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대로 알기] ‘장기’···한·중·일 어떻게 다른가?
[아시아엔=중국을 읽어주는 중국어교사 모임] 장기는 중국어로 ‘시앙치(象棋)’라고 한다. ‘象’은 ‘코끼리’를 뜻하는데 코끼리라는 의미보다는 征자를 붙여 象征(코끼리 상, 칠 정) 즉 ‘상징하다’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왜 장기에 상징하다는 의미의 상(象)자가 사용되었을까?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장기를 둔 적이 한 번이라도 있다면 쉽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에는 군대의 구성원인 ‘상, 마, 포, 차, 졸’이 있다. 이는 코끼리 부대, 기마 부대, 화포 부대, 전차 부대, 병졸 부대를 의미한다. 고대 군사제도를 상징하는 것이다. 장기의 ‘棋(바둑 기)’는 작게 자른 나무 조각 말을 상징한다.
장기는 현재 중국 정식 스포츠 종목 78개 중 하나로 채택되어 있는 정신 강화 운동으로 꼽힌다. 장기는 진영을 청과 홍으로 나누어 각각 16개의 말을 가지고 작전을 구사하여 상대편 왕을 잡으면 이기는 게임이다.
한 판의 장기 속에는 수 읽기, 맥, 임기응변, 질서, 희생, 봉사, 애국, 처세술, 기 수련, 덕과 절제, 창의력 등이 들어 있다. 이런 이유로 장기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지력을 높여 주는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장기 규칙은 어떻게 다를까?
1. 장(將)의 경우, 한국의 장은 궁 안에서 선을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반면, 중국 장기의 장은 전후좌우로 한 칸씩밖에 움직일 수 없다.
2. 사(士)의 경우, 한국의 사는 장과 함께 궁 안에서 선을 따라 움직일 수 있는 반면, 중국의 장기는 대각선으로밖에 움직일 수 없다.
3. 상(象)은 한국의 경우 앞으로 한 칸 대각선으로 두 칸을 움직이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대각선으로 두 칸밖에는 움직일 수 없다. 또한 장기판 가운데에 있는 강(江)을 넘어가지 못한다.
4. 포(砲)는 한국의 것과 전혀 다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움직이기 위해서 반드시 말 하나를 뛰어 넘어야 하지만, 중국 장기의 포는 마치 차(車)처럼, 직선 방향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단, 상대의 말을 잡기 위해서는 한국의 포와 동일하게 앞에 말을 하나 건너뛰어야 한다.
5. 졸(卒)과 병(兵) 역시 한국의 것과 조금 다르다. 한국에서는 뒤로만 못 갈 뿐 전진은 물론이고 좌우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반면 중국의 졸은 강을 넘기 전과 후에 따라 움직임이 다르다. 강을 넘기 전에는 전진만 가능하지만, 강을 넘은 후에는 한국 졸병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다.
6. 차(車)의 경우는 한국과 똑같지만, 궁 안에 들어갔을 때 한국 장기에서는 대각선 방향의 차장(車將)이 성립되지만, 중국장기는 궁 안에 들어가도 종횡방향으로밖에 이동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장기를 ‘쇼기’라고 부른다. 일본 장기는 한국, 중국 장기와는 전혀 다른 규칙을 가지고 있다. 한국, 중국의 장기는 선과 선이 만나는 교차점 위에 말을 두는데, 일본은 선과 선이 만들어 낸 칸에 말을 둔다. 한국과 중국 장기는 쓰는 말이 같은 반면, 일본 장기에서 쓰는 말은 완전히 다르다.일본 장기는 옥(玉), 금(金), 은(銀), 계(桂), 향(香), 각(角), 비(飛), 보(步)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한국, 중국 장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승급이라는 규칙도 있다.
象棋의 象이 코끼리를 뜻하는데, 예로부터 인도에 코끼리가 많아 장기의 기원이 인도라는 설이 있다. 하지만 이는 설에 불과하다. 중국의 남월 지방에도 인도 못지않게 코끼리가 많았다. 장기 자체가 초(楚)나라 왕 항우와 한(漢)나라 왕 유방의 각축전을 모방해서 초와 한으로 나뉘어 겨루는 것이었다.
이로 미루어 보아도 중국이 장기의 발상지임이 확실하다. 장기의 말인 녹색의 초나라, 적색의 한나라는 당시 초나라와 한나라 군사의 갑옷 색이 녹색과 적색인 것에서 비롯되었다. 장기의 창시자가 한나라를 건국한 유방의 모사였던 한신이라는 전설도 있다. <출처=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