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 이 기사] “내가 몸통이다” 깃털의 자백이 뜻하는 것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2010년 총리실 관련자 몇 사람이 사법처리 되면서 ‘윗선 개입’이 그대로 세상에 묻히는 듯 했다. 하지만 최근 장진수 전 주무관의 연이은 폭로로 세간에서 추측했던 대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돌연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이 21개월 만에 회견을 자청 “불법 사찰 컴퓨터 자료 삭제는 제가 몸통”이라고 주장했다.?
과연 그가 몸통일까? 여권 관계자의 말을 빌린 3면의 기사에서는 “그 뒤에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 있고, 그 위에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이영호 씨는 몸통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그의 회견 내용은 신빙성이 없다. ‘“내가 몸통이다” 깃털의 자백’이라고 한 제목은 이 모든 걸 탁월하게 압축했다.?
다른 신문들의 제목은 대체로 이영호 씨와 장진수 씨 측의 주장을 나란히 배치했으나, 조선일보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이영호 씨의 주장을 인용하면서도 깃털의 자백이라고 덧붙임으로써 그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을 단순 명쾌하게 나타내고 있다. 주장이 서로 맞서는 사안에 대해서 여느 편집자처럼 양측의 주장을 나란히 배열하는 상투적 균형을 취하지 않고, 상황의 흐름과 핵심을 꿰뚫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혜안이 돋보인 제목이다.?
아울러 이 신문은 회견이 끝난 뒤 이영호 씨를 단독 인터뷰하여 “검찰이 수사 때 자료 폐기했냐고 묻지도 않았다”는 이영호 씨의 진술을 실어 당시 검찰 부실수사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전했다. 재수사하겠다고 나선 검찰이 ‘윗선 개입’을 얼마나 밝혀낼지 지켜볼 일이다.
AsiaN 편집국 news@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