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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반, 우려 반’ 박근혜 정부 출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마침내 당선인 꼬리표를 뗀다. 신임 대통령 취임식은 새 정부의 정체성을 내보이는 중요한 이벤트다. 제18대 대통령인 박근혜 정부는 그 성격에 맞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국제사회는 동아시아의 첫 여성 대통령 탄생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경축 분위기 이면에는 그러나 인사와 정부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일정에 맞추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있다. 특히 국방부장관 후보자 등 몇몇 문제 인사들의 도덕성과 자질 문제는 새 정부의 인사 무능과 함께 대한민국 엘리트층의 탐욕과 위선, 도덕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관한 외신보도를 구글에서 검색하려면 ‘inauguration’이란 단어가 필요하다. ‘inauguration’은 일반적인 사업이나 임기의 시작을 뜻하기도 하지만, 주로 국가 정상의 취임식을 지칭하는 특정 용례로 쓰이는 말이다.

뒤에 ‘의식’을 뜻하는 ‘ceremony’를 붙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족이다. ‘inauguration’ 자체가 취임식이란 의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졸업식을 ‘ceremony’ 빼고 그냥 ‘commencement’라 하는 것과 같다.

‘inauguration’은 고대 로마의 성직자이자 관료인 ‘augur’에서 유래한 말이다. ‘augur’는 새의 움직임을 관찰해 신의 뜻을 해석하는 ‘권위 있는’ 직분이었다. 전쟁이나 종교의식, 중요한 거래가 있을 때 그 향배를 정해주는 것이 ‘augur’의 역할이었다. ‘augur’가 해석한 신의 뜻이 바로 전조(前兆) 또는 길조라는 의미를 가진 ‘auspices’다. ‘augur’는 현대 영어에서 주로 ‘조짐이 되다’라는 동사로 쓰인다.

‘inauguration’은 그렇게 상서로운 기운을 띤 말이다. 새 시대, 새 출발을 다짐하는 자리에 걸맞는 어감이다. 나라의 경사인 대통령 취임식에는 국내외에서 많은 손님이 참석한다. 그런데 이번 취임식은 외빈들만 놓고 볼 때?역대 취임식에 비해 체급이 다소 떨어진다.

관행대로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상주대사 102명과 비상주 대사 26명 등 145명의 주한 외교사절이 모두 초청됐다. 이와 별도로 각 나라가 특별 경축사절단을 파견한다. 대통령취임식준비위에 따르면 정상급 인사와 국가원수가 파견하는 정부 고위대표는 22명이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국 경축사절이 과거 대통령 취임식에 비해 한 급 낮아졌다. 미국의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탐 도닐론 국가안보보좌관을 단장으로 다니엘 러셀 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등이 참석한다.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곤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보낸 것으로 비롯해 국무장관을 경축사절단장으로 보내곤 했다.

과거 총리가 직접 참석했던 일본도 이번에는 아소 다로 부총리를 파견한다. 지난 취임식에는 후쿠다 아스오 총리가 참석했다. 중국은 지난번 탕자쉬안 국무위원이 참석했었는데, 이번에는 류옌둥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경축사절로 온다.

이번 취임식 경축사절 중 국가원수급 인사는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명목상 국가원수 대접을 받는 틴 브라이스 호주 총독, 데이비드 존스톤 캐나다 총독 등이다.

외빈의 격이 낮아진 것이 굳이 흠잡을 일은 아닐 것이다. 경축사절은 어차피 일과성 행사일 뿐 실질적 외교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은 4년마다 열리는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사절을 공식 초청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 정부가 실용을 지향하고 과시보다 내실을 중시한다는 긍정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주요국 외빈 초청에 목을 맸던 과거 정부들을 떠올리면 경축사절의 급에 연연하지 않을 만큼 당당해진 한국의 위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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