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닭과 詩人’ 조영욱 “대한민국 김관식 시인은”

이종상 화백은 닭을 이렇게 그렸다. 신과 교감하는 매체로. 미당의 동서인 대한민국 시인 김관식이 닭을 친 이유를 알겠다 ..

시인은 닭과 교감한다
비록 하늘이 내려준 야성 잃고 갑갑한 닭장에 갇혀
퇴화한 날개 푸드득거려 때아닌 홰를 칠망정
신성마저 잃은 건 아니다

어둠이 더 깊은 어둠으로 닻 올려 항해할수록
막막한 어둠, 그 알을 쪼아 빛 불러내는 것은
시인

벼슬살이보다 긴 유배에서 풀려난 다산은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닭을 치며
바닷가 강진에 묶여 있던 자신을 보았을 게다

아침마다 닭을 잡는 대한민국 김관식 시인은
오지도 않을 아침 온다고 거짓부렁 일삼는
닭이 미웠던 것일까

거제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생계형 양계장을 차렸던
김수영 시인이 하필 닭을 쳤던 것은 닭만이 지닌
신성만은 배우려는 뜻

모두 잠든 어둠 속에서 신이 속삭이는 음성을
저만 홀로 알아먹고 되받아 어김없이 아침을 불러오는
신 내린 무당도 일내 갖지 못한 신성을
빠짐없이 수신하는 안테나가 닭에게만은 있다

하고 많은 날짐승 가운데 오직 닭에게만 주어진 볏은
늘 반쯤 솟아난 아침 해를 머리꼭지에 이고 살아
하늘에 남겨둔 반쪽을 통해 닭은 신과 교감하고
시인은 닭과 교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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