신 중심의 경제 모델, 즉 거쉬업 패러다임을 어떻게 정책, 산업, 교육 등 현실에 적용할 수 있을지 실천적 제안을 담고 있다.

<거쉬업>이 다른 경제서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저자가 오랫동안 언론 현장에서 경제 이슈를 다뤄온 경력에서 비롯된 통찰력에 있다.

허의도 저자는 부산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에서 언론정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3년 산업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중앙일보에서 25년간 기자로 일했다. 경제부 차장, 문화부장, 월간중앙 편집장, <이코노미스트> 편집인 등 언론계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현재는 포스코경영연구소의 경영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낭만아파트>(2008), <미디어 혁신에 관한 거의 모든 시선 M Everthing>(2011), <따뜻한 자본주의>(2012), <의전의 민낯>(2017) 등이 있다.

그의 저널리스트적 문제의식은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경제 이론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국내 사례와 산업 구조, 세대 특성을 엮어 실질적인 메시지로 풀어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또한 시론적이기보다는 실제적이다. 프롤로그에서는 왜 ‘거쉬업’이 필요한가를 묻고, 에필로그에서는 MZ세대의 잠재력이 한국 경제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글을 닫는다.

누구를 위한 책인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이 책은 경제학자, 정책 입안자, 기업 경영자는 물론, 스타트업 종사자와 대학생, 미래 산업에 관심 있는 MZ세대 독자들에게 유용하다. 낙수효과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어떤 사고 틀을 가져야 할지 안내한다.

<거쉬업>은 새로운 정책 모델 구상에 참고할 수 있으며, 기업에서는 조직문화 혁신이나 제품 기획 전략 수립 시 활용할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도 미래세대를 위한 경제 교육 자료로 쓰일 수 있다. 현재는 종이책으로만 출간됐지만, 내용 구성상 모바일 학습용으로도 적합하므로 전자책 출간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책의 장점과 아쉬움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낡은 성장 담론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적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몸통과 곁가지’, ‘회색 코뿔소와 보랏빛 소’ 같은 상징적 표현은 경제 담론을 감각적으로 풀어주는 강력한 메타포다. 반면, 일부 개념은 설명이 부족해 경제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또 각주나 도해가 보완된다면 금상첨화.

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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