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슬라이드남아시아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6] 한숨 돌린 스리랑카, 인도·중국·걸프 줄타기와 국내 구조조정 간 ‘밸런스 게임’

* 이 기사는 아시아엔 다국어판 플랫폼을 통해 공유됩니다.

아시아기자협회(Asia Journalist Association, AJA) 언론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간한 온라인 뉴스플랫폼 ‘아시아엔’은 올 한해 아시아 주요 공동체와 각 국가들을 관통한 주요 이슈들을 조명합니다. – 편집자

[아시아엔=레오 니로샤 다르샨, 익스프레스뉴스 에디터]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이한 지 약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스리랑카는 불안정한 균형 속에서도 장기적인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해왔다.

스리랑카 국가 재건은 국내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도, 중국과 같은 인접국들이나 중동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확장금융펀드(EFF) 지원 아래 눈 앞의 위기는 다소 진정됐지만, 진전을 가로막는 위험요소들이 산재해 있다.

인도, 자금 지원 이어 대규모 인프라 투자 단행

스리랑카는 경제 위기 이래 역내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변모했다. IMF 구제금융을 위한 전제 조건인 외채 구조조정과 주요 채권국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했기 때문이다.

2022년 경제난이 불거질 당시, 인도는 매우 신속하고 전략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웃나라의 붕괴가 자국의 정치·안보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던 인도는 약 4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히 지원했다. 해당 지원에는 연료와 의약품 등 필수품 구입을 위한 신용라인, 통화스왑, 대출상환 유예 등이 포함돼 있었다.

인도의 지원은 국민들의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이뤄졌기에, 루피화와 필수품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인도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치는 스리랑카의 전략적인 입지를 강화하는데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 인도는 스리랑카 북부·동부 지방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물류 인프라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는데, 이는 중국에 대한 견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 같은 파트너십은 스리랑카의 단기 안정성 확보와 외부 충격에 대한 전략적 완충장치로 작용했다.

2025년 1월 15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을 국빈 방문한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 대통령(오른쪽)와 시진핑 국가 주석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신화사/연합뉴스>

최대 채권국 중국 딜레마

스리랑카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 입장에서는 부채 조정 과정이 민감하고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스리랑카의 회복을 지지하며 IMF에 보증을 제공했지만, 채무의 장기 연장과 대규모 삭감 등 구체적인 안은 여전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스리랑카는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유리한 구조조정 조건을 확보해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함반토타 항구 운영과 콜롬보 항만도시 개발 프로젝트에 부정적인 자국 내 정치권도 고려해야 한다.

걸프만 국가들, 지정학 아닌 고부가 사업 초점

카타르,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권의 잠재적 투자자들도 스리랑카 재건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인도와 중국이 지정학적 중요도와 부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걸프국가들은 에너지와 물류 등 고수익 사업 기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주요 해로에 위치해 있는 스리랑카의 입지와 재생에너지 잠재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걸프국들의 투자금은 액화천연가스(LNG) 인프라 개발, 에너지 믹스 다변화, 항만 현대화에 투입되고 있다.

스리랑카는 걸프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동아시아나 서구 자본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투자 기반을 다각화할 기회를 마련해 왔다. 특히 걸프국의 투자는 부채 구조조정과 관계없는 순수 외국인 직접투자(FDI)로, 스리랑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재정지출 삭감·구조조정으로 내부 불만 고조

이처럼 스리랑카가 외부의 자원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가 내부의 구조적 취약점도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IMF는 복지 등 국가의 재정지출을 줄이고 그 이상을 채무상환에 충당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IMF의 엄격한 개혁을 수용하면서 정치적 역풍과 사회적 불만을 잠재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현 정부는 재정흑자를 유지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하는 현 상황에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국영기업, 특히 스리랑카 항공, 실론석유공사(CPC), 실론전력청(CEB)의 막대한 손실도 국가 경제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IMF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비용 절감, 최종 매각 혹은 민관협력(PPP) 형태의 개혁을 진행해야 하지만 진척이 매우 느린 상태다. 노조와 정치권의 저항으로 민영화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혹여라도 개혁이 실패할 경우 그동안 투입된 재정지원이 매몰되고 개혁의 신뢰성이 훼손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IMF는 일반 국민들의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높은 세금, 공공요금 인상, 통화 가치 하락 등으로 생활비가 상승하고 가계의 재정이 압박받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완화세로 돌아섰지만, 실질적인 어려움은 여전하다. 생활물가에 대한 압박이 지속되는 한,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만연해 질 수 있다.

