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대로 알기] 까다로운 젓가락 사용법···밥상예절 ‘기라이바시’
[아시아엔=심형철, 이선우, 장은지, 김미정, 한윤경] 이타다키마스(いただきます, 잘 먹겠습니다), 고치소사마데시타(ごちそうさまでした, 잘 먹었습니다). 일본인들이 식사 전후에 하는 인사말이다. 이들의 밥상문화는 어떤지 살펴보자.
우리와 다른 일본의 특이점이라면 일본은 숟가락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밥은 물론 국이나 죽도 젓가락으로 먹는다. 그래서 유독 젓가락 관련 예절이 많다. 젓가락 관련 금기들을 ‘기라이바시’(嫌い箸, 싫은 젓가락)라고 한다. 까다로운 듯하지만 같은 젓가락 문화권인 우리와 비슷한 부분도 적지 않다.
1. 다타키바시(叩き箸)
그릇을 두드리는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일본에는 그릇을 두드리면 귀신이 나온다는 속설이 있다. 이건 우리나라에서도 보기 좋은 행동은 아니다. 중국에서도 거지가 구걸할 때나 하는 행동이라고 싫어한다.
2. 다테바시(立て箸)
호토케바시(?箸, 돌아가신 이 젓가락)라고도 불리는데 음식에 젓가락을 꽂아서 세우는 걸 가리킨다. 다테바시는 장례식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일본뿐 아니라 중국, 베트남 할 것 없이 제사상을 차리는 문화권에서는 금기시된다.
3. 와타시바시(渡し箸)
식사 도중 그릇 위에 젓가락을 올려 놓는 행동이다. 식사가 끝났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조금 과장스럽게 느껴지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죽은 이가 건너는 강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꺼린다. 젓가락 사용을 잠시 쉴 때는 하시오키(箸置き, 젓가락 받침대) 혹은 하시부쿠로(箸袋, 젓가락을 싸고 있던 봉투)에 올려두는 게 좋다.
4. 마요이바시(迷い箸)
젓가락을 든 채로 음식 위를 오가며 헤매는 걸 말한다. 좋은 예절은 아니다.
5. 사구리바시(探り箸)
음식을 도굴하듯 뒤적이며 먹는 행동을 말한다. 이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도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다.
6. 나미다바시(?箸)
음식을 집어서 가져오다가 식탁이나 다른 음식에 흘리는 행위를 말한다. 마치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해서 나미다(?, 눈물) 젓가락이라고 불린다. 좋은 예절은 물론 아니다.
7. 아와세바시(合わせ箸, 맞대는 젓가락)
하시와타시(箸渡し, 젓가락 전달), 히로이바시(拾い箸, 줍는 젓가락)라고도 하는데 젓가락으로 음식을 주고 받는 걸 말한다. 일본 장례문화에서는 화장 후 두 사람이 젓가락으로 남은 유골을 옮기는 의식을 치르는데 이 장면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꺼린다.
8. 모치바시(もち箸)
한 손에 젓가락과 그릇을 동시에 들고 있는 걸 말한다. 뭔가 서두르는 느낌도 있고 불안정해서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
9. 가사네바시(重ね箸)
한 가지 반찬만 계속해서 먹는 걸 말한다. 이 역시 예절에 좋은 건 아니다.
10. 사시바시(指し箸)
젓가락을 들고 사람을 가리키는 행동으로 금기시된다. 손가락질도 함부로 하는 게 아니란 점을 생각해 보자. 서양으로 치면 포크나 나이프로 사람을 가리키는 것과 같다.
11. 소라바시(空箸)
음식을 먹겠다고 젓가락을 뻗었다가 거두는 행동을 말한다. 음식을 제공한 사람에 대한 실례라고 여겨진다.
12. 요세바시(寄せ箸)
젓가락으로 그릇을 당기는 행동이다. 손을 쓰기 귀찮아서 그러기도 하는데 그릇이 엎어질 수도 있고 예의 없어 보이지 않을까?
13. 지카바시(直箸)
일본은 기본적으로 개인용 밥상을 받는다. 지카바시는 큰그릇에 담긴 음식을 여럿이 나눠 먹을 때 자신의 젓가락으로 덜어내는 행동을 가리킨다. 함께 먹는 음식은 공용 젓가락인 도리바시(取り箸)를 이용해 각자의 접시에 덜어 먹는 것이 기본이다. 국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 전용 숟가락을 이용한다. 개인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음식을 덜어오면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비위생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 밖에도 젓가락으로 음식을 포크처럼 찍어 먹는 행동은 츠키바시(突き箸) 또는 사시바시(刺し箸)라고 하여 하지 않아야 한다. 괜히 젓가락을 입에 물고 핥는 건 네부리바시(ねぶり箸), 젓가락을 포크나 나이프 들 듯 한 개씩 양손에 드는 건 치기리바시(ちぎり箸)라고 부르는 등 젓가락 금기 용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렇게 많은 용어가 있다는 건 그만큼 젓가락 사용에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다.
일본은 젓가락을 가로로 놓는다. 다른 사람과 마주보고 식사할 때 젓가락을 세로로 두면 뾰족한 젓가락 끝이 상대방을 겨눠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서라고 한다. 일본 음식점에 가면 젓가락이 세로로 놓였는지 가로로 놓였는지 확인해 보면 재밌겠다. 가로로 놓여 있기 마련이다.
일본에서는 밥그릇을 밥상에 내려 놓고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일본인은 낮은 상에서 주로 젓가락만 사용하기 때문에 음식을 흘리지 않으려고 밥공기나 국그릇을 입 가까이 대고 먹게 됐다고 한다.
일본어에는 이누구이(犬食い)라는 단어도 있다.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거나 그릇을 밥상에 내려 놓은 채 먹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어릴 때부터 그릇을 들고 먹도록 교육한다. 일본에서는 어린 아이가 그릇을 밥상 위에 내려 놓고 먹으면 부모님에게 꾸중을 듣는다.
또 일본인들은 음식을 섞어 먹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와 다르다. 일본은 돈부리(?, 덮밥), 카레라이스 등을 비비지 않고 먹는다. 맛을 섞지 않는 거다. 일본은 밥 한 술에 한 가지 반찬만을 먹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는 비빔밥, 국밥처럼 비비거나 섞는 음식이 많은데 일본인 눈에는 독특해 보일 수도 있다.
나라마다 음식문화는 환경과 역사 등이 다른 만큼 큰 차이가 있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단 얘기다. <출처=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