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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 보도의 새 기준①] 공인은 어디까지 감수해야 하나

김재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권태상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학전문학술지 『저스티스』 2026년 8월호에 ‘공인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에 관한 판단기준’을 발표했다. 두 교수는 공인을 단순히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보도할 공익이 큰 사람’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자발성·공공성·유명성을 기준으로 보도 허용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시아엔은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이 충돌하는 현장에서 새로운 좌표를 제시한 이 논문의 주요 내용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김재형 서울대 교수·권태상 이화여대 교수,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에 관한 판단기준’ 발표
공인을 신분 아닌 ‘보도할 공익이 큰 사람’으로 재정의…자발성·공공성·유명성 기준 제시
2021~2023년 명예훼손 소송 승소율, 공인 39.8%·사인 51%…‘공인 보도준칙’도 제안

누가 ‘공인’인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고위공직자만 공인인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대기업 회장, 유명 유튜버도 공인인가. 공인의 배우자나 자녀, 연인은 어느 범위까지 언론보도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공인이 된 사람은 자신의 명예와 사생활이 공개되는 것을 어디까지 감수해야 할까.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는 중요하지만, ‘공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질병과 가족관계, 연애와 결혼생활까지 제한 없이 보도할 수 있는 것일까.

김재형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권태상 이화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처럼 오래됐지만 좀처럼 명쾌한 답을 찾지 못한 문제에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했다. 두 교수는 한국법학원이 발행하는 법학전문학술지 『저스티스』 2026년 8월호에 ‘공인 보도로 인한 인격권 침해에 관한 판단기준’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60쪽 분량의 이 논문은 공인 보도를 둘러싼 대법원 판례를 정리하고, 실제 언론 관련 판결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뒤, 공인의 정의와 보도 허용 범위를 구체화한 ‘공인 보도준칙’을 제안한다.

연구를 주도한 김재형 교수는 서울대 법대 교수로 대법관을 지냈으며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는 언론의 자유와 인격권의 충돌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 왔고, 관련 저서 『언론과 인격권』도 펴냈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와 권 교수가 2025년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기초로 수정·보완한 것이다.

논문의 출발점은 단순하다. 공인 보도는 언론의 핵심이지만, 정작 우리 법에는 ‘공인’이 누구인지 정한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공인이나 공적 인물은 명예훼손과 사생활 침해 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보도 대상자가 공인이면 일반인보다 언론의 비판과 검증을 더 넓게 받아들여야 한다. 반대로 사인이라면 명예와 사생활을 더욱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는 공인의 정의도, 공인 보도의 허용 범위도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법원 역시 사건마다 ‘공적 인물’, ‘전면적 공적 인물’, ‘제한적 공적 인물’ 등의 표현을 사용해 왔지만, 이들을 구분하는 일관된 기준은 제시하지 못했다. 같은 연예인이라도 어떤 사안에서는 공인이 되고 다른 사안에서는 사인처럼 보호받을 수 있다.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된 재산이나 청렴성은 널리 보도할 수 있지만, 질병이나 성생활처럼 내밀한 정보까지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교수는 이러한 혼란이 “공인이 어떤 사람이냐”는 신분 중심 질문에 지나치게 매달린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 대신 “왜 이 사람에 관한 보도를 일반인에 관한 보도보다 넓게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실질적 이유를 따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공인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라 ‘보도할 이익이 큰 사람’

논문이 제시한 공인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언론보도에서 사회적 지위, 역할이나 영향력을 고려하여 보도할 이익이 큰 사람.”

이 정의의 핵심은 공인을 하나의 고정된 신분으로 보지 않는 데 있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이라는 신분만으로 모든 사생활이 보도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고, 공직자가 아니라고 해서 공인이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대기업 회장, 언론인, 변호사, 의사, 사회운동가도 사회적 영향력과 활동 내용에 따라 공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한때 유명했던 사람이 오랜 기간 활동을 중단하고 평범한 사생활로 돌아갔다면 공인성이 약화되거나 사라질 수 있다.

두 교수는 공인 여부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발성·공공성·유명성을 제시한다. 유명성은 다시 ‘영향력’과 ‘대중의 관심’으로 나뉜다.

첫째는 자발성이다.
자발성이란 자신이 스스로 공적인 지위나 활동을 선택하거나, 대중에게 알려지는 활동에 참여해 공중의 주시와 비판을 받을 위험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 공직에 취임한 사람, 사회적 활동에 나선 전문가, 대중의 관심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는 어느 정도 비판과 검증을 감수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일반인보다 표현의 자유가 넓게 인정된다.

자발성은 공인의 인격권을 제한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다. 자신이 선택해 공적 영향력을 획득한 사람과 우연히 사건에 휘말려 알려진 사람을 똑같이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범죄나 재난의 피해자, 사고 관계자, 공직 후보자의 가족, 유명인의 배우자나 연인은 스스로 공적 인물이 되겠다고 선택한 사람이 아니다. 이들은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는 있지만, 자발성이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공인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둘째는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그 사람의 지위나 활동에 관한 정보를 국민이 아는 것이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경우를 뜻한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장관, 판검사 등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청렴성, 재산, 이해충돌 문제는 대표적인 공공성 영역이다.

공공기관 책임자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전문직 종사자도 업무와 관련해 국민의 판단과 감시를 받아야 한다. 언론사 역시 여론 형성과 권력 감시라는 공적 기능을 수행하므로 비판을 폭넓게 수용해야 한다.

공공성은 유명성보다 표현의 자유를 더 넓게 보장하는 근거가 된다. 유명인에 대한 보도가 대중의 흥미를 충족하는 성격을 갖는다면, 공직자에 대한 보도는 민주주의와 국민의 의사결정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유명성이다. 유명성은 단순히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왜 그 사람을 보도해야 하는지 다시 ‘영향력’과 ‘대중의 관심’으로 나눠 판단해야 한다.

유명인의 말과 행동이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면 이를 비판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가 사회적 의제에 영향을 주거나 상품 구매와 생활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한편 결혼이나 출산처럼 대중이 유명인에게 통상적인 관심을 갖는 사항도 일정한 범위에서는 보도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한 호기심을 충족한다는 이유만으로 내밀한 사생활까지 공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논문은 공공성과 유명성, 영향력과 대중의 관심이 여러 겹으로 중첩되고 그 정도가 강할수록 언론의 자유가 넓어진다고 설명한다. 다만 보도 허용 범위는 언제나 해당 기준과 관련된 사실에 한정된다.

고위공직자가 공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모든 행동이 공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재산 형성과 이해충돌 여부는 직무의 공정성 검증을 위해 보도할 수 있지만, 공적 역할과 무관한 개인적 휴식 장소나 내밀한 가족생활은 별도로 보호돼야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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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

아시아엔 기자, 전 한국기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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