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통일일꾼대표 33인의 뜻 꺼지지 않는 들불로 번지길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1945년 나라를 되찾았지만 겨레는 하나가 되지 못했다. 67년 동안 남북으로 분단된 상태가 이어져 오며 한때 화해의 분위기로 나아가는 듯 했으나, 최근의 남북관계는 냉전시대로 회귀하는 느낌이다. 북쪽의 핵개발을 비롯한 3대 세습 과정에서 남쪽의 강경대응으로 경색된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이고 민간인 사찰, 집권공신 6인회 멤버를 비롯한 최측근들의 비리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와 정책의 전환점을 가져올 새로운 비전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이런 걸 볼 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가르치고 외치면서도 우리의 현실은 통일에 가까운 방향의 길로 가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양쪽 당국 간의 사정은 이렇지만 정치권 인물도 아닌 팔순의 김갑수 할아버지가 이끄는 전남 고흥의 한 동네 노인모임에서 민관을 통틀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자판기 커피값 하루 300원, 매월 9000원씩 4년간 모은 돈 등 통일기금 2200만원을 넘게 모금했다는 놀랍고 반가운 소식이 있다.
중앙일보 4월 27일자 2면은 김 할아버지가 2008년 8월 29일(한·일 강제 병합이 이루어지 경술국치일) 동네 우체국에 예금통장을 개설한 뒤에 2009년 10월부터 33명이 시작한 통일기금모으기운동을 소개했다. 김 할아버지는 “자녀들이 보내온 용돈, 아침부터 가꾼 채소 판 돈을 모아 후세에게 물려주려는 정성”이라며 통일을 이룰 때까지 계속 모으겠단다. 이 운동에는 전남지역의 초등생·군수·경로당 노인 등 350여 명이 동참했다고 하며, 강연으로 이 운동의 계기를 제공한 독일 경제학박사 1호 백영훈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도 ‘평화통일한국포럼’을 발족시키고 고흥을 통일운동의 ‘성지’로 삼아 이 거룩한 뜻을 확산시키기 위해 뛰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1980년부터 민간 통일기금 100억 달러를 모았고, 1986년 콜 총리가 통일세를 정착시킨 게 1990년 10월 3일 분단 45년 만에 동서독 통일을 이룬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준비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밝은 미래가 있다. 통일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된 남북협력기금도 제대로 활용하지도 못하고 있고, 통일세대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통일항아리’는 말만 꺼내 놓은 채 별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에서 통일기금을 모아 남북이 협력·화해하고 신뢰를 쌓는데 활용한다면, 우리는 그 돈을 쓰는 데에 정부의 통제를 덜 받을 것이고, 정부 차원에서 하기 어려운 일에도 그것이 쓰일 수 있을 것이다.
고흥의 통일일꾼대표 33인은 그 암울했던 일제치하에서 3·1운동을 이끌었던 민족대표 33인을 연상하게 한다. 민족대표 33인의 3·1운동이 끊임없는 항일 독립투쟁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1945년 조국의 광복을 낳았듯이, 또 독일의 민간 통일기금이 동서독의 통일의 훌륭한 자양분이 되었듯이, 통일일꾼대표 33인의 통일기금모으기운동이 자발적으로 온 국민의 가슴에, 특히 통일되면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대기업들에, 꺼지지 않은 들불로 번져 마침내 통일의 그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북녘 동포들은 물론 우리와 우리 후세들이 조금이라도 통일 비용 부담을 덜고, 나아가 우리 겨레가 화합하여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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