글로벌 원자재 시세 취약·외부 수입원 의존

스리랑카는 석유와 비료 등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에 매우 취약하기도 하다. 일례로 2022년 이후의 에너지 가격 급등과 정부의 잘못된 비료 정책이 농업 부문을 마비시키며 위기를 악화시켰다. 에너지 안보가 여전히 취약하며, 중동 등의 지정학적 불안으로 인한 원유 가격 상승은 수입 비용, 외환보유액, 인플레이션 등 다방면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관광과 해외 송금 등 외부 수입원에 대한 의존도 구조적 취약성을 심화시키고 있다. 최근 두 부문이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걸프나 서구권에서의 송금을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지역 안보 불안정은 관광업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다. 이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수출 및 수익 다변화와 타 부문의 FDI 증대가 필수적이다.

2025년 11월 말 스리랑카를 강타한 사이클론 ‘디우타’ <사진=신화사/연합뉴스>

섬나라이자 해양국가인 스리랑카는 기후 위험도 직면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사이클론 ‘디우타’는 섬의 인프라와 농업이 극단적 기상현상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불규칙한 재해가 반복될 경우 국가는 관련 인프라 예산 산출과 집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스리랑카는 이 같은 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들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스리랑카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 완전한 재건까지 갈 길이 멀다. 인도와 중국의 상충된 지정학적 이해관계를 원만히 조율하고, 걸프국가들로부터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구조개혁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긍정적인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국제사회도 스리랑카의 실패 사례가 단순히 한 국가를 넘어서 지역 안정과 글로벌 남반구의 부채 구조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계속)

관련 기사: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1] 새 식구 맞이한 아세안, 동상이몽 속에서도 합주는 계속된다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2] 말레이시아 안와르 총리, 중용 외교로 아세안 목소리 높여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3] 캄보디아 청년들, 조국의 위기에 적극 나서다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4] 위기의 연속선상에 선 파키스탄, 탈출구는 어디에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5] ‘독립 54주년’ 방글라데시의 지속가능한 미래, 올바른 거버넌스에 달렸다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6] 한숨 돌린 스리랑카, 인도·중국·걸프 줄타기와 국내 구조조정 간 ‘밸런스 게임’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7] ‘역설의 한 해’ 인도, 대외영향력 확대 속 정치·사회 균열 심화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8] ‘경제규모 세계 35위’ 신흥국 방글라데시의 변곡점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9] Z세대 봉기 이후 네팔, 2026년 3월 ‘총선’이 분수령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10] 중앙아시아 역내 통합, ‘에너지’로 수렴했다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11] 걸프협력회의, 지역공동체를 넘어 국제무대의 핵심으로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12] 생존의 기로에 선 레바논, 나쁘거나 혹은 더 나쁘거나
[2025 아시아 주요 이슈 13] 이란 청년들이 이끄는 조용한 변화

아시아엔 영어판 : From Political Changes to Economic Growth, from Wars to Disasters: Asia’s Defining Year 2025 (VI) – THE AsiaN
아시아엔 러시아어판 : От политических изменений к экономическому росту, от войн к катастрофам: определяющий 2025 год для Азии (VI) – Шри Ланка – THE AsiaN_Russian

레오 니로샤 다르샨(Leo Nirsha Darshan)

스리랑카 익스프레스 뉴스페이퍼 편집국장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본 광고는 Google 애드센스 자동 게재 광고이며, 본 사이트와는 무관합니다.
Back to top b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