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징비록②] 문재인 정부 코로나대책 반면교사 삼아야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 검사(Test)·역학추적(Trace)·치료(Treat)로이른바 ‘3T’전략을 활용해 외신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오판으로 확산세를 잡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우선 코로나 발생 초기 중국인 입국을 막지 않아 확산을 막는 데 실패했다. 코로나19 백신 확보도 미국, 영국 등 다른 국가들보다 늦어지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에 백신과 치료제 관련 정책의 실효성 확보가 중요하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때의 ‘코로나 백신 도입 지연’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이 논란은 2020년 말 당시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량의 백신을 직접 확보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감사원은 ‘백신 보릿고개’라는 말까지 낳은 코로나 백신 도입 지연 사태의 원인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백신 지연 사태의 발단은 2020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전화 담판’이었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미국 제약사인 모더나(Moderna)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와 한 통화에서 모더나가 한국에 2000만명 분량(4000만회 분)의 코로나 백신을 공급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당초 2021년 3분기로 추진했던 백신 공급 시기도 앞당겨 2분기부터 들여오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2021년 2분기에 들어온 물량은 11만2000회분으로, 전체 선구매물량의 0.28% 수준이었다. 이후에도 약속한 날짜에 백신이 들어오지 않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7월말 모더나는 2-4주간 공급 지연이 발생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8-9월 백신 물량은 차질 없이 도입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주일 뒤 모더나는 우리 정부에 “8월 계획 물량(850만회 분)의 절반 이하를 공급하겠다”고 통보했다. 이런 일들이 7-8월만 세 차례 이어지면서 국내 접종 계획에 큰 차질이 생겼다.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100-200일 이내에 백신 등 주요 대응 수단을 확보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 관련 지원을 해야 한다. 미국, 영국, 중국, 인도에서는 만든 코로나19 백신을 한국에서는 내놓지 못했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가 적지 않은데, 이노베이션이 없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정치적 고려 등으로 수차례 방역 완화를 이어갔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방역 피로도를 높였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성과에 대해서도 평가가 엇갈린다. 국회 보고서는 경제적 충격 등에 대한 분석을 하지 않은 채 급박하게 봉쇄 초치를 취했다고 했으나, 반면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다.
국내에 신종플루(Influenza A, A형독감)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2009년 5월 2일이었다. 이후 하루 1만명 넘는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신종플루 기세가 거셌다. 보건 당국은 연일 신규 확진자 수를 집계하여 이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다. 그러나 그해 8월 말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모든 의심 환자에게 처방하도록 한 조치 이후 확진자 집계는 의미가 없어졌다. 사실상 확진자 집계를 중단했다.
코로나19도 일부 전문가들은 확진자 집계를 중단하고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하자고 주장했다. 거리두기 조정을 통해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과 함께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의 핵심이다. 그러나 아직은 확진자 집계 중단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깜깜이 방역에 빠져들어 빙산의 일각만 보고 판단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거리두기 조치를 2021년 10월 3일까지 한달 더 연장하자 “장사하고 싶다” “이러다 다 죽는다”면서 기준 없는 방역대책에 항의했다. 문재인 정부가 다중시설 이용 시간을 오후 10시에서 9시, 다시 10시로 오락가락 제한하여 ”도대체 근거가 뭐냐“면서 불만을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특정 시간 이후에 바이러스양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과학적 근거 없이 영업제한 시간을 바꿔온 게 문제라고 비판하면서 ’보여주기식 방역‘에 무게가 실린다는 점을 지적했다. 방역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아동들의 발달에도 영향을 미쳤다. 학교에 가지 못해 생긴 학습 결손은 곧 학력저하로 이어졌다. 정부가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국어, 수학, 영어 학력을 평가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2019년에 비해 2021년 전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했다. 특히 읍면지역 학생들이 대도시 학생들보다 기초학력 미달이 더 늘었다. 코로나를 전후로 중학생들의 정신건강이 나빠졌다는 지표도 나왔다.
서울대 대학생활문화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19년과 2020-21년에 내담자들이 호소하는 심리적 문제에 변화가 있었다. 남녀 대학생 모두 지난 2년간 행동 및 습관, 학업, 불안 문제 호소가 늘었다. 남자 대학생은 2021년 들어 우울 호소가 급증했으며, 여자 대학생도 우울 문제 호소가 2018년 대비 2020년 약 2배 증가했다,
팬데믹이 지나간 자리엔 희망의 씨앗이 분명 숨어 있다. 예를 들면, 페스트(흑사병)는 유럽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바꾸었다. 성직자들의 죽음을 목도한 유럽인들은 신앙보다 과학, 의학, 이성에 주목했고, 인문주의와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위기는 기회이므로 비록 코로나 팬데믹이 인류에게 여러 상처를 남겼지만, 우리가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상한다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아직 종식된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엔데믹(endemic, 풍토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매년 유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독감 백신처럼 매년 한번씩 맞는 정기접종으로 바꾼다. 올해 접종은 10-11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로 실시된다. 무료는 코로나 백신 접종률을 높여 고위험군의 중증화 및 사망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19 백신을 연례 접종으로 바꾼 이유는 확진자 수가 안정세이고 국민 상당수가 항체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전국민 항체 조사결과 국민의 약 70%가 코로나에 대한 면역을 갖고 있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예방접종과 감염을 반복하면서 생긴 복합 면역이 10개월 이상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방역 당국은 백신을 1년에 1회 접종을 받아도 항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전히 코로나19는 기저질환자나 고령층이 확진되면 사망에 이르는 신종감염병이다. 이에 일반군은 자율방역에 맡기면서도 고위험군에 대한 적극적 대응이 중요하다. 즉, 코로나19로 고위험군이 중증이나 사망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적 조치를 견고하게 해야 한다. 마스크 의무화와 관련하여 고위험군 대처를 위해 병원에서는 최대한 늦게 마스크를 풀되 입원·진료시에는 마스크 착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종감염병 대유행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 신종감염병은 우리 옆에 늘 존재하는 위험이다. 감염병 확진자가 하루 최대 100만명 발생에 대비해 방역과 의료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미래 신종 감염병의 팬데믹에 대응하려면 동물과 인간 간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것, 즉 원 헬스(One Health)와 우리의 취약성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태풍이 불어도 튼튼한 집에 살면 걱정이 안 되지만, 텐트에 산다면 매우 위험하다. 공중보건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