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데믹①] “개량 백신 맞으세요” 코로나사령관의 권고

트리플데믹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지난 2020년 코로나(COVID-19) 미국 유입 이후 대응 사령탑 역할을 해 ‘코로나 사령관’으로 불린 앤서니 파우치(Anthony Fauci, 1940년生) 박사가 지난 11월 22일 백악관 연단에서 마지막 브리핑을 하면서 개량 백신 접종을 독려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겸 대통령 의료고문인 파우치 박사는 12월에 54년간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코로나19 대응 사령탑 역할을 했던 파우치 소장은 NIAID를 38년간 이끌어온 미국 내 전염병 권위자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대통령과 종종 반대되는 발언을 해 지지자들의 비난을 사기고 했다. 이날 브리핑은 겨울철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동시에 파우치 소장에 대한 작별인사 성격도 있었다.

파우치 소장은 “이 연단에서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메시지는 자신과 가족,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개량된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는 것”이라고 간곡하게 당부했다. 백악관은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에서 크리스마스와 새해로 이어지는 휴가철을 맞아 앞으로 6주간 BA.4, BA.5 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개량 코로나 백신 접종을 독려할 예정이다.

파우치 박사는 이날 “백신은 안전한가”에 대해 “전 세계에 130억 회분의 백신이, 미국에는 수억 회분이 배포됐다. 그리고 강력한 안전 모니터링 시스템이 있다”라며 “광범위한 정보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이 효과적인가”라고 물은 뒤 “두드러진 자료를 들여다본다면, 특히 중증 질병과 사망 예방 측면에서 백신의 효율성이 압도적으로 드러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시간이 가면 면역이 약화하기 때문에 부스터(추가접종)가 필요하다.

파우치 소장은 중국의 코로나19 대응 방향이 공중보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 코로나19로 사망 위험이 높은 60세 이상에 대한 백신 접종을 우선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산업·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그 다음으로 18-59세, 마지막으로 60세 이상 순으로 백신을 우선 접종하고 있다. 이에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또한 코로나19 봉쇄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시간을 버는 용도가 아닌 맹목적이라고 꼬집었다. 파우치 박사는 “일시적인 락다운(lockdown, 움직임·행동에 대한 제재)이 백신 접종을 위한 시간 벌기를 위해서라면 말이 될 수 있지만 중국은 그런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파우치는 “중국에서는 사람들을 집에 가두기만 하는 매우 엄격한 락다운을 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백신도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코로나19 TF담당관도 “락다운과 제로 코로나는 지속되기 매우 어렵다”며 “중국은 고령층 백신 접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일단 감염자가 발생한 곳의 지역봉쇄와 대규모 PCR 검사, 밀접접촉자의 철저한 격리 등 조치를 결합시켜 대응하고 있다. 중국 방역당국은 감염이 미발생한 지역에서도 방역 경고를 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淸零, 칭링)’ 정책은 14억 인구 중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추진해 온 고강도 방역 대책이다. 특정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아예 그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출입을 통제한 채 전 주민을 상대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PCR 검사를 실시한 후 봉쇄를 해제하는 방역조치이다.

3년째 ‘제로 코로나’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중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신규 확진자 수가 급증하여 역대 최고치에 근접, 중국 정부가 긴장하고 있다. 중국 국가질병통제국은 11월 22일 “유동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서 감염자가 확산하고, 방역 인력과 자원 부족으로 예방과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 악화를 인정했다.

베이징 16개 구(區) 가운데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차오양구는 11월 14일부터 자체적으로 PCR 검사 주기를 24시간으로 줄이면서 열흘 가까이 시민들이 한 시간씩 줄을 서서 검사를 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한 아파트 전체를 봉쇄하고 있다. 도시 간 인적 교류도 사실상 중단됐다. 청두시는 24일부터 도시를 떠나려면 48시간 이내 PCR 검사 음성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1953년生)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 3기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코로나 바이러스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1월 24일 중국 방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전날 중국 본토 신규 감염자는 3만1444명으로, 종전 최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2만9217명)를 7개월 만에 넘어섰다. 또한 방역 장기화에 대한 불만으로 중국 전역에서 폭력 시위가 번지고, 취업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도 흔들리고 있다.

내년 중국의 신규 대학졸업자 수는 올해보다 82만명 증가한 1158만명에 달할것으로 예상되어 취업난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이에 중국 대학에서는 룬쉐(潤學) 즉 ‘도피유학’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중국의 내수시장도 얼어붙었으며, 중국의 10월 수출은 2983억달러(약 396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다. 중국의 수출 규모가 마이너스 성장한 것은 2020년 5월(-3.3%) 이후 29개월 만이다.

요즘 미국은 코로나 바이러스와 독감(毒感),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등세 가지 전염병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리플데믹(Tripledemic)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염력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창궐하는 가운데 그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춤했던 다른 계절성 전염병들이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파고들면서 엎친데 덮친격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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