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15일 베이징 ‘일대일로 정상회담’ 한국 새대통령 참석할까?
[아시아엔=강철근 국제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중국 주석 시진핑은 2013년 9월7일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을 방문하여 전격적으로 ‘실크로드 경제벨트’(일대, 一帶)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마치 당연한 수순을 밟듯이 무심하게 이웃나라의 한 대학에서 거대한 중국구상을 발표한 것이다.
전인대 회의 같은 거창한 수순을 거치지 않았다. 그리고 한달 뒤인 10월3일 그는 다시 인도네시아 국회로 가서 아세안 국가와의 해상협력을 강조하며 ‘21세기 해상실크로드’(일로, 一路) 건설을 발표했다.
시진핑은 지속적으로 말한다. “아시아는 운명공동체”라고. 그는 일대일로의 추진전략으로 ‘5통’(通)을 제시한다. ‘정책소통’, ‘인프라 연통’, ‘무역 창통’, ‘자금 융통’, ‘민심 상통’. 한마디로 모든 것을 터놓고 서로 협력하여 서로 발전하며 잘 살아보자는 얘기다.
이러한 시진핑의 꿈, 중국의 꿈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 시진핑이 이루고자 하는 꿈,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一帶一路)는 시진핑의 중국이 세운 향후 30여 년간에 걸쳐 이루고자 하는 장대무비한 꿈이다.
일대일로는 중국주도로 육·해상 新실크로드 경제권을 형성하고자하는 중국의 국가전략이다. ‘일대’(一帶)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뜻하며, ‘일로’(一路)는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유럽-아프리카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뜻한다.
일대일로는 시진핑이 주도하여 계획을 수립한 2014년부터 2049년까지의 대외경제 및 정치노선에 대한 ‘구상’이자 ‘비전’이다. 지금 중국은 일대일로에 목숨 걸고 있다. 중국의 모든 것을 걸고 추진하고 있다.
2100년 전 육상 실크로드를 개척해 비단·향신료 등의 무역을 통해 거대한 부를 축적한 바 있는 중국은 낙타가 교통수단이었던 그 길에 철도로 도로를 깔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으며, 또한 신해상 실크로드는 600년 전 명나라 정화의 남해 원정대가 개척했던 남중국해-동남아시아-남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를 잇는 바닷길을 다시금 장악하고자 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다음달 5월14~15일 베이징서 열리는 ‘일대일로 정상회담’과 6월 16~18일 한국의 제주에서 열리는 AIIB 2차 연차총회다. 이 두 자리에서 이제는 당당히 G2로서 세계의 맹주로 부상한 중국이 어떤 비전과 행동을 보일지 세계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주목하는 올 상반기 최대의 국제행사가 될 것이다.
시진핑은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일대일로 정상회담 개최를 선언하며 세계 각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각국도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 영국의 테리사 메이 수상 등은 일찌감치 일대일로 참석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6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차 총회에 이어 70여 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금 한국이 서있는 자리는 어딘가? 사드 배치로 한국에 노골적인 보복을 가하고 있는 중국은 ‘세계화 기치’를 내건 일대일로 추진과정에서조차 한국을 냉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현재까지 한국의 정상 및 각료급 초청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중국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누구인지 벌써 잊은 걸까? 중국은 한국을 제쳐놓고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중국이 사드에 이토록 집착하는 것은 아무래도 성동격서 격으로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는 어떻게 전개될까? 중국이 그토록 원하는 대로 잘 진행될까? 주변국들은 중국에 대한 두려움과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중국의 독자적인 힘과 추진력에 대한 의문과 중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사업에 대해 과거처럼 중국의 패권 장악에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스리랑카 정부는 항구 개발사업을 중단했고, 태국 정부도 자국 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것을 우려해 철도 건설 계약을 취소했다. 또한 중국의 고속철 해외사업도 지지부진,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미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중국의 해외 고속철 사업은 여러 가지 장벽에 부딪혀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반둥 간 고속철 사업의 경우 지난 2015년 일본과의 국가적 자존심을 내건 경쟁 끝에 수주를 따냈지만 아직까지 공사는 시작되지도 못했다. 멕시코에서는 210㎞의 고속철 사업이 취소되면서 이를 위해 주문받은 차량 제조가 백지화됐다.
반면 중국 국내에서는 고속철 건설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결국 이 상태로 계속 가게 되면 중국의 야심찬 고속철 프로젝트는 국내 잔치로 그치며 일대일로의 한 축이 무너지게 된다. 중국의 무리한 추진 때문이다.
중국은 각국의 이러한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해 오는 5월14~15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담’ 개최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까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이 참석을 약속했다. 한국의 새 대통령은 어떻게 할까?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경제보복이 고조되는 가운데, 6월 16~18일 제주에서 열리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2차 연차총회에 정부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이 주도한 AIIB는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국이 참여를 결정한 상징성을 가졌고 특히 새 대통령 참석이 유력한 만큼 이번 총회가 사드관련 갈등해소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 회의에는 70여 회원국의 대표(거버너, 이사)들이 모두 참석한다. 한국이 2차총회 개최국으로 결정된 것도 당시 한·중간 경제협력관계를 감안한 판단이었다. AIIB 창립멤버인 우리나라의 지분율은 3.81%로 57개 전체 회원국 중 중국(30%)과 인도(8%), 러시아(6.7%), 독일(4.6%)에 이어 5번째다. 중국은 홍기택 전 AIIB 부총재 사임 후, 회계감사국장과 총재 자문관에 한국측 인사를 선임하여 한국측을 배려했다.
아울러 중국측에서는 샤오제 재정부장과 함께 진뤼친 총재 등 AIIB 수뇌부와 이사진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제 중국은 결정해야 한다.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중국의 꿈속에는 중국이 원하든 안 원하든 언제나 한국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