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대로 알기] ‘후커우’ 취득해야 이사 가능···거주이전 부자유

[아시아엔=중국을 읽어주는 중국어교사 모임] 우리나라에선 개인의 의사에 따라 쉽게 할 수 있는 이사, 그런데 중국에서는 마음대로 이사를 못 한다는 거 알고 있어? 왜 그럴까? 중국에선 땅을 살 수가 없어서? 그럼, 이건 또 무슨 얘길까?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땅은 모두 기본적으로 국가 소유이기 때문에 땅을 개인이 소유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국민은 땅에 대한 사용권을 임차하는 형태로 주택을 소유하고. 주택 구입에 대한 임대 기간은 대략 70년 정도래. 하지만 땅을 못 사기 때문에 마음대로 이사를 못 하는 건 아니야. 마음대로 이사를 못하는 이유는 바로 ‘후커우(?口)’ 제도 때문이지.

중국은 후커우라는 호적 제도가 있어. 후커우는 한 가구에 속한 사람의 신분에 관한 사항을 기록해 놓은 공문서로, 후커우 제도는 신분과 거주지를 증명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 제도와 비슷한데, 중국은 후커우의 이동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사실상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는 거야.

중국은 농민들의 도시 유입이 가속화되자 농촌 인구를 붙잡아 두기 위해 1958년 도시 호적과 농촌 호적이라는 이원화된 호적 제도를 만들어, 농촌 호적자가 도시로 이주할 경우 교육이나 주택·의료·복지 등에서 거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했어.

농촌 인구가 도시로 유입될 수 없도록 원천봉쇄하는 정책을 실시한 거지. 즉 지금 중국의 후커우 제도는 정부가 국민의 거주지 이전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야.

중국 호적 제도의 역사는 2,000여 년 전 춘추전국(春秋??)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는 여러 나라들이 전쟁을 벌였기 때문에 인구가 제일 중요한 자원이었지. 세금·부역·병사 등이 모두 인구에서 비롯되었으니까. 중국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후커우를 물려받아. 만약 부모에게 물려받은 후커우를 변경하려면 반드시 정부의 허가를 받고 이주지의 후커우를 취득해야 하지. 

후커우는 크게 도시 후커우와 농촌 후커우로 나뉘는데, 도시 후커우도 1선 도시, 2선 도시, 3선 도시 등으로 도시의 등급에 따라 구분해.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과 같은 특대도시가 1선 도시야. 도시 후커우를 가진 사람이 농촌 후커우로 바꾸는 것은 쉽지만, 그 반대는 아주 어렵대.

그럼, 예를 들어 다른 지역의 후커우를 가진 사람이 베이징의 후커우를 얻기 위한 방법은 뭘까? 먼저 베이징의 후커우를 가진 사람과 결혼해서 베이징 후커우를 신청하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받을 수 있어. 다음으로는 베이징의 고급 공무원이 되거나 베이징에 있는 기업의 고위직 역임, 해외에서 공부한 인재가 베이징 소재의 기업에 취직을 하는 경우 등의 방법이 있고. 어렵고 복잡하지?

중국인들은 왜 그렇게 도시 후커우를 가지려고 하는 걸까? 농촌 후커우를 가진 사람도 도시에 가서 임의로 살 수는 있어. 하지만 그 도시의 후커우를 취득하지 못하면 교육·취업·의료·주택·사회보장 등 시민으로서 받을 수 있는 각종 혜택에서 제외되고, 도시 후커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 차별도 심하기 때문이야.

중국에서 후커우는 한 지역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권리인 동시에 신분의 상징이기도 하거든. 그런데 이 제도는 도시계급과 농촌계급이라는 신분제도를 고착시키고 도시와 농촌 간의 생활수준 격차를 심화시키는 등 각종 사회적·경제적 문제도 안고 있어. 이 문제는 중국의 고른 성장을 저해하고 사회 안정을 위협할 수도 있을 거야.

이처럼 후커우 제도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는 사회변화를 수용해 도시 후커우 개방을 통한 투자이민 및 기술이민 유도, 도시 후커우 취득기준 완화, 특대도시에 공헌이 있는 사람에게 일정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여 후커우를 발급하는 적분제 후커우 취득제도(?分落?制) 시행, 소도시와 읍면 단위의 후커우 취득규제 전면 해지, 일부 중 소도시의 통합 주민 후커우 시범 운영 등 후커우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어.

그 예로 베이징 시는 2016년 ‘임시거주증(?住?)’을 ‘거류증(居留?)’으로 격상시키고, 베이징에 6개월 이상 거주한 외지 주민 중 합법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 혹은 주거지가 있거나 연속 취학하는 등 세 가지 조건 중 한 가지 사항에 부합될 경우 거류증을 신청할 수 있는 조례를 공식 발표했어. 도시의 거주자 중에서 후커우 소지자는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신분증(居民身??)’을 발급 받고, 후커우가 없는 사람은 외국인이 체류할 때처럼 임시거주증을 발급 받아야 하거든.

아직까지는 후커우 제도 개혁이 부분적이고 일부 지역에 국한되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원화된 도?농 후커우 제도가 폐지되고 전 중국인의 단일 후커우 제도가 실시될 날이 곧 오겠지. <출처=지금은 중국을 읽을 시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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