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훈훈한 크리스마스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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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김중겸 전 인터폴 부총재] 몇 달에 한 번꼴로 친구 기로가 점심을 주선한다. 이수와 나랑 셋이다. 만 원짜리 백반을 먹고 2차 코스는 찻집이다.

여하간 대금 지불은 이수 몫이다. 나나 기로가 내면 하늘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진다. 못 내게 한다. 전통찻집에서 십전대보탕이나 쌍화탕 마시며 곁들여 전병 먹으면 배가 만만(滿滿)해지고 회포를 푼다.

정치 그런 건 대화에 오르지 않는다. 신변잡사와 요즘 소일거리, 그러다 희망사항을 얘기한다. 자동차 유랑하려고 3년 전에 산 차는 주차장에서 잠자고 있다.

“킴스 김밥과 라면집 열어 돈 없다면 그냥 먹고 가시라 하고 싶다.”

“야. 왜 이러고 앉아 있냐? 바로 시작하자.”

“그게 그렇게 쉽냐?”

결국 묵은 꿈, 실현 가능성 없는 꿈 애기하다 집 둥지로 향한다.

할리데이비슨은 타지 못하게 하고 그 엔진 소리 나는 차를 샀다. “둥 둥 둥 둥둥. 둥둥 둥 둥 둥.” 내 그 자동차는 야간 운전이 힘들어 작년 말 팔았다. 지하철 타고 기차 타고 버스 탄다. 비로소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선릉에서 승차해 노약자석으로 간다. 빈자리에 앉는다. 등 따습고 배부르니 오는 게 졸음이다. 문득 눈 뜨니 옆 문설주에 기댄 나이 많은 할머니, 힘 든 표정이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무겁다. 선잠 든다.

옆에서 여기 앉으시라 권하는 소리에 눈 떠졌다. 분명 나보다 연상 할아버지다. 할머니는 “괜찮아요” 할아버지는 “곧 내려요” 하다가 그제야 앉는다. 할아버지는 곧 내리지 않았다. 아 나는 왜 그렇게 못했는가.

그 탓이다. 마음 허공 떠돌고 그만 안내방송 잘못 듣고 엉뚱한 역에서 하차해 버스 탔다. 텅 비어 맘 편했다. 이런, 이번엔 이상한 데로 간다. 670번 타야 하는 데 690번 탔다. 벌 받았다. 내렸다.

올 들어 제일 추었다는 날. 내린 곳에서는 집 동네 가는 버스는 없고 걸으면 반 시간쯤 걸릴까. 삼거리에서부터 집으로 까지 것 걷자.

국수집, 복권방, 우체국 지나자 저쪽에서 엄마! 엄마! 소리친다. 막 길 건너려던 가정주부가 반갑게 손 흔든다.

여중생인가. 딸과 그 두 친구에게 종이봉투 속 김 무럭무럭 나는 잉어빵을 꺼내 나눠준다. 엄마는 저만치서 뒤따라오던 딸의 다른 친구 둘에게도 외친다. “빨리 와. 잉어빵이야.” 애들 손에 쥐어 보내고 다시 사러 간다.

철거한 마트 자리 공터에 잉어빵 트럭이 들어섰다. 길 건너편 양말가게 트럭 사장이 거기에 자리했다.

“오늘 장사 잘 되네!” “날 추워서 그래요. 이런 날 양말도 잘 팔리잖아요.” “하긴 그려. 추위가 우리 살려주는구먼.” 내 맘 녹아내린다.

나, 다음엔 꼭 양보한다. 앉지 않으려는 집사람 맘 알 거 같다. 마음 개운해졌다. 잉어빵, 나도 사들고 간다. 봉지 쥔 손 따듯하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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