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가을 열매 소리’ 박노해 “도토리 산밤 잣 다래 개암”

구미 광평 도시숲 산책로  <사진=산림청 제공>

가을 산은 숙연해라

 

태풍이 지나간 정적 속으로

도토리 산밤 잣 다래 개암

가을 열매들이 투신하는 소리

 

나 이 한 생에 그토록 성장하며

폭풍 속을 걸어온 까닭은

이 성숙 하나를 위해서였다고

 

아무도 보아주지 않아도

가을 속에 물들며 서 있는 것은

이 결실을 남겨주기 위함이라고

 

가을 산에 서서

지구의 정적 속에 떨어져 구르는

저 고요한 천둥소리 듣는다

 

가을 열매 소리

한 톨의 희망 노래

잉태의 깊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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