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대로 알기] 미중 무역전쟁 시대, 중국 ‘만만디’ 과연 그런가?
[아시아엔=중국을 읽어주는 중국어교사 모임] 중국사람들의 특질인 ‘만만디’라는 말, 한 번쯤은 들어봤지? ‘만만디(慢慢地)’는 중국어로 ‘천천히’라는 뜻인데, 중국사람들의 성격이나 행동이 느긋하고 급하지 않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야. 실제로 중국인의 일상적인 대화 속에는 ‘慢’자가 들어가는 말이 많아. “만만라이(慢慢?:천천히 하세요.)”, “만저우(慢走:조심해서 가세요.)”, “칭만용(?慢用:천천히 드세요.)” 같은 말들이지.
반면 한국인은 중국인에 비해 행동이나 성격이 급하고 빨라서 중국어로 ‘빨리, 빨리’라는 말인 ‘콰이콰이(快快)’로 그들과 비교되곤 해. 재미있는 건 한국인들이 중국인들을 만났을 때, 아는 한국어를 하나 해보라 하면 “빨리, 빨리”를 말한다는 거야. “빨리, 빨리”라는 말 자체가 강한 뉘앙스를 풍기는 건지, 본인들이 느리다는 것을 아는 건지, 아니면 한국 사람들의 성질이 급하다는 것을 아는 건지 때론 궁금하더라고.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예로부터 ‘만만디’와 ‘콰이콰이’는 두 나라의 일반적인 문화 특성을 대변해주는 단어로 인식되어 온 게 사실이야.
중국에 살아 봤거나 중국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이 만만디를 직접 겪어봤을 텐데. 10년도 훨씬 전인데, 베이징에 있을 때야. 따퉁(大同)으로 여행을 가려고 기차표를 사러 갔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대기 줄이 꽤 길더라고. 거의 한 시간 가까이를 기다렸는데 갑자기 줄이 줄지를 않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창구 쪽을 살펴봤더니 전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겼는지 발권이 중단된 상태였어. 그런데 창구 직원은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유나 해결책도 전하지 않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는 거야.
누군가가 뭘 고치러 오는 것 같지도 않아 나는 속이 타더라고. 그런데 놀라운 건, 길게 줄을 서 있는 중국사람들 어느 누구도 항의는 커녕 “언제 해결이 되느냐,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 등의 질문 하나 없이 마냥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지.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항의하고, 사과하고 난리가 났을 거야. 그때 처음 중국의 만만디를 경험했지.
중국에서는 사업을 하거나 어떤 협정을 맺을 때처럼 큰일은 물론이고, 서명을 하거나 미팅을 잡는 것 등 작은 일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중국인들이 정말 만만디인 경우는 사람을 검증할 때야.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서두르다 보면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저 사람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사람 됨됨이는 어떤지, 형제와 같은 정을 나눌 수 있는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점검하면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그래서 중국사람들 속은 알 수가 없다는 말이 나왔나? 한번 꽌시가 맺어지면 누구보다 친절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인데 말이야.
하지만 중국인들이 무조건 만만디인 것은 아니야. 자신의 이익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거나 남들보다 먼저 시작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려날 것 같을 때 등 상황과 필요에 따라서는 그들도 엄청 부지런하고 민첩하게 움직여.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업 정책도 활발하고, IT·제조·게임·주식·우주 산업 등의 분야에서도 초고속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세계 시장을 향하여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
만만디를 단어 그대로 해석하면 행동이 느리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들에게 만만디라고 하는 것은, 그들의 성격이나 삶이 느긋하고 여유롭다는 좋은 뜻보다 느려 터지다, 게으르다, 답답하다, 속이 타다 등의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 만만디를 행동의 속도가 아니라 중국인 특유의 정서적인 여유로움과 신중함으로 생각하면 만만디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그것 또한 중국인들 나름의 인생철학이고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또 다른 방법일 수 있거든.·
중국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 중에 “부파만, 즈파짠(不?慢, 只?站)”이라는 게 있어. ‘느린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멈추는(포기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라는 뜻인데, 요즘 같이 바쁘고 여유 없이 사는 현대사회에서 이 말을 한 번쯤은 꼭 되뇌어 봤으면 좋겠어. 느림의 미학이라는 말도 있잖아. <출처=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