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상시 파동’ ‘세월호 참사’ ‘수퍼갑질’···어변성룡(魚變成龍) 징조이길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무슨 큰 사건이 터질 때는 여러 가지 징조가 나타난다. 징조란 어떤 일이 생기기 이전에 그 일에 대해서 미리 보이는 여러 가지 조짐이니다. 길조도 있고 흉조도 있다.
20세기 초 하버드 윌리암 하인리히라는 분이 있었다. 해군장교로 제대한 그는 보험회사에 취직해 산업재해 감독관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는 매일 많은 사고를 접하면서 이들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보험회사에 접수된 5만건의 사고를 분석하며 통계를 냈다. 1929년 발표한 논문이 세상에 관심을 끌었다. 그는 대형사고 발생 전 동일한 사고가 29번 나서 부상을 당했다는 통계를 내게 되었다. 평균적으로 그랬다는 걸 밝혀냈다. 죽지도 부상도 당하지 않았지만 사고가 날 뻔한 경우가 300번 정도 있었다.
범죄도 마찬가지다. 강력범죄가 발생하면 그 전에 경미한 비슷한 범죄가 29번 있었고, 300번 정도 날 뻔한 시도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를 ‘하인리히 법칙’이라 부르게 됐다. 예를 들어 1991년 소련이 13개 나라로 붕괴되었다. 그 때도 징조가 있었다. 직접 원인은 미국과 무기전쟁을 하면서 경제난이 일어난 것이다. 물론 그 전에 붕괴 징조가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5년 전인 1986년 체르노빌에서 원자로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그 해 8월 체르노빌에서 정기 여객선 한 척이 침몰, 400명이 죽었다. 1988년 지진이 일어나서 2만명 가량이 죽었다. 1989년에는 시베리아 송유관 폭발로 기차 두 대가 공중으로 날아가면서 800여명이 즉사했다. 안 좋은 일이 계속되다 소련은 마침내 무너지고 말았다.
2008년 5월 12일 중국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일어나서 30만 명이 죽었다. 당시 쓰촨성 지진은 강도 7.8로 30년 만에 최대의 강진으로 기록되었다. 그런데 강진이 오기 전 몇 번 징조가 있었다. 보름 전 인근 후베이 은스시에 있는 관인탕 저수지에 담겨 있던 물 8만t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목격자가 있었다. 아침 7시 고요하던 저수지가 갑자기 소용돌이치더니 물이 다 땅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쓰촨성 인근 우물물은 갑자기 수위가 높아지면서 넘치기 시작하였다. 지진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는 강물이 갑자기 뜨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지진 발생 10일전에는 뜨거운 김이 하늘로 치솟으면서 지진 구름이 하늘을 덮기도 하였다. 뜨거운 김이 갈라진 땅 사이로 치솟아 하늘에 형성된 구름이 지진운(地震雲)이다.
사흘 전에도 징조가 있었다. 두꺼비 수십만 마리가 집단이동하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주민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정부에 “지진이 일어날 징조가 나타난 것 같으니 조치하여 달라”고 건의했다. 중국정부는 한창 북경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었다. 정부가 해명이라고 내놓은 것이 있었다. “이틀 비가 내려서 수온이 상승하였기에 구름이 생겼고, 두꺼비는 산란과 부화를 하려고 이동 중이니 안심하라.” 지진 바로 직전에 나온 정부 의견이다.
사회현상도 마찬가지다. 교통사고가 잦은 곳에서는 머지 않아 대형사고가 날 것이라는 징조다. 거꾸로 말하며 어떤 대형사고 발생에는 그 이전 작은 사고가 빈번했다는 얘기다. 예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화장실 가는 것을 “소변보러 간다” “대변보러 간다”고 말한다. 소변과 대변을 보면 금방 건강상태를 알 수 있다. 이때 작은 징조라도 소홀히 여기지 않으면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이 세상 모든 일에는 징조가 있다. 왕조의 몰락도, 국가의 멸망도, 무소불위 권력도 마찬가지다. 도처에서 징조가 보이는 것이다. 결과론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왕조 몰락에는 여지없이 호가호위하는 간신 ‘십상시’(十常侍)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이미 곳곳에서 징조가 들어나도 애써 무시하며 눈과 귀를 닫는다.
권력자는 아첨과 간교한 말을 충성이라 착각하고 내시 환관들만 신뢰한다. 그리고 나라와 국민을 위한 충언을 적대시한다. 결국 공조직은 무력화되고 사조직이 공조직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십상시 파동’ ‘각종 대형화재’ ‘AI와 구제역 만연’ ‘슈퍼갑질’ 등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우리를 불안케 했다. 언로가 봉쇄되면 십상시들이 판을 친다. 정권의 말기 증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막강한 권력, 거대한 금력은 치밀하게 야합한다. 그러나 그 증거 찾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다. 결국 우쭐대는 ‘완장 질’과 거대권력에 야합을 배운 치졸한 ‘갑질’은 세상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게 징조다. 대재앙 전에 나타나는 징후들, 그 위험한 상황을 덮고 감추면 고스란히 재난은 국민의 몫이 된다.
한국은 점진적으로 ‘어변성룡’(魚變成龍)의 나라가 되어간다는 소태산(少太山) 부처님 예언이 있다. 과거 세상은 어둡고 어두운 세상이라 돈 많고 권력 있는 자들이 약하고 가난한 서민들을 무리하게 착취하고 살았지만, 앞으로 세상은 즐겁고 밝은 세상이라 저들이 마음대로 서민을 괴롭히지는 못할 것이라는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