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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아이반 림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즈 전 선임기자] 전면전 직전까지 갔던 태국과 캄보디아가 극적인 휴전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공인가,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인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안와르 총리는 아세안 의장국으로서 회원국인 태국과 캄보디아의 중재에 나섰다. 안와르는 교전 닷새 만에 태국의 푸탐 웨차야차이 총리대행과 캄보디아의 훈 마넷 총리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뒤를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관세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며 양측이 대화에 나서도록 압박했다. 그 이후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아세안의 평화를 이끈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안와르가 주최한 푸트라자야 회담에 동석했던 중국 대사가 기여한 부분도 있다. 중국은 태국의 주요 교역국이자 캄보디아의 오랜 우호국으로 양국이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그 중심에 있는 안와르는 치적을 드러내는 대신 “아세안의 외교가 실질적인 성과를 거뒀다”며 다소 무미건조한 코멘트를 남겼다. 그는 아세안 의장국의 총리로서 양국이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도 한 발짝 물러나 협상할 수 있도록 중재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민족주의 정서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하고 절묘한 한 수였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과거에도 유사한 갈등을 겪었지만 근본적인 봉합에는 실패했었다. 태국이 양자 간의 협상을 주장한 반면 캄보디아는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ICJ는 과거 갈등의 씨앗이 됐던 힌두교 사원이 캄보디아의 영토라고 판결 내리며 양국의 감정에 불을 지핀 적이 있었다.
이번 사태에서 눈 여겨봐야 할 점은 직무가 정지된 패통탄 친나왓 현 태국 총리의 부친인 탁신 가문과 캄보디아 현 총리를 맡고 있는 훈 마넷의 부친인 훈센 가문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점이다. 오랜 세월 친분을 쌓아온 두 가문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내려 했으나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며 완전히 갈라선 모양새다.
평론가들은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가 아세안이라는 큰 틀 안에서 양국의 화해를 이끌어 냈다”며 안와르의 외교가 승리했다고 평가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노련한 정치인만이 이뤄낼 수 있었던 업적인 것은 분명하다.
아세안은 향후 휴전 이행을 감독하는 다국적 태스크포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아세안이 자력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정세 속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아세안 중심의 연대 강화에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아세안은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으며 회원국간의 이견도 드러나고 있으나, 대화를 통해 해결하고자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태국-캄보디아 휴전을 중재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던 아세안의 시선이 미얀마로 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세안은 2021년 군부 쿠데타를 일으켰던 미얀마 군정에게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5대 합의안 이행을 요구했으나 강제성이 없어 공수표에 그치고 말았다”며 제도적인 한계점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아세안 의장 안와르 이브라힘이 미얀마의 평화를 되돌릴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