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가안보회의①창설] 1947년 전후 초강대국 미국의 세계전략 수행 위해 설립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미국의 국가안보회의(National Security Council, NSC)는 1947년 국가안보법(National Security Act)에 의해 설치되었다. 주 임무와 기능은 ‘국가안보에 관련되는 대내외정책과 군사정책을 통합(integration)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1947년의 국가안보법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불가불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하게 된 미국이 적극적인 세계전략(global strategy)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체제 골격을 구성했다.
첫째가 국가안보회의의 설치, 둘째 3군을 통합한 국방부의 창설, 셋째는 중앙정보국(CIA)의 조직이며, 넷째로 국가안보자원회의(National Security Resources Board)의 설치다.
국가안보회의의 주요 기능이 “대내정책(domestic policy), 대외정책(foreign policy), 군사정책(military policy)의 통합”이라는 규정은 20세기 후반 국가안보란 어떠한 내용을 지니는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이다.
미국 국방대학원에 의해 정의된 국가안보의 개념은 “군사, 비군사에 걸친 국내외로부터 기인하는 각종, 각양의 위협으로부터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추구하는 제 가치를 보전, 향상시키기 위해서 정치, 외교, 사회, 문화, 경제, 군사, 과학, 기술에 있어서, 제 정책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하여 기존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배제하고 일어날 수 있는 위협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며, 나아가 발생한 불시의 사태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국가안보의 개념에 대한 매우 광범위하고 정교한 정의는 국가안보법이 이루어질 당시 이미 체계화되어 있던 것이라기보다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국가전략체계가 정비되면서 국가안보 또는 군사전략에 관한 학문적 탐구가 상당히 진전된 후에 정리된 내용이라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가안보회의와 같은 조직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가 모아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1944년 설치된 국무, 육군, 해군 3성 협조위원회(State-War-Navy Coordinatory Committee: SWNCC)가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 이전에도 육군과 해군, 군사부문과 외교부문의 정책 조정, 협조, 통합은 여러 가지 차원과 방법에서 이루어졌지만 1944년 SWNCC의 설치는 이러한 협조를 보다 제도화, 정형화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NSC 성립 이전에도 미국의 대내외 정책, 군사정책은 각종 채널과 절차를 통하여 통합, 조정되어 왔었지만 1947년 NSC 설치는 이러한 기능을 보다 제도화, 정형화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다. 1947년 NSC의 설치는 한마디로 지금까지 미국의 대외정책 수행의 주무부처였던 국무부와 이제 새로이 대외정책 수행의 보다 적극적인 행위자로 부상된 국방부간의 보다 유기적인 협조를 기하며, 나아가 국가안보정책을 국무부, 국방부의 기존 관료조직의 제한된 시야와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가 대통령의 차원과 입장에서 구상, 조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미 국무부는 단순히 외교 주무부서가 아닌 외교, 경제, 군사, 문화 등 여러 수단을 통합한 대외정책의 주무부처였으며 육, 해군성은 대외정책 수행에 필요한 군사력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주책임을 지고 그 군사력에 어떠한 정책 목표를 부여할 것인가는 국무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이끌어 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이라는 또 하나의 초강대국의 등장으로 미국 자체의 생존이 위험에 노출된 점에 대비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소 포위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군사력을 전개하게 되었으며, 또한 군사력이 대외정책 수행에서 결정적 수단이 됨에 따라 국방부와 국무부가 대등한, 또는 국무부가 국방부를 지원해야 할 입장에까지 이르게 됨에 따라 군사정책과 대외정책의 조정, 통합이라는 과제가 중요하게 되었다. 이를 제2차 세계대전 때의 SWNCC와 같은 임시기구(ad hoc committee)에 맡기기보다는 대통령의 주도 하에 통합, 조정된 국가안보정책을 구상, 추진하기 위한 제도가 NSC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