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전야 은평구 진관사 앞 ‘ㅇㅍ비움터’의 부끄러운 민낯

서울 은평구 진관사 입구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은 외관과 시설 면에서 은평구청이 자랑할 만큼 뛰어난 디자인과 기능을 갖추고 있다. ‘화장실’ 대신 ‘비움터’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으며, 훈민정음 해례본을 전면에 부조하여 방문객들의 시선을 끈다. 이러한 외관은 진관사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며, 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준다.

그러나 내부로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진다. 기자가 지난 1월과 4월 26일, 그리고 5월 4일에 방문했을 때, 화장실 내부는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으며, 청결 상태가 매우 불량했다. 특히 부처님오신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에도 청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실망스러웠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계절적 문제나 일시적인 관리 소홀로 보기 어렵다.

화장실 내부에는 쓰레기통이 아예 없어 이용자들이 커피 컵이나 쓰레기를 세면대나 심지어 변기 위에 두고가 수북히 쌓여 있다. 이용자들의 시민의식 부재와 관계 당국의 무관심이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또한, 환경미화원들이 밤 시간 청소를 하기 때문에, 그 이전 시간대에는 쓰레기가 쌓이기 쉬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진관사는 조용한 분위기와 사찰음식으로 유명하여 내외국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장소이다. 2023년 11월 7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인 유코 여사와 김건희 여사가 방문했으며, 앞서 2015년엔 질 바이든 당시 미 바이든 부통령 부인이 방문한 바 있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명성을 드높이는 사찰 입구에 위치한 화장실 청결 상태가 이 정도라면…관계 당국의 무관심과 이용자들의 낙제점 시민의식의 합작품 아닐까 싶다.

‘비움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이 진정으로 깨끗하고 쾌적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부처님과 세종대왕도 편히 모실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