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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아시아 주요 이슈 1] 새 식구 맞이한 아세안, 동상이몽 속에서도 합주는 계속된다

2025년 10월 27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제47회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조제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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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기자협회(Asia Journalist Association, AJA) 언론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창간한 온라인 뉴스플랫폼 ‘아시아엔’은 올 한해 아시아 주요 공동체와 각 국가들을 관통한 주요 이슈들을 조명합니다. – 편집자

[아시아엔=아이반 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전 선임기자] 2025년 10월 말 동티모르가 아세안(ASEAN)의 11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방대한 석유·가스 자원과 천혜의 항구를 갖춘 동티모르의 가입은 아세안에 새로운 원동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반면 초강대국 간의 경쟁 속에서 균형외교를 추구하고 있는 아세안에 새로운 역학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인구 141만명의 젊은 국가인 동티모르는 그레이터 선라이즈 유전, 트루바두르 유전 등 방대한 가스자원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들을 유치해 왔다. 국영기업인 티모르 갭도 호주와 일본의 기업들과 합작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프라 개발을 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동티모르는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과의 합작 프로젝트에는 원칙적으로는 동의할 것이다. 다만 동티모르는 중국을 미국의 라이벌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제안한 감시레이더 구축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남중국해 영해 <사진=신화사/연합뉴스>

‘중미 러브콜’ 동티모르, 아세안의 가교 자처

중국과 미국의 구애를 동시에 받고 있는 동티모르는 초강대국들과 아세안을 잇는 가교를 자처하고 있다. 조제 라모스 오르타 동티모르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어떤 형태로든 외교적 대화를 이어갈 것이며, 아세안이 그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고 여긴다.

조제 라모스 오르타 대통령은 아세안의 고질적인 골칫거리인 중국의 ‘9단선’ 주장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한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쉽사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주권을 동결해 전통적인 어업만 허용하고 남획을 중단시킨다면 서로 간의 충돌을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세안과 중국의 갈등은 그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다. 양자는 수십년에 걸쳐 남중국해 행동강령(COC)을 논의해 왔으나 합의에 도달하진 못했다. 올해의 순회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필리핀 보급선·어선이 연루된 스프래틀리 군도 분쟁 이후 중국 측에 행동강령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유로 국제사회는 차기 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이 어떻게 남중국해 문제를 다룰 것인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이 미국의 조약동맹국이지만, 아세안 전체의 관점에서 본다면 중립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필리핀은 대화를 통한 평화와 안정을 지향하며, 국제법을 준수해 안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2026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남중국해 행동강령(COC)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전쟁 속 각자도생 나선 아세안

2025년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과한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는 아세안의 연대를 시험에 들게 했다. 회원국들이 각각의 계산기를 두들기며 미국과의 개별 협상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해의 순회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트럼프를 국빈으로 초청하며 트럼프를 태국–캄보디아 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종식시킨 해결사로 치켜세웠다. 그 덕분인지 말레이시아는 미국과의 상호무역 관세율을 19%까지 낮추는데 성공했다. 미국-말레이시아 간 개별 협정에는 민감한 기술에 대한 미국의 통제와 중국을 포함한 제3국 제재를 준수하도록 강제하는 조함도 포함돼 있었다.

반면 중국은 미국 쪽으로 기울어진 말레이시아를 향해 우려를 표현했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또한 트럼프가 아세안 정상회의를 떠난 그 다음날 아세안-중국의 FTA를 보다 높은 수준으로 격상시키며 ‘외교적 균형’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아세안 정상회의 전후로 “아세안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가 미국은 여러 세대에 걸쳐 아세안의 강력한 우방이자 파트너가 될 것”이라 말하며 아세안의 친미 정서를 불러일으켰다.

아세안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또한 친미 기류에 편승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보잉 항공기 50대와 미국산 에너지·농산물을 구매하는 조건으로 상호 관세율 19%를 보장하는 무역 패키지 협상에 성공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왔다. 군 장성 출신인 그는 동남아시아 지도자 중 유일하게 10월 13일 이집트에서 열린 미국 주도의 가자 평화 정상회의에 초청됐으며, 향후 평화유지를 위해 인도네시아 인력 2만명을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인도네시아 역시 미국과의 협정에는 중국을 염두에 둔 ‘독소조항’을 제외시키며 패권 경쟁 속에서 나름의 균형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아세안 회원국 중 유일하게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기본 관세율이 10%에 불과하다.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과 100%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을 뒷받침할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 해군은 1990년 이래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싱가포르 창이 해군기지를 이용해 왔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어느 한쪽의 편도 들지 않는 중립을 지향해 왔으며, 국제사회의 안보와 경제 질서라는 대전제에 따라 행동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촉발한 무역 전쟁은 싱가포르로 하여금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그 일환이 지난 9월 싱가포르를 포함한 14개국이 체결한 미래 투자·무역 파트너십(Future of Investment and Trade Partnership, FIT Partnership) 협정이다.

경제 규모가 각기 다른 아세안 회원국들은 초강대국의 경쟁 국면에서 상이한 대응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집단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세안은 새 회원국 동티모르를 맞이하면서 ‘다양성 속의 통합’이라는 기조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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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반 림

싱가포르, 아시아기자협회 명예 회장, 아시아엔 아세안지역본부장, 전 스트레이트타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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