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바로 알기⑧] 장례식 때 망자 위해 ‘가짜돈’ 태워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외] 동아시아 국가의 독특한 문화 가운데 10간(干) 12지(支)가 있다. 이는 원래 고대 중국에서 시간과 공간을 구별하여 표기하는 부호였으나, 음양오행과 결부되어 세계를 해석하고 예측하는 복잡한 주역 이론의 근간이 되었다.
특히 기원전 2세기에는 12개 지에 쥐·소·호랑이 등의 동물을 배당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띠’가 되었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이므로 지는 자(子)이고, 자는 쥐에 해당하므로 2020년에 태어난 아기는 쥐띠가 된다.
동아시아 문화권 국가들은 모두 띠 문화가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12지에 해당하는 동물이 조금 다르다. 즉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에서는 12지 동물이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인데 반해, 베트남에서는 소 대신 물소, 토끼 대신 고양이, 양 대신 염소다. 그래서 내년인 2021년에 태어나는 아이는 소띠가 아니라 물소띠가 된다. 물소띠, 고양이띠, 염소띠가 있다니, 신기하게 들린다.
우리나라에서 새해가 되어 한해 신수를 점치거나, 재미로 보는 ‘오늘의 운세’ 등을 알려면 띠가 중요한 근거가 된다. 베트남에도 이러한 풍습이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은 음양의 조화와 방위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며, 결혼이나 사업, 이사 등과 같은 집안의 큰일을 치를 때 날짜와 시간을 따져 정하기도 한다. 또한 베트남 사람들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는 대화를 나눌 때 종종 상대방의 생년을 묻는데, 그것은 나이를 알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상대의 띠와 나의 띠가 조화를 이루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다양한 속설이 있는데, 몇 가지만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임산부에 관한 속설에는, 흰 피부의 아기를 출산하고 싶다면 달걀을 많이 먹어야 한다거나, 엄마 배 속에 있는 태아가 조용하면 아들이고, 발길질이 심하면 딸이라고 믿는다.
장례에 관한 속설에는, 죽음이 임박한 사람의 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게 한다거나, 망자를 입관하기 전에 관에 있는 마귀를 물리치기 위해 점쟁이가 관을 칼로 세 번 내리치는 풍습도 있다.
그리고 상중일 때는 다른 사람의 결혼식 같은 중대사에 참여하거나 자기 가족의 중대사를 치르지 않으며, 망자의 사망 시간이 좋지 않을 때는 망자의 영혼이 나쁜 곳으로 끌려 가지 않도록 밤에 자신을 불러도 대답을 하지 않는 풍습도 있다. 그리고 망자를 위해 가짜 돈을 태우는 문화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러한 민속신앙 외에도 베트남에는 다양한 종교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종교는 역시 불교다. 베트남불교회에 따르면, 베트남의 불교 신도는 전체 인구의 40~50퍼센트, 주요 계파는 북종, 남종이다.
중국의 베트남 동화정책 추진으로 전한시대부터 베트남에 전래된 유교는 베트남 리, 쩐, 허우레 왕조 시기의 정치적 기틀이 되었으며, 문묘가 세워지고 유학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되었다. 중국의 도교도 베트남의 전통 문화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조왕신에게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톨릭교는 서양에서 선교사가 들어오면서 전래되었는데, 사회주의 정권이 수립되면서 북베트남 정권에 대항하기도 했다. 개신교는 1950년경에 베트남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었는데, 이 또한 베트남의 통일 이후 활동이 중단되었다가 1990년대 이후 다시 활동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밖에도 베트남의 신흥 토종종교인 까오다이교와 호아하오교도 있고, 소수민족인 짬족의 종교인 이슬람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