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제약물 복용①] 약 몇 종류 드시나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60일 이상 복용하는 약물이 10종 이상인 사람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45세 미만 1만5807명 △45-54세 5만4528명 △55-64세 18만9841명 △65-74세 33만9340명 △75-84세 40만694명 △85세 이상 13만569명 등으로 나타났다. 노인의학에서는 보통 10종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적어도 한 가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본다.”(본문 가운데)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우리나라는 상당히 약을 좋아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본인은 왜 약을 먹는지 알지 못하고 습관처럼 복용하는 사람도 있다. 약을 복용하는 것은 기존 질환을 잘 조절하고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약의 개수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본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본인의 약 복용 습관과 의료기관 이용 습관을 되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인은 약을 많이 먹는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의약품을 5종 이상 3개월 이상 꾸준히 복용하는 노인 비율은 70.2%였다. 2013년 67.2%에 비해서도 높아졌다. OECD 평균은 46.7%이다. 이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진료 방향을 조정해 줄 의사(주치의)가 없기 때문이다. 노인 진료 시스템을 질병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70대 후반 여성 A씨는 지난 1년간 자택 근처뿐 아니라 서울의 병원 등에서 의사를 적어도 10명을 만난 이력이 있었다. 최근에는 다섯 의사에서 20종 가까운 약을 처방받았다. 이 약들은 어지럼증, 소화불량, 수면장애, 요실금, 기억력 저하 등에 대한 약이었다. 그의 진료 이력을 종합해 보면, 수면 장애와 어지럼증이 잘 치료되지 않으면서 약이 늘기 시작했다. 사는 곳 주변에 주치의 역할을 하며 약을 점검해줄 의사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의 유병률(有病率)이 증가하고 복용하는 약물의 수도 함께 늘어난다. 이에 노인 중에는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10종 이상 약을 먹는 사람들이 있다. 통상 6종류 이상 약물을 먹는 경우를 ‘다제 약물복용’이라고 한다. 2022년 국감자료에 따르면, 두달 넘게 10종류 이상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이 113만명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노인 90만명이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10종 이상 약을 먹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기준 60일 이상 복용하는 약물이 10종 이상인 사람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45세 미만 1만5807명 △45-54세 5만4528명 △55-64세 18만9841명 △65-74세 33만9340명 △75-84세 40만694명 △85세 이상 13만569명 등으로 나타났다. 노인의학에서는 보통 10종 이상의 약제를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이 적어도 한 가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100%라고 본다.

2020년 건강보험 진료비가 87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 진료비는 전년보다 4.6% 증가한 37조 4,737억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43%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853만7천명으로 전체의 16.5%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는 2025년에는 그 비율이 20.3%로 늘어나 초고령사회로 전환되고, 2038년에는 30.5%에 이를 전망이다.

노인의학(gerontology)이란 노년에서 질병의 임상적·예방적·치료적·사회적인 면과 관련된 일반의학의 한 분야다. 노인의학은 △좁은 의미로 현상의 메커니즘을 해명하는데 주안점을 둔 기초노화학(biomedical gerontology) △폭넓은 의학적 견지에서 연구하는 노인의학(geriatric medicine) △노년자 질병의 원인·증상의 특징·치료법 등을 연구하는 노인병학(geriatrics) △사회과학적 견지에서 연구하는 노인사회학(social gerontology) 등으로 세분된다.

미국은 1988년 이후 노인의학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 필리핀·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노인의학 전문의가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노인의학 전문의제도 정착이 필요하다. 노인증후군 환자가 상당히 많은데 이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노인환자들은 대부분 요양병원 또는 요양시설로 간다. 이를 막는 역할의 중심이 바로 노인의학 전문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다제약물(多劑藥物)’을 복수의 약제를 동시에 투여하는 것, 혹은 지나치게 많은 수의 약제를 투여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제약물 복용이란 5개 혹은 6개 이상의 의약품을 병용 투여하는 것을 말한다.

다제병용(多劑倂用, Polypharmacy)이란 동시에 여러 약물을 투여하는 것으로 과다한 양의 약물을 투여하는 것이다. 다제병용은 사용하는 약물의 개수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있는 문제이지만, 한편으로 임상적 적절성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문제다.

다제병용이 나타나는 요인에 대하여 연구자들에 따라 다르게 분류하고 있다. 이를 관련 요인 별로 보면 △특정 질환이나 동반 상병 △환자 연령 △복수의 처방자(multiple prescriber) 또는 공급자 △복잡하거나 다양한 약물 요법 △심리사회학적 요인(psycho-social contributions)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것 △약물요법의 부작용 △처음 발행한 처방전의 약물 개수 등이다.

다제병용에 따른 문제점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야기할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건강과 비용 측면에서의 문제점들을 언급하고 있다. 환자의 안전과 약물 사용에 있어서의 경제성이 보건 의료계의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다제병용이 지니는 사회적, 임상적 중요성이 적지 않다.

다제병용으로 인한 문제점으로 Austin(2006)은 △이상약물반응(adverse drug event) △약물 상호작용(drug interaction) △치료의 중복 가능성 △의료비용 증가 △환자의 복약 순응도 저하 △응급실 사용, 입원, 부가적인 내·외과적 중재의 증가 △환자 삶의 질 저하(decreased quality of life) 등을 언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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