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언론에 비친 박근혜 대통령

[이주의 키워드] standing ovation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방문이 세계 언론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몇몇 인상적인 표현을 남겼다.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 취임 후 10주만에 나선 첫 외교무대였던 만큼 언론보도는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박 대통령의 이번 4박6일 방미는 북한의 핵 도발로 조성된 위기상황 직후여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눈에 띄는(high-profile)’이란 수식어가 자주 쓰였고, 오바마 대통령과는 ‘진심 어린 자세로(with cordiality)’로 회담했다는 표현이 나왔다. <더 디플로맷>은 박 대통령의 ‘신뢰의 정치’를 ‘trustpolitik’라는 신조어를 동원해 설명했다. 한국을 ‘떠오르는 동방(the rising East)’이라고 한 찬양 기사도 눈에 띠었다.

북핵 문제에 관해서는 짧고 명료한 메시지를 보낸 탓에 단호한 이미지가 강조됐다. <NBC방송>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을 최근 타계한 대처 전 영국총리에 견줘 한국의 ‘철의 여인(Iron Lady)’이라 불렀다. 세계 언론이 박 대통령에 대해 주목한 포인트는 대체로 세 가지다.

첫째 20대에 절대권력자 아버지와 어머니의 비극적 죽음을 경험한 점, 둘째 남성 우월적인 한국사회에서 미혼의 여성 정치인으로 성공가도를 달려온 점, 셋째 특유의 품위와 단아함, 신비로움을 배경으로 퍼스트 레이디의 역할을 수행했다는 점 등이다.

일부 언론은 박 대통령이 외모에서 보이는 우아한 매력 속에 단단한 결기를 갖췄다고 전했다. 이 때 사용한 단어가 ‘backbone’이다. <워싱턴 타임스> 칼럼 ‘Park shows backbone’이 그 중 하나다. ‘backbone’은 ‘등뼈’를 말하지만 추상적으로는 ‘중추, 기개, 근성’이란 의미로 쓰일 수 있다. 그래서 ‘have/ show/ display backbone’이라고 하면 ‘줏대/ 근성/ 기개가 있다’는 말이 된다.

박 대통령의 ‘굳은 심지’을 표현한 말에도 ‘척추’가 나온다. 하와이의 한 신문은 박 대통령의 젊은 시절 비극적 경험을 설명한 뒤 “그런 혹독한 경험을 정서적으로 극복한 것이 그의 심지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Coping emotionally with that searing experience has surely put steel into Ms. Park’s spine.)”고 했다. ‘put steel into spine/ backbone (척추에 철심을 박았다)’는 표현은 ‘강건한 줏대를 세우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의 방미외교는 5월9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절정을 이뤘다. 상·하원 의원 35명의 영접을 받으며 입장한 박 대통령은 34분간 차분히 영어로 연설했다. 연설 도중 40차례나 박수가 쏟아졌다. 이 중 6번은 최고의 존경을 표시하는 기립박수(standing ovation)였다.

특별한 연사의 입장·퇴장시 기립박수는 미 의회의 관행이다. 미국 의원과 내빈들이 연설 중 보낸 4차례 기립박수는 최상급 찬사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의원 중 4명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호명할 때 첫 기립박수가 나왔다.

박수를 뜻하는 ‘ovation’은 고대 로마에서 ‘전투 없이 이긴 전쟁’을 축하하는 전승의식이란 의미의 라틴어 ‘ovatio’에서 유래한 단어다. 어감상 일반적으로 박수를 의미하는 ‘applause/ clap’보다 격식을 갖춘 말이다. 그래서 현대영어에서는 주로 기립박수라는 용례로만 쓰인다. 요즘엔 ‘ovation’을 ‘O’로 줄여 표기하기도 한다. 기립박수를 ‘standing O’라 쓰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화제가 된 기립박수는 2008년 대선에서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던 ‘보수의 아이콘’ 사라 페일린이 받은 환호였다. 그는 5월 초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국소총협회(NRA) 연례총회에 참석해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중인 총기규제 강화법안에 대한 반대연설로 열렬한 기립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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