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연의 사마천 한국견문록 24] 박근혜 대통령 ‘십상시’ 늘 경계하시길
‘국지장망 현인은 난신귀’와 간디의 7징조
[아시아엔=이석연 나라가 흥하려면 반드시 상서로운 조짐이 나타나는데 군자는 기용되고 소인배는 쫓겨난다. 나라가 망하려면 유능한 인재는 숨고 나라를 어지럽히는 자들이 귀한 몸이 된다. <초원왕세가>
변증법에 ‘양질전환量質轉換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일정한 양이 모이면 구조에 질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물이 끓어 100도에 이르게 되면 액체가 기체로 되는 것이 양질전환의 대표적인 예다. 그러한 전환은 사회학적으로도 적용이 된다. 한 사회의 모순이 하나둘 쌓여 일정 지점에 이르면 질적인 변화가 초래되는데, 흔히들 그것을 변혁 내지 혁명의 순간이라고 한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도 양질전환의 예라 할 수 있다. 빚이 하나 둘 쌓여 파산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듯 양질전환이라는 사태는 우리 삶의 곳곳에 적용이 되고 있다. 이럴 경우 ‘양’이란 어떤 사태가 일어날 조짐이며. ‘질’이란 그 사태의 결과다. 국가의 존망도 바로 그런 법칙에 의해 좌우되고 있음을 우리는 역사의 사례를 통해 누차 봐왔다.
중국의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가 쓴 <한비자>의 ‘망징亡徵’ 편은 나라가 망하려는 47개의 징조를 다루고 있다. 47개의 징조 중 여러 개가 누적이 된다면 나라가 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내용 중에 “임금이 신하들의 의견을 들을 때, 많은 벼슬아치들의 말을 증거로 참고하여 알아보지도 않고 오직 한 사람만을 밖으로 내보내 정보를 얻는 창구로 삼는다면 그 나라는 망한다”라는 것이 있다.
한비자의 말은 우리의 정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대통령이 자기 측근이나 여당의 말만 듣고 국정을 운영한다면 통치의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사심이나 당리당략을 떠나 폭넓게 인재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지도자의 대범함이 망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이다.
사마천은 <초원왕세가> 편말에서 “나라가 멸망하려면 어진 사람은 숨게 되고, 어지럽히는 신하들이 귀하게 된다.國之將亡 賢人隱 亂臣貴”고 했다. 이어 초나라 왕 유무가 신공을 벌하지 않았다면 어찌 죽음을 당할 수 있었겠느냐고 한탄을 하며, “나라의 안정과 위기는 어떤 정책을 내느냐에 달려있고安危在出令, 나라의 존망은 어떤 인재를 쓰느냐에 달려있다存亡在所任過”라고 한 것은 진실로 옳은 것이라고 했다. 정책과 인재의 중요성을 기막히게 표현한 <사기>의 대표적인 명언이다.
한비자는 ‘망징’에서 “새로 조정에 나온 신하가 높은 자리에 오른 반면 옛 신하들은 밀려나고, 어리석은 사람이 나랏일에 중용되는 반면 어진 선비는 드러나지 않고, 공적이 없는 사람은 귀하게 되는 반면 고생해 공로를 세운 사람은 천한 대우를 받는다. 이 때문에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고관대작을 원망하게 된다. 지위가 낮은 사람들이 원망하게 되면 그 나라는 망한다”고 했다.
군주의 바른 명령과 충신의 절개는 나라를 번영하게 하고, 군주의 헛된 명령과 간신의 아첨은 나라를 망하게 한다. 중국 후한 말 영제靈帝 때에 국정을 농락한 장량과 조충 등 열 명의 환관들을 ‘십상시十常侍’라고 한다. 영제는 이들의 횡포에 휘둘려 결국에는 나라까지 잃게 되는 지경을 초래했다. 영제는 장량을 아버지라 불렀으며, 조충을 어머니라 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2014년 말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 정국을 어수선하게 했었다. 이 사건에 대해 언론과 국민들은 청와대가 십상시의 손에 놀아났다며 현 정권의 폐쇄성을 꼬집어 비판했다. 정권의 폐쇄성에 의한 소통의 부재는 명령과 원칙이 바로 서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간디는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자들의 급속한 증가, 양심 없는 쾌락의 만연, 인격 없는 교육, 도덕심 없는 경제, 인간성을 상실한 과학, 희생을 모르는 종교’를 나라가 망하려는 7가지 징조라고 했다. 간디가 말한 7가지 징조 중 우리의 현실과는 상관없다고 할 만한 내용이 있을까? 이 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원칙 없는 정치’다. 말로는 원칙을 내세우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제일 큰 병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