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경향신문이 1면을 비워 두었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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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35㎝, 세로 31.6㎝ 공간에 사진·제목과 함께 대략 200자 원고지 20여 매의 기사가 실릴 수 있는 광활한 공간. 신문의 1면은 그 신문의 얼굴이다. 여태까지 모든 신문은 그 곳을 빈 곳 없이 가득 채우고 치장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4월11일 제 19대 총선이 있던 날. 경향신문은 이 넓고 넓은 1면 한가운데를 빨간 인주의 기표 표시가 찍힌 이미지와 그것의 5.7㎝ 정도 아래에 13개의 문장을 배치하여 지면 구성을 완성했다. 다른 어떤 제목이나 사진도 없이 나머지는 흰 여백으로 남긴 채.

13개 문장 내용은 모두 누가 투표를 했다는 것과 그것이 가져온 결과를 서술했을 뿐이다. 따라서 기표 이미지와 기사가 독자에게 전하는 뜻은 오로지 “꼭 투표하자”는 한 가지뿐이다.

하늘에 구름이 없으면, 낮에는 푸르름을 배경으로 태양은 그만큼 더 돋보이며 세상을 더 밝게 비추고, 밤에는 달도 그만큼 더 도드라져 보이고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듯이, 지면의 광대한 흰 여백은 독자로 하여금 그만큼 기표 이미지와 기사를 독자의 눈에 확 들어오게 만들고 거기에 더욱 집중하게 한다. 이리하여 경향신문 1면의 구성은 그것을 보고 읽은 독자들의 마음에 투표하고 싶은 욕구를 강렬하게 일으킨, 투표를 참을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운 유혹으로 다가갔으리라.

다른 잡것들은 모조리 제거한, 투표를 꼭 하자는 메시지와 주장을 이 이상 다른 어떤 방법으로 독자들에게 더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원고지 수백 매의 기사와 수백 장의 사진으로도 사로잡지 못할 독자의 마음을, 경향신문 1면의 편집 구성은, 그런 독자의 마음을 투표하도록 움직이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리라.

여태까지 보아온 다른 어떤 신문의 1면보다도 파격적인 편집이다.

The AsiaN 편집국 news@theasian.as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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