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산업’ 획기적 발전에도 수확은 감소…기후변화가 ‘주범’

고개숙인 벼


올해는 유엔이 정한 ‘기장의 해’

유엔(UN)은 올해를 ‘기장(millet)의 해’로 선정했다. 기장은 뜨겁고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서 ‘기후 스마트 곡물’로 불리기도 한다. 유엔은 “기장을 먹으면 항산화 성분과 미네랄, 단백질 등을 섭취할 수 있다”며 “또한 섬유질이 풍부해 혈당이나 지방질을 조절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기장은 구황작물(救荒作物)로 생산량이 부족한 쌀을 대신하여 섭취하던 음식이다.

쌀의 생산량이 많아진 요즘 ‘기장밥’은 별미에 가까운 음식이다.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세계는 심각한 가뭄 발생, 식량 수출 금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 등으로 위기가 악화돼 올해 기아(飢餓)에 직면한 사람들의 수는 2020년보다 두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류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20%를 쌀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세계 쌀 생산량은 연간 5억t이 넘으며, 벼를 재배하는 면적은 우리나라 넓이의 약 16배인 1억6370만ha에 달한다. 이렇게 방대한 쌀 산업이 하이테크 시대를 맞아 빠른 속도로 진화하여 쌀을 생산하는 첨단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드론, 로봇, 무인 이양기 등이 생산 효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쌀 품종을 개량해 생산성을 높이는 유전 지술도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1960년대 농약과 비료 사용, 과학적 재배법 도입 등으로 세계 기아문제를 해결했던 ‘녹색혁명’에 버금가는 ‘제2의 녹색혁명’이 이뤄지고 있다.

재배 기술이 발전하고 품종 개량이 이뤄지고 있지만 근래에 글로벌 쌀 생산은 정체되고 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쌀 생산을 위축시키는 주범으로 기후변화가 꼽힌다. 세계 각지의 가뭄 탓에 물 부족으로 쌀 수확이 감소했다. 또한 쌀은 기온 상승에 취약한 작물이기에 기온 상승도 문제다. 이에 쌀을 다른 곡물로 대체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밥’은 먹는 사람에 따라서 ‘진지’, ‘메’, ‘수라’ 등으로 부른다. 어른께는 ‘진지 잡수세요’, 궁중에서 임금에게는 ‘수라’를, 제사 때는 ‘메’를 올린다. 우리 조상은 신석기 시대에는 기장, 피, 조, 수수 등의 작물을 먹기 시작했으며, 부족국가 시대부터 벼를 재배하기 시작해 삼국 시대에 철제 농기구가 보급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졌다.

조선 후기 박제가(朴齊家, 1750-1805)가 중국 청나라의 풍속과 제도를 시찰하고 돌아와 쓴 기행문 <북학의>(北學議)를 보면, 삼국시대까지도 한강 북쪽의 고구려에서는 벼농사를 지을 줄 몰랐다고 한다. 북쪽에서 가장 먼저 벼농사를 지은 곳은 신라에 속한 강릉 회양 지방이었고, 신라가 삼국을 통일 한 후에 비로소 북쪽으로 퍼졌다.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쌀 생산량이 늘었으나 일반 백성이 주식으로 삼기에는 부족하였으며, 조선 시대에도 서민은 쌀보다는 보리나 잡곡을 많이 먹었다. 우리 농민들은 1년 동안 먹을 양식을 비축할 수 없어 계절에 따라 주식이 바뀌었고, 음력 4-5월경에는 양식이 떨어져 보리 수확만 애타게 기다리는 ‘보릿고래’를 넘겨야 했다. 필자가 파인트리클럽(Pine Tree Club) 회장으로 활동한 1961년에 농촌절량농가(絶糧農家)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하여 한국일보사에 기탁한 바 있다.

한편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은 ‘밥’ 짓는 솜씨가 아주 좋았는데, 조선시대 서유구는 <옹희잡지>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밥을 잘 짓기로 천하에 이름이 났다. 밥을 지을 때는 쌀을 깨끗이 씻어 뜨물을 말끔히 따라 버리고 솥에 안친 후 손 두께쯤 되게 물을 붓고 불을 땐다. 무르게 하려면 익을 때쯤 일단 불 껐다가 1-2경 후에 다시 불을 때며, 단단하게 하려면 불을 끄지 말고 시종 약하게 땐다”고 하였다.

쌀은 수분이 12%를 차지하는데 밥을 지으면 약 65%를 차지한다. 물을 적게 붓고 되직하게 지으면 고두밥, 물을 충분히 넣고 뜸을 잘 들이면 진밥이 된다. 밥맛을 솥의 두께나 땔감에 따라 달라지며, 밥물에 따라 되거나 질어지는데 무게로는 쌀의 1.3-1.5배, 부피로는 1.1-1.2배가 적당하다. 햅쌀이냐 묵은 쌀이냐에 따라서도 다르므로 건조도에 따라 물의 양을 가감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일반적으로 취반법(炊飯法)으로 밥을 짓지만, 쌀이 주식인 중국 남부와 동남아 지역에서는 대나무로 만든 찜통에 쪄서 먹는 곳이 많다. 서아시아에서는 기름을 넣어 볶다가 수프를 넣어 익히는 필라프(pilaff)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밥을 지을 때, 예전에는 솔가지나, 짚, 콩깍지 등을 땔감으로 하여 큰 무쇠솥에다 밥을 지었는데 지금의 전기밥솥으로 지은 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밥맛이 좋다. 솥은 뚜껑이 무거워야 수분이 달아나지 않고 솥 안의 압력이 높아져서 밥이 맛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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