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지아를 사랑하는 이유···꿈에도 못 잊을 와인과 민속춤
[아시아엔=인터뷰/에디타 바다스얀 <아시아엔> 조지아 특파원, 번역/윤석희 <아시아엔> 미국특파원] 워싱턴 디시에서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하는 앤 양(Ann Yang)은 개발도상국의 민간부문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NGO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 2년간 조지아에서 영어교육과 아동발달에 봉사하고 있는 그를 인터뷰했다.
-언제 조지아에 도착했나? 평화봉사단의 활동은 어땠나?
“여러 나라에서 살아본 사람으로서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다. 학부를 졸업하고 평화봉사단에 지원했다. 평화봉사단은 미국에 본부를 둔 봉사단체로 파견된 국가에서 최소 2년을 지내야 한다. 평화봉사단은 또 3개월간 현지 언어와 문화에 대한 적응교육을 제공한다. 나는 대학원 과정 시작 전 평화봉사단 활동을 하려고 마음 먹었다. 2012년 7월 지원해서 6개월 후에 조지아로 파견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2014년 4월 조지아로 29명의 봉사원과 함께 떠났다. 3개월의 적응교육 후에 2년간 영어를 가르치고 아이들을 교육할 마을에 분산 배치되었다. 나는 쿠타이시(Kutaisi)에 2년간 배치되었다.”
-도착하기 전에 조지아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조지아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된 것은 2008년이다. 베이징올림픽을 보면서 러시아와 조지아가 南오세티야를 두고 분쟁이 일어났다는 속보를 봤다. 안타깝게도 조지아에 대한 첫인상은 불행한 소식이었다. 조지아에 파견된 사실을 알고 나서는 조지아에 대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지아의 민속춤·포도주·코카서스산맥 등을 조사하며 기대가 부풀었다.”
-도착하여 받은 첫인상은 어땠나? 그 사이에 어떻게 변했나?
“공항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먹은 조지아 음식이 기억난다. 당시에는 뭘 먹고 있는지 몰랐지만 가지와 호두 소스, 치즈 빵, 돼지고기 바비큐인 것으로 기억한다. 손이 가는 곳마다 모두 맛있어서 조지아에서 지내는 것이 즐겁겠다고 생각했다. 현지 민박가정을 만나면서 즐거운 일도 많았다. 조지아에 처음 도착한 시기는 조지아 동방정교회 부활절 행사 기간이었다. 도착한 며칠 동안 이웃들과 친척들이 함께하는 잔치가 계속되었다. 조지아어로 ‘주님 부활하셨네’를 배웠는데 연습이 부족해서 ‘크리스테 아스다’(Kriste Ahsdga) 발음이 너무 어려웠다. 조지아인들은 문화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고 느꼈다. 손수 만든 음식과 포도주를 친구들과 이웃들과 나누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조지아에서의 봉사 경험은 어땠나?
“조지아 학생들은 영어공부에 관심이 커서 기회가 많았다. 나는 쿠타이시에 있는 피난민 학교에서 일했다. 학생들의 생활환경은 좋지 않았지만 모두 똑똑하고 열정으로 가득했다. 학교 일이 끝난 후에는 방과 후 영어활동과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도 많았다. 지역사회 활동으로는 봉사자박람회를 조직해서 지역 대학생들과 NGO를 연결하는 일을 했다. 그뿐 아니라 지역 NGO와 여고생들과 함께한 △성폭력 추방운동 △쿠타이시 시청과 함께한 식료품 기부운동 △지역 학생들과 함께한 모의유엔 활동 등을 조직했다. 학생들과 NGO 그리고 쿠타이시 시청의 열정과 협조 덕에 많은 행사를 주관할 수 있었다. 여름에는 영어캠프, 건강캠프, 마을학당캠프 등 활동으로 바빴다.”
-조지아인 가족과 사는 경험은 어땠나?
