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로 알기] 홍콩과 마카오는 중국 땅?

홍콩~마카오의 55㎞ 잇는 ‘세계 최장’ 강주아오 대교가 2018년 10월 개통됐다. 종전 3시간 이상 걸리던 두곳 거리가 30분에 가능해졌다.

[아시아엔=심형철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지금은 베트남을 읽을 시간> 저자 외] 무심결에 보면 홍콩도 하나의 나라 같고, 마카오도 하나의 나라 같은 생각이 든다. 특히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경기에서 홍콩 기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국가 대항전이기 때문에 자국 국기를 앞세운 국가대표단이 참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홍콩도 국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사실 홍콩이나 마카오는 국가가 아니면서도 예외적으로 참가하는 것이다.

법적으로 홍콩·마카오는 중국의 한 지방이다. 해외여행을 좋아하는 분들도 항공권이나 패키지 상품을 검색할 때 싱가포르·말레이시아와 함께 동남아시아 카테고리에서 찾아야 홍콩과 마카오를 찾을 수 있다. 마치 동남아의 한 나라 같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지방 가운데 하나다. 이들 두 도시는 그들만의 특별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예외적인 경우로 인정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왼쪽 원 안)

우선 두 도시의 정식명칭은 홍콩의 경우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특별행정구(中华人民共和国 香港特别行政区), 마카오는 중화인민공화국 마카오특별행정구(中华人民共和国 澳门特别行政区)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두 도시는 ‘특별행정구’이다.

‘특별’이라는 말에서처럼 두 도시는 중국에서 굉장히 특별한 도시다. 드넓은 중국 땅에서 딱 두 군데뿐인 특별행정구다. 이 두 도시는 유럽국가의 통치를 받다가 중국이 반환 받은 도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홍콩은 영국 통치를 받았다. 홍콩 섬은 1841년 영국군에 의해 점령되었고, 난징조약을 통해 청나라로부터 영국으로 정식으로 양도되었다. 이듬해 영국은 홍콩총독부를 신설했고, 1860년 제2차 아편전쟁 이후 카우롱반도(九龙半岛)가 영속적으로 영국에 귀속되었다.

1898년 영국은 홍콩과 인접한 북부 섬과 신행정구역으로 알려진 신계를 99년간 조차했다. 조차기간이 끝나고 1997년 홍콩 섬과 카우롱반도를 포함한 모든 홍콩 지역이 중국으로 반환되었다.

왜 99년일까? 1898년 당시는 세계열강의 제국주의 침략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 사람들은 “앞으로 100년 뒤에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라고 여겼다. 그래서 99년쯤 해두면 서로 체면도 안 상하고, 반환할 대상이 없어지니 영원히 홍콩을 차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1997년 당시 중국은 이전보다 훨씬 건재하였기 때문에 반환을 받게 된 것이다.

마카오도 비슷하다. 마카오는 포르투갈 통치를 받았다. 1553년 명나라 시기, 마카오에 온 포르투갈 사람들은 “화물이 젖어서 육지에서 말리고 싶다”는 구실로 현지 관리에게 뇌물을 주고 마카오 체류를 인정받았다. 4년 뒤부터는 뇌물을 매년 건네면서 본격적으로 마카오에 눌러 앉게 되었다.

1572년 명나라 중앙정부는 포르투갈인의 마카오 체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이후 포르투갈과 청나라가 체결한 1887년 리스본 의정서, 1888년 청-포르투갈 통상우호조약에 따라 마카오는 정식으로 포르투갈령이 되었다. 그리고는 100년쯤 지나 1999년 중국에 반환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인데 반해, 홍콩과 마카오를 오랜 시간 통치했던 영국과 포르투갈은 의회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국가다. 그런 이유로 정치체제가 갑자기 달라지면 해당 지역 주민들 혼란이 클 것이 예상되어 중국정부는 두 도시를 반환 받을 때 예전의 시스템을 크게 건드리지 않았다.

나라는 중국이지만 중국의 일반적인 지역과는 다른 제도를 허용한 셈이다. 이것을 ‘일국양제(一國兩制)’라고 한다. ‘하나의 나라, 두 개의 제도’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 홍콩·마카오는 중국 중앙정부에서 분리된 채 행정·입법·사법을 운영하고 있다.

홍콩·마카오 사람이 홍콩·마카오를 다스린다는 원칙 아래 경제·금융·무역·관광·문화·체육 등 거의 모든 분야를 중국 중앙정부와 따로 운영하고 있다. 외교와 군사 등 몇 부분만 제외하고 홍콩이나 마카오는 국제기구에 따로 가입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도 따로 가입하여 올림픽에 독자적으로 출전하는 것이다.

물론 몇해전 발생한 우산혁명이나 작년 송환법과 최근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계속 되고 있는 홍콩 주민들의 대규모 시위는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간섭에 대한 강한 반발인 것이다.

홍콩이나 마카오는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다. 특히 두 도시는 거리가 멀지 않아서 묶어서 볼 수 있고, 세계 최장의 강주아오대교 덕분에 육로로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중국 아닌 중국이 바로 홍콩과 마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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