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대로 알기]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

양꼬치와 칭따오 맥주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외, <지금은 베트남을 읽을 시간> 등 저자] 중국에 가면 양꼬치 전문점이 많다. 해질 무렵 동네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고소한 냄새가 나침반이 되어 나도 모르게 양꼬치구이집 앞에 도착하게 된다.

좌판 형태의 작은 가게도 있지만, 중국사람들은 규모가 큰 집을 선호하는지라 엄청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가게도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연기에 다소 주춤할 수도 있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양꼬치를 굽고 있다는 것에 놀란다.

가운데 화덕을 놓고 둘레에 삼삼오오 앉아 산처럼 쌓아 놓은 양꼬치와 맥주를 보면 ‘저렇게 많은 걸 누가 먹지?’라는 걱정을 한다. 그러나 잠시 후면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양꼬치구이를 먹을 수 있다.

어떤 연예인의 “양꼬치엔 칭따오”라는 유행어 덕분에 칭따오 맥주 인기가 덩달아 상승했다. 게다가 이 연예인은 칭따오 맥주의 광고까지 찍으며 승승장구했다. 중국 길거리 음식 중 하나인 양꼬치구이가 중국 맥주인 칭따오맥주와 잘 어울린다는 재미있는 발상의 마케팅이다.

이 광고 덕분에 양꼬치구이를 먹을 때 칭따오를 안 마시면 뭔가 섭섭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칭따오 맥주는 언제부터 이렇게 유명해진 것일까?

칭따오는 한자로는 ‘青岛’라고 쓴다. 한국어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청도’라고 읽는다. 위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산둥반도 동남쪽에 위치하고 있고 바다에 인접한 항구도시다. 비행기로 한 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고, 인천항에서 출발하는 페리를 타면 16시간 정도 걸려 닿을 수 있다.

칭따오의 2016년 기준 지역총생산은 1조 11억 2900만 위안(대략 1600억달러)이다. 이 정도면 카타르 GDP와 맞먹는 숫자다. 한 마디로 경제적으로 부유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도시에는 예쁜 독일식 건물들이 많아서 ‘중국의 작은 유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바닷가 앞에 있는 5.4광장의 빨간 불꽃 같은 건축물이 칭따오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유명하다. 또 미녀들이 많기로 유명한 동네이기도 한데, 걸그룹 f(x) 출신의 빅토리아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 지극히 평범한 도시의 맥주가 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할까? 칭따오 맥주는 세계 맥주판매량 2위를 차지하는 판매량을 자랑한다. 유명하기로 따지면 베이징이나 상하이가 훨씬 유명한데, 베이징맥주, 상하이맥주는 한국에서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베이징 지역의 맥주는 옛 이름을 딴 ‘옌징맥주’라고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이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에 프랑스·독일·러시아는 중국이 일본과 체결한 시모노세키조약 중 일본이 랴오둥반도를 차지하는 것을 반대했다. 그 후 중국 영토는 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 등 서구 열강들의 요구에 따라 ‘조계지’라는 이름으로 식민지화되는데, 그때 독일이 들어온 지역이 바로 칭따오다.

독일 사람들은 맥주를 물처럼 마신다고 할 만큼 맥주를 사랑한다. 독일인들은 이곳에 살면서 유럽 스타일의 건물만 예쁘게 지은 게 아니라 맥주공장까지 건설했다. 이 공장이 지어진 건 1903년인데, 생산설비는 물론 원재료까지 다 독일에서 공수해 왔다.

이후 1914년 독일 사람들이 중국대륙에서 철수하지만 공장은 그대로 남게 되었고, 이후 칭따오를 침략한 일본이 막대한 돈을 들여 수리하고 설비를 보완하면서 생산성은 더욱 향상·발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침략자들이 남기고 간 유산으로 중국인이 자부하는 최고의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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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1978년 미국시장에 진출하고 15년만에 초기 수출 2만 상자에서 120만 상자로 늘어나, 미국 내 판매량 9위에 육박할 만큼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현재는 미국을 비롯한 영국·프랑스·캐나다·브라질·일본 등 71개국에 수출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칭따오·맥주는 독일 스타일답게 일반 노란 맥주와 흑맥주 두 가지 타입을 초기부터 생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녹색병의 노란 맥주를 비롯해 밀맥주 위트비어, 흑맥주 스타우트, 그리고 비열 처리한 퓨어드래프트(생) 등이  팔리고 있다. 실제로 중국 현지에선 맛과 향이 다른 종류가 상당수 생산된다.

한편 칭따오맥주는 생산공장에 따라 맛이 다르다며 칭따오의 원래 공장에서 생산된 것만 찾는 사람들도 있다. 칭따오시 덩저우루(登州路) 56번지가 바로 그곳인데, 지금은 칭따오맥주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중국에 가서 칭따오맥주를 마시게 될 기회가 있다면, 칭따오맥주 라벨지에 붙은 생산지 주소를 확인하고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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