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EO’ 교황

[이 주의 키워드] papal conclave

세계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가톨릭교회의 새 교황이 선출됐다. 사상 첫 중남미 출신 교황이 탄생하면서 그 배경과 의미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오랜 전통 속에 자리잡은 교황 선출과정은 의식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몇몇 낯선 용어들을 노출시켰다.

우선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은 영어로 ‘pope’다. ‘아버지’를 의미하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papa’에서 유래한 말이다. 기록에 의하면 ‘pope’는 3세기부터 주교 일반을 일컫는 직함으로 쓰이다가 6세기경 ‘로마의 주교’ 즉 오늘날 교황의 의미로 굳어졌다.

‘pope’에서 파생한 말 중 ‘papacy’는 교황직 또는 교황의 권위를 뜻한다. 그 형용사는 ‘papal’이다. 그래서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는 ‘papal mass’, 교황이 교리와 신앙에 관해 내린 결정은 한 점 오류가 없다는 그 유명한 교황 무류성은 ‘papal infallibility’이다.

교황 선출에서 언론의 관심이 쏟아진 ‘papal conclave’는 물론 교황 임종 또는 귈위시 차기 교황을 뽑기 위해 소집되는 비밀회의다. ‘conclave’는 ‘열쇠로 잠근 방’ 이라는 뜻의 라틴어로 추기경 또는 주교들의 비공개 회의를 지칭한다. 드물지만 교회가 아닌 단체에서도 사용하는 일반명사이다.

그러나 교황선출 비밀회의라는 국한된 뜻으로 널리 알려졌다. 한국언론에선 로마 교회의 전통을 존중해서인지 철자가 같은 영어가 아닌 라틴어 발음대로 ‘콘클라베’라고 표기하고 있다.

교황 선출과 관련해 눈길을 끈 언론보도 중 하나가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인터넷판의 ‘최고경영자 교황(Pope, CEO)’이다. 이 기사는 가톨릭교회를 세계 최초의 다국적 기업이라고 전제하고 그 수장인 교황을 12억 고객과 100만 종업원, 수천만 명의 자원봉사자, 글로벌 공급망, 통일된 로고와 막강한 로비력을 갖추고 신흥시장 개척에 나서는 경영자에 빗댔다.

그런 눈으로 보면 ‘papal infallibility’는 교황의 위기관리 수단, 신도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신흥시장, 비유럽권 교황 선택은 세계화 전략이 된다.

이 기사는 베네딕트 전 교황의 사퇴가 혁신적인 전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교황은 반드시 임종 때까지 쥐고 있어야 할 종신 지위가 아니라 회사의 경영자와 같은 하나의 ‘일하는 자리’임을 주지시켰다는 것이다.

이것이 차기 교황을 뽑은 추기경들의 사고의 폭과 자율성을 높여줌으로써 여러 가지 성취가 기대되는 남미 출신 교황 선출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과정은 어쨌든 신임 교황 앞에 성직자들의 잇딴 비리와 성추문 등으로 얼룩진 교회 내부를 개혁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거듭나는 벅찬 과제가 놓여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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