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권의 훈훈한 세상] 성직자들의 ‘돈잔치’
최근 일반국민이 종교계를 걱정하는 단계에 이른 것 같다. 지난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검소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던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성직자들이 벌이는 돈의 향연(饗宴)은 안타깝기 그지 없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지식 중 한분인 송담 스님(88)이 평생 몸담았던 조계종을 떠나겠다는 탈종(脫宗) 선언을 해 불교계 내홍(內訌)이 깊어지고 있다. 송담 스님은 ‘남진제, 북송담’이라 불릴 정도로 대한민국 선불교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선승이다. 그가 왜 탈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걸까?
표면적인 이유는 종단에서 시행하고 있는 ‘법인등록법’에 대한 반발 때문으로 보인다. 조계종은 선학원을 비롯한 불교법인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유화를 막기 위해 지난 6월 중앙종회를 통해 ‘법인법’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이달 말까지 모든 법인이 종단에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이면에는 역시 재산싸움이라는 얘기가 지배적인 것 같다. 일부 언론은 “내막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행정과 돈 문제에 대한 갈등으로 상징성이 큰 선승이 탈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하는 스님들도 있다고 전했다.
어떤 목사님이 “목사님들!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는 글을 보내왔다. ‘피를 토하는 심경’으로 이 글을 쓴다고 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한국에서 성도 100명만 모이면 목사는 평생 편하게 먹고 산답니다. 300명 이상 모이면 장, 차관이 안 부럽다는 말이 나돕니다. 10여명을 성추행하고 축출당한 어떤 목사는 전별금으로 교회에서 13억을 받았답니다. 이 얼마나 날로 먹는 직업입니까? 설교준비하기 얼마나 힘든 줄 아냐고요? 뼈를 깎는 심정으로 준비한다고요? 하나님의 말씀 거저 준비하는 줄 아냐고요? 하나님의 기름 부은 종을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고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치열하게 사회생활 한번 해보십시오. 그러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한번 사회생활해 보시고 그런 얘기 하세요. 목사 당신들은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는 인성을 가지고 어느 누구를 하나님의 말씀으로 가르친단 말입니까? 카톨릭 신부님들이나 원불교 교무님들을 본받으세요. 신부님들은 먹여주고 재워주고 대부분 월급 60만원 이하랍니다. 그리고 교무님들은 월급이랄 것도 없는 용금(用金) 30만원 정도고요.
가족부양을 위해 월급 1000만원 2000만원이 필요합니까? 아이들 외국 유학 보내기 위해서 필요합니까? 노후를 위해 재산증식을 하려고 필요합니까? 설사 교회에서 2000만원 준다고 해도 거절 했어야지요. 월급을 1000만원 2000만원씩 타가는 목사가 어떻게 실직해서 갈 곳이 없어 노숙생활을 하는 사람의 아픔을, 청년 실업의 아픔을, 명퇴당한 실직자의 아픔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4년 전 영남에 있는 신학대학원 학생 700명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외부로 부터 철저히 고립된 지역이 있는데 그 곳에서 평생 사역을 해서 주민 모두를 전도해도 교인 수 최대 100명밖에 안 되는 곳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민 숫자가 100명밖에 안되기 때문입니다. 혹시 여기에 계신 분들 중에 나는 그 곳에 목회자로 갈 수 있다고 생각되시는 분은 손 좀 들어보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더니 700명 중에 몇 명이 손든 줄 아십니까? 단 2명이었습니다. 목사님들 정말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한국교회 당신들 때문에 무너집니다. 목사님들 가난하세요. 철저히 가난하세요.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물론 대다수의 훌륭하신 목사님과 제대로 예수님의 말씀을 전하는 교회도 많다. 기독교뿐 아니라 종교 일반의 얘기가 아닐까? 종교가 바로 서야 한다. ‘돈의 향연’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 결국 종교인들의 외면을 받아 교회는 문을 닫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교조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종교가 이 땅에 소금과 빛으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