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천하통일⑬] 종횡가 소진·장의, 합종연횡책으로 천하 평정

소진과 장의

소진(蘇秦), 합종책으로 6국의 공동재상 되다

[아시아엔=강철근 한류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 한류아카데미 원장, <이상설 이야기> 저자] 소진과 장의는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적수공권의 서생들이다. 특히 소진은 주나라 낙양 사람으로 머나먼 동쪽 나라 제나라까지 귀곡선생을 찾아가 공부하였다. 그들은 전국시대의 모진 세월을 오직 세치 혀로 명성을 떨치는 천하제일의 책사로 성공하고자 했다. 귀곡자도 그걸 알고 소진과 장의를 키웠다.

소진은 장의와 동문 수학하였지만 장의보다 먼저 세상에 나갔다. 귀곡선생이 그를 더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부심을 가지고 고향인 천자의 나라 주나라로 향했다. 전국시대 최고 명문사학인 귀곡산장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간 소진은 바로 주나라 왕실에 출사하여 뜻을 펴고자 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소진은 낙담하지 않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유세(遊說)했다. 역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빈손으로 고향 낙양으로 다시 돌아와야 했지만 소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소진이 곤궁한 상태 거지꼴로 돌아왔기 때문에 가족들에게조차 무시를 받는다. 그는 하도 여러 사람에게 구박받는 게 서러워서 방에 틀어박혀 밖에 나오지도 않았다.

그는 아직도 부족한 자신의 공부를 탓하며 미친 듯 공부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소진이 다음 단계 공부를 위해 택한 교과서는 <음부>(陰符)라는 책이다. <음부>는 강태공(姜太公)이 지은 책으로 전한다. 이 책은 지금 남아 있지는 않지만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은밀한 비책을 다룬 책략서라 한다. 그야말로 음부 같은 책이다.

소진은 이 책을 죽어라 공부했다. 그는 공부하다 졸리면 송곳으로 허벅지를 찔러가며 잠을 쫓았는데, 피가 발꿈치까지 흘러내릴 정도였다고 한다. 여기서 “송곳으로 허벅지를 찌른다”는 뜻의 ‘추자고’(錐刺股)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나왔고, 소진 공부법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소진은 이밖에 ‘두현량’(頭懸樑)이란 공부법도 남겼는데, 졸음을 쫓기 위한 방법으로 “머리카락을 대들보에 매달았다”는 뜻이다. 훗날 소진의 이 공부법을 합쳐 ‘추자고 두현량’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렇게 지독하게 공부한 끝에 소진은 그 성과를 ‘췌마’(揣摩)로 정리했다. 췌마란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해 거기에 맞춘다는 뜻이다. 소진이 이루어낸 췌마술은 유세가가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기로 정착했고, ‘췌마’라는 책으로 엮기도 했다.

소진은 이런 독특하고 독한 공부법을 통해 당대 최고 유세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특히 소진은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공부하는 데 집중했다. 유세술의 핵심을 파고든 것이다. 그는 정확한 방향 설정 덕분에 불과 1년 만에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소진은 몇 차례 유세에 실패한 끝에, 천하 정세를 정확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가 주나라 궁궐을 찾아가서 벼슬을 얻고자 하였으나 주 나라의 대신들이 그를 하찮게 여기고 그의 등용을 반대했고, 결국 주에서의 출사는 포기하고, 주를 벗어나 다른 나라로 떠난다. 원래 모든 영웅들은 자기 고향에서는 장사가 안되는 게 상례다. 예수도 나사렛에서는 그냥 별 볼 일 없는 목수의 아들일 뿐이었다. 공자 또한 고향 구에서는 홀어미 자식으로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일단 진에 도착해서 효공의 다음 왕인 혜문왕을 설득하나, 진나라는 전임 재상 상앙으로 일진광풍을 맞고 난 터라 이제 유세가라면 넌더리를 내고 있어서, 소진이 등용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조나라는 제후 봉양군이 의심하여 조나라에서도 등용되지 못한다. 마침내 연나라의 문후(文侯)에게 자신의 천하방책을 설명하고 인정받는다. 여기서 소진은 전국 7웅 중에서 진을 제외한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를 종으로 연결하여 서쪽의 진나라와 대적하자는 장대한 비책인 합종책을 문후에게 펼쳐보였다. 이에 문후는 뜻이 움직여 다른 육국을 설득할 수 있게 소진을 지원해주었다. 소진은 조(趙)·한(韓)·위(魏)·제(齊)·초(楚)를 돌며 각국의 군주들에게 함께 뭉쳐서 강대한 오랑캐 나라 진과 대적하도록 설득하였다. 결국 소진은 기원전 333년, 최북단 연나라에서 맨 아래 초나라에 이르는 거대한 동맹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이렇게 종으로 연합한다하여 합종책이라 불렀다.

그리고 소진은 전무후무한 6개국의 공동재상이 된다. 이로서 최강대국 진의 동방 진출은 10여년간 저지당하게 된다. 인간승리가 바로 이러한 것이리라. 적수공권 백면서생이 혀 하나로 천하를 평정하는 새로운 신화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는 소진 한 사람만의 승리가 아니었다. 그 뒤에서 그를 지원한 스승 귀곡자와 동문수학한 친구들 모두의 승리였다. 그래서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바로 장의였다. 이제 그에게도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6국의 공동재상이 되어 큰 권력과 부를 한 손에 쥐게 된 소진이 기세 좋게 고향으로 금의환향했다. 소진이 백수로 귀향했던 시절 자신을 그토록 박대하던 친척과 친구들이 지금은 그 앞에서 벌벌 떨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이를 묵묵히 바라보는 소진의 심사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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