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기업문화 “채용 후 가족처럼 키워”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교사]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일본도 구조조정에 들어갔지만, 2018년 5월 현재만 해도 일본의 실업률은 2.2%로 26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우리 현실에선 상상이 안 되지만 구인난이 계속되다 보니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 취업률이 98%에 달해 사실상 전원 취업 상태였다. ‘오와하라’(おわハラ)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오와레’(おわれ, 끝내라)와 ‘하라스멘토’(ハラスメント, harassment, 괴롭힘) 두 단어가 결합한 것으로 기업이 입사가 확정된 사람들에게 다른 취업활동을 못 하게 한다는 뜻이다.

취업한 이후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거다. 주로 중소기업의 경우로, 중복 합격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입사 내정자에게 구직 사이트에 올렸던 이력서를 삭제하도록 강요하거나 더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라는 식이었다.

일본의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 입사는 우리나라처럼 여전히 경쟁이 치열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은 전체 고용의 약 12%를 차지하는 반면 일본은 30% 정도라고 하니 수치상으로는 우리보다는 수월한 편이다.

그렇다면, 일본에서 ‘오와하라’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구인 난이 심각해진 이유는 뭘까?

일단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가 2013년부터 추진한 경기부양책)의 영향으로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었고 덕분에 일자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자리는 늘었는데, 저출산에 급속한 고령화 현상,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까지 은퇴하고 나니 일할 사람이 줄어들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인구 규모로 봤을 때 덩어리처럼 돌출되어 보인다고 해서 일본어로는 ‘단카이’(?塊, 덩어리) 세대라고 한다. 이들이 60세를 바라보는 2004년 당시, 그들은 전체 노동인구의 8%를 차지할 정도였다. 그래서 일본은 일찌감치 고령화에 대비해 1995년 ‘고령사회 대책기본법’을 제정해서 정년 연장, 계속고용제도, 고령자를 위한 일자리 만들기 등의 정책으로 베이비붐 세대 퇴직의 충격을 최소화했다.

고령사회(총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14% 이상)를 대비하여 출산유도 정책을 펴왔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이 막강한 베이비붐 세대가 떠난 취업 시장을 메꿔 줄 인력이 모자라게 됐다.

구인난 원인의 또 하나는 프리터(フリ?タ?,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취미활동에 몰두하는 등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 일본식 영어 ‘free arbeiter’가 탄생한 배경이다)나 니트족(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같은 취업 포기자들 때문이EK.

장기불황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신규고용은 감소했다. 최근 이 프리터가 타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양산되며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 욜로(YOLO)가 유행이기도 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취미와 여가를 누리고 싶다는 얘기다. 20~30대 프리터가 수백만명에 이른다. 정규직에 연연하지 않는, 자발적 비정규직 인구가 많은 것도 기업의 구인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채용문이 열렸는데도 프리터가 많은 일본의 급여수준은 어떨까?

우선 최저임금의 경우, 2018년 10월부터 1년간 전국 평균 시간당 최저임금은 874엔, 한화로 8740원 정도다. 일본은 47개 도도부현(都道府?)마다 적용하는 최저임금이 다르다. 즉 비슷한 일을 해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차이가 있다. 대도시권은 높고, 지방은 낮은데, 도쿄는 985엔(약 9850원), 가고시마(鹿?島)는 761엔(약 7610원)이니 꽤 차이가 난다. 

인력 부족으로 시급이 치솟아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제시하는 사업장이 많다. 한편 일본은 아르바이트에도 교통비를 지원해 준다.

연평균 급여의 경우 2016년 기준, 중기업이 대기업의 83.2%, 소기업은 75.6% 정도였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중기업이 대기업의 73.2%, 소기업은 65.1%. 일본도 중소기업 연봉이 대기업보다 적지만 우리나라보다는 차이가 덜한 편이다.

일본의 급여 체계는 기본급에 고정 잔업수당, 추가 잔업수당, 주택수당, 상여금 등 다양한 추가 수당을 더해 연봉을 책정한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교통비를 지원한다. 대기업의 경우는 양육보조금 등 각종 보조금 지급이 관례이기 때문에 기본급과 실수령액의 차이가 큰 편이다. 

2018년 기준 물가수준을 보자. 나라별 물가 비교 때 가장 널리 사용되는 맥도날드의 빅맥버거 가격이 한국은 4500원, 일본은 3900원으로 한국이 15% 정도 비싸다. 스타벅스 지수로 따지면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톨사이즈의 경우를 비교해 봐도 한국은 4100원, 일본은 340엔이니 부가세를 포함해도 3700원 정도로 한국이 더 비싸다. 교통비나 공과금을 제외하면 생필품 가격은 일본이 조금씩 저렴한 편이다. 

일본의 기업문화의 경우 직원을 채용한 후 ‘회사 가족으로 키운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해외에서 운영하는 지사(支社)의 경우, 현지 직원이 영어는 능통한데 일본어가 부족하다면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보내주는 기업도 있다. 직원으로 채용한 후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가는 식으로 운영한다.

회사 가족으로 만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탄탄해 입사 전에 온갖 스펙을 채워야 하는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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