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 합법화가 ‘대세’

[이주의 키워드] skim milk marriage

미국사회가 동성결혼 문제를 놓고 또다시 뜨겁게 달아올랐다. 미연방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금지한 캘리포니아주의 법 조항(Proposition 8)과 동성결혼자의 복지혜택을 제한하는 결혼보호법(DOMA)에 대한 위헌여부 심리에 들어간 탓이다.

핵심 쟁점은 결혼을 ‘한 남성과 한 여성의 이성간 결합’이라고 규정한 조항이 헌법에 부합하느냐이다. 대법원 앞에서 찬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최종 결론은 6월 말쯤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법관 9명 중 5명이 동성결혼 금지 법의 합헌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이번에는 위헌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 3월27일 진행된 대법원 심리과정에서 재미있는 용어가 하나 튀어나왔다. ‘skim milk marriage’가 그것이다. 리버럴 성향의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대법관은 동성결혼 금지의 위헌성을 언급하면서 “(결혼보호법 때문에) ‘full marriage’와 ‘skim-milk marriage’의 두 가지 결혼 방식이 생겼다”고 꼬집었다.

‘skim milk’는 지방을 뺀 탈지우유다. 다이어트 효과를 위해 우유 고유의 맛을 포기한 ‘우유답지 않은 우유’를 말한다. 따라서 긴스버그 대법관의 말은 동성결혼 금지로 인해 이성간의 완전한 결혼 외에 불완전한 ‘짝퉁 결혼’ 방식이 하나 더 생겼다는 뜻이 된다.

원래 ‘skimmed milk’에서 간소화된 ‘skim milk’는 다른 단어 앞에 붙여 ‘시덥잖은’이란 냉소적인 어법으로 흔히 쓰이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full’과 짝을 이뤄 귀에 쏙 들어오는 생생 어구가 됐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오늘의 어록상은 긴스버그 대법관이 차지하게 됐다 (The quote of the day goes to Justice Ruth Bader Ginsburg)”고 표현했다.

동성결혼(same-sex marriage 또는 gay marriage)은 미국인의 이념적 성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이슈다. 동성결혼은 그동안 치열한 쟁점이 돼온 일련의 동성애자 권리(gay rights) 중에서도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연방 대법원이 이번에 동성결혼을 금지하거나 혜택을 제한하는 법령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리면 한 세대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역사적인 판결이 된다.

세계의 시대정신은 이미 동성결혼 합법화 쪽으로 기울고 있다.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아이슬랜드, 캐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11개 나라가 동성결혼을 법률로 인정했다. 부분적으로 인정하거나 현재 합법화 절차가 진행중인 나라도 많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동성결혼 합법화를 천명했다. 에릭 홀더 법무장관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심지어 공화당의 롭 포트만 상원의원 같은 유력 정치인들이 동성결혼 지지대열에 합류했다. 현재 뉴욕, 코넷티컷, 메인, 워싱턴 등 9개 주와 워싱턴DC가 동성결혼을 법으로 허용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동성결혼 지지가 세를 얻고 있다. <CBS방송>이 최근 실시한 조사 결과 연방정부가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이성결혼자들과 동일한 복지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60%가 찬성하고 35%가 반대했다. 특히 찬성의견 중 33%는 이전에 반대의견을 가졌었다고 답해 여론의 추이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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