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믿음의 여왕’ 추신수 아내 스토리

정치활동을 왕성하게 하던 루스벨트는 39세 때 갑자기 소아마비로 인해 보행이 곤란해졌다. 그는 다리를 쇠붙이에 고정시키고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했다. 절망에 빠진 그가 방에서만 지내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던 아내 엘레나 여사는 비가 그치고 맑게 갠 어느 날 남편의 휠체어를 밀며 정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비가 온 뒤에는 반드시 이렇게 맑은 날이 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뜻하지 않은 병으로 다리는 불편해졌지만 그렇다고 당신 자신이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요.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 “하지만 나는 영원한 불구자요. 그래도 나를 사랑하겠소?” “그럼 내가 지금까지 당신의 두 다리만을 사랑했나요?” 아내의 이 재치 있는 말에 루즈벨트는 용기를 얻었다. 그는 장애인의 몸으로 미국 대통령이 되어 경제공황을 뉴딜정책으로 극복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미국에 사는 한국인 부부가 있다. 남자는 32살, 야구선수. 재능은 있지만, 아직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상태였고, 팔꿈치 수술에 안 좋은 일만 가득한 상황. 게다가 아이까지 4식구나 됐다. 월급 100만원 수준의 같은 팀 세 선수가 함께 월세를 살 정도로 경제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결국 가족이 겪는 고통을 더는 볼 수 없었던 그는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 이제 한국에 돌아가자,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아.” 그러자 아내는 단호한 얼굴로 이렇게 응수한다. “나랑 애들 신경 쓰지 말고, 여기서 당신이 할거 해, 그리고 당신이 처음 가졌던 꿈을 이뤄! 여기에 꿈을 이루려고 온 거잖아? 당신에게 방해된다면, 우리가 한국 가면 돼. 당신은 절대 꿈을 포기하지마요!”

추신수 선수 얘기다. 최근 7년 동안 연봉 1370억원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며 주급으로 따지면 3억원이 넘는다. 당시 추신수의 아내는 건강도 안 좋은 상태였다. 한쪽 눈이 안 보이기 시작했고, 시력을 잃을 수도 있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꿈을 지지했고, 그가 꿈을 이룰 것이라 강력하게 믿었다. 그리고 그 믿음은 곧 현실이 되었다.

방 한 칸에서 생활해야 했던 추신수 가족들, 그녀는 남편이 잠을 깨지 않고 잘 수 있게 2시간마다 젖 달라고 우는 아기를 안고 아파트 복도로 나가 젖을 먹였다. 둘째 아이를 낳을 때는 남편이 원정 중이라 혼자 병원 가서 출산했다. 그리고 큰아이를 돌보기 위해 출산 다음 날 둘째 아기를 가랑이 사이에 끼고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을 위해서 스포츠 마사지사 자격증을 따서 만삭의 몸일 때도 남편을 위해 마사지를 해주었다.

그녀는 내조의 여왕이 아니라 믿음의 여왕이었다. 본질은 믿음과 사랑이다. 그러니까 상대의 열정을 제대로 쓸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상대가 아니라 바로 당신에게 있다. 열정이 피라면 믿음은 핏줄이다. 그리고 믿음은 열정을 흐르게 만들어 꿈을 이루게 만들어 주는 유일한 통로다. 실제로 아내의 믿음을 만나기 전까지 추신수는 열정만 가진 실패의 아이콘이었다고 한다.

아내의 믿음을 통해 추신수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진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아무리 좋은 의사도, 아무리 좋은 운동 시설도 최고의 선수를 만들 수 없다. 그만큼 사람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믿음이 빠진 기술은 껍데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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