“평화봉사단 봉사자로서 현지인 가족과 함께 산 것은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어떤 곳의 문화를 진정으로 접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지 가족과 사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조지아에서는 가을에 1년간 마실 포도주와 과일 소스를 만든다. 현지인 가족과 과일을 손질하고 포도를 밭에서 따는 경험은 정말 흥미로웠다. 또 하나 값진 경험은 현지인 가족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우리 가족은 이웃과 친척들을 위해서 잔치를 마련했다. 음식과 와인이 가득한 긴 식탁에 둘러앉아 몇 시간 동안 계속되는 식사가 끝나면 다 함께 춤을 춘다. 조지아인의 춤 사랑은 성별, 나이, 돈과 상관없이 각별하다. 모든 명절과 축제는 춤을 추면서 끝이 난다.”
-새롭고 신기한 경험은 무엇이 있었나?
“그들의 개인공간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이해는 나의 그것과 다르다는 사실이다. 조지아인들은 굉장히 가족중심적이며 가족 간의 프라이버시가 훨씬 적다. 온 가족이 개인공간이 아니라 거실에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손님으로서 나는 개인 공간이 주어졌지만, 동생들이 문을 노크나 허락 없이 불쑥불쑥 들어오는 것이 처음엔 충격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가족으로 인정받은 기분이 들었다.”
-조지아 음식을 만들 줄 아는가?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지?
“조지아에서 지내는 동안 킨칼리(Khinkali), 카차푸리(Khachapuri), 로비아니(Lobiani) 등을 만들어 봤다. 반죽을 잘 만들지 못해서 맛있게 만들지는 못했다. 조지아인 들이 만드는 콩 요리를 굉장히 좋아하고 호두 소스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한다. 호두 소스와 치킨 요리, 호두 소스와 가지 요리, 호두 소스와 오이 토마토 샐러드를 특히 좋아한다.”
-친구들 많이 만들었나?
“쿠타이시는 대학교도 있고 일자리도 많은 도시라서 젊은이들이 많다. 조지아 젊은 변호사협회라는 NGO에서 일하는 마카라는 친구를 사귀었다. 마카는 지역사회 활동을 조직하는 일에 정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현지 예술인들도 소개해준 좋은 친구다. 그녀 외에도 열린 마음,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친구들을 여럿 만났다.”
-조지아 내에서도 여행을 많이 한 것으로 아는데 어디가 가장 마음에 들었나?
“좋았던 곳이 너무 많아서 다 말하기 어렵다. 케브슈레티(Khevsureti), 메스티아(Mestia), 카즈베기(Kazbegi), 바드지아(Vardzia) 모두 정말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물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일 마음에 드는 곳은 투셰티(Tusheti)다. 코카서스 산맥의 아름다움을 가장 완벽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입산하여 3일간 캠핑을 하게 되었다. 베이스캠프에서 4시간 지프를 타고 산등성이의 캠프장에 도착했다. 사람은 거의 살지 않지만, 전통적인 삶을 살아가는 작은 마을들을 볼 수 있었다. 평화롭고 장엄한 경관에 숨이 막혔다.”
-조지아와 한국의 문화는 어떠한 공통점이 있나?
“조지아인과 한국인의 문화와 삶은 비슷한 부분이 많다. 내 생각에는 기질이 좀 비슷한 것 같다. 한국인들은 한국 문화와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조지아인들도 조지아의 문화,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조지아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이 강하다. 역사적으로 항상 주변국의 침범에 노출된 나라로서 전통과 문화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더 깊은 사랑을 낳은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인들은 기질이 열정적이고 장난치는 것을 좋아한다. 친구를 많이 아끼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공감하는 것 같다. 이러한 점 모두 조지아인들과 굉장히 비슷하다. 또한,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다.”
-조지아인들은 아시아 문화에 관심이 있나?
“아시아 문화는 조지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트빌리시 대학에서 조지아 학생들에게 아시아학과 아시아어 수업을 일부 제공한다. 아시아 국가들과 조지아 사이의 문화교류를 더 활발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관광·무역·문화 교류 등에서 서로간에 이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친구들에게 조지아를 방문하라고 추천할 생각이 있나?
“당연하다. 조지아의 독특한 문화와 아름다운 산들은 정말 뛰어나다. 안타깝게도 조지아 음식은 아시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조지아를 방문해서 그들의 음식과 포도주를 경험할 것을 추천한다. 또한 조지아인들은 손님을 환영한다. 조지아인들과 만나서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나는 지금도 조지아가 아주 그립다. 모든 사람들이 조지아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