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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기자협회(Asia Journalist Association, AJA) 언론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간한 온라인 뉴스플랫폼 ‘아시아엔’은 올 한해 아시아 주요 공동체와 각 국가들을 관통한 주요 이슈들을 조명합니다. – 편집자
[아시아엔=하비브 토우미 아시아엔 영어판 편집장, 바레인] 걸프협력회의(GCC)는 2025년의 시작과 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각각 지난 봄에 열린 GCC-미국 정상회의와 12월 열린 제46차 GCC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GCC와의 협력 관계를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글로벌 외교·무역·안보 등의 핵심 분야에서 GCC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였다.
지난 12월 3~4일 바레인에서 열린 GCC 정상회의 당시 멜로니 총리는 “걸프 국가들이 블록을 넘어 글로벌 전략을 주도하는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GCC가 중동 정세 안정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으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정부기관과 투자자들이 걸프를 주목하고 있으며, 중동도 문화·경제·외교의 허브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멜로니 총리는 유럽과 GCC의 협력을 강조하며 “걸프 지역이 지역공동체의 정의를 새롭게 써내려 가고 있다”며 “유럽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장기적인 관계를 쌓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지정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걸프와 지중해의 교차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협력 강화와 지역 안정을 통한 장기적인 발전을 제도화하기 위해 ‘걸프-지중해 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의 핵심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이다. 그녀는 “인도, 중동, 유럽의 주요 항만 도시를 연결함으로써 미국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인프라 프로젝트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경제회랑 이니셔티브는 참여국가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GCC는 외교무대에서도 단순한 후견인을 넘어서 적극적인 주체자로 나서고 있다. GCC 지도자들은 가자지구, 시리아, 레바논, 수단 등지의 정세 안정, 긴장 억제, 해상로 확보, 무장세력 대처까지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GCC의 경제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GCC는 역내 안정을 통한 경제 다각화와 글로벌 에너지 전환을 중시하고 있다.

온갖 풍파 버텨낸 지역공동체, 대등한 관계의 파트너십 모색
1981년 GCC 창설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로 구성된 GCC는 아랍세계의 가장 오래된 동맹으로 자리 잡았다. 전쟁, 외교 단교, 대규모 경제 충격 등을 겪어왔지만, 조직의 결속력은 더욱 굳건해 졌다.
바레인에서 열린 제46차 GCC 정상회의는 아랍공동체가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하는 시기에 열렸다. 회원국들은 외세에 휘둘리기를 거부하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미래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발발한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역설적으로 역내 통합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GCC는 이를 위해 공동의 감시체계를 확대하고 방위 협력을 강화했으며, 역내 안보망의 범위를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넓혔다. GCC의 변두리에 머물던 지역들도 걸프 지역안보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GCC 국가들은 중앙집권적이면서도 간소화된 의사결정 체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관료제의 비효율성을 배제하며 개혁을 신속히 추진하는데 용이하다. 이에 더해 GCC가 개방적인 정책 기조를 강화하면서, 서구와 아시아 국가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멜로니 총리의 걸프–지중해 정상회의 제안과 IMEC 지지 선언은 걸프와의 전략적 협력을 제도화하려는 유럽의 의지가 담겨 있다. 걸프 역시 외부의 압력이 아닌 상호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파트너십을 추구하고 있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걸프는 추종자가 아닌, 대등한 관계의 파트너십을 원하고 있다.
걸프와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관계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GCC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아세안 국가들과 에너지와 인적 교류를 이어왔으나, 최근 들어 그 범위가 투자, 제조, 국방, 기술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 속에 경제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현실주의가 교차하면서 협력의 폭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
이 같은 관계의 핵심 동력은 전략적 이해관계다. 걸프는 아시아 국가들을 장기적인 안보와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GCC는 지난 20년간 현실주의에 입각한 대 아시아 전략을 수립해 왔으며, 실질적인 성과도 만들어 내고 있다.

뿌리 깊은 전통과 현대화 사이의 균형
GCC는 2026년에도 적극 외교를 통한 사회·경제 부문의 지속적인 발전을 꾀할 것으로 예상된다. GCC 회원국들은 뿌리 깊은 전통과 급속한 현대화 사이의 균형을 계속 모색함에 따라, 디지털 연결, 인공지능 생태계, 사이버 안보 협력, 스마트 인프라가 전략의 핵심 축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추세의 전환 속에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이하 UAE)가 걸프의 변혁을 주도하고 있다. 석유 중심 경제였던 두 나라가 혁신경제의 허브로 재편되면서 양국은 때로는 협력, 때로는 경쟁을 통해 인공지능, 청정 기술, 디지털 기반 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사우디의 ‘비전 2030’과 UAE의 ‘센테니얼 2071’은 자동화·첨단 과학에 기반한 다각화된 혁신 경제를 목표로 한다. 양국은 인공지능을 중심 축으로 삼아 STEM 교육, 연구기관 설립, 글로벌 파트너십 등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주도 하에 경제와 사회 부문의 개혁을 이끌어 내고 있다. 실제로 사우디는 사회 규범을 완화하면서 여성의 사회진출도 장려하고 있다. 이같은 사우디와 UAE의 대변혁은 걸프 지역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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