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손을 펴라’ 박노해 “한 번 크게 놓아버려라”
원숭이는 영리한 동물입니다
토착민들은 이 영리한 원숭이를 생포할 때
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원숭이가 제일 좋아하는
쌀을 넣어 나뭇가지에 단단히 매달아 놓습니다
가죽 자루의 입구는 좁아서 원숭이의 손이
겨우 들어갈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얼마 동안을 기다리면 원숭이가 찾아와
맛있는 쌀이 담긴 자루 속에 손을 집어넣습니다
그리곤 쌀을 가득 움켜쥐고는 흐뭇해 합니다
그런데 쌀을 가득 움켜쥔 원숭이는 아무리 기를 써봐도
그 자루 속에서 손을 빼낼 수가 없습니다
놀란 원숭이는 몸부림치며 울부짖기 시작합니다
손을 펴고 쌀을 놓아버리기만 하면 쉽게 손을 빼내
저 푸른 숲 속을 다시 자유롭게 누비며 살 수 있으련만
원숭이는 한 줌의 쌀을 움켜쥔 손을 펴지 못한 채
울부짖다가 결국 토착민에게 생포 당하고 마는 것입니다
손을 펴라
움켜쥔 손을 펴라
놓아라 놓아버려라
한 번 크게 놓아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