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이틀 전 이 대통령은 취임 1년 기자회견에서 잠실 청년 시위에 대해 “국민 주권에 대한 존중이 말만 있었지 실제로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보면 정말 심각한 문제인 것”이라며 “내가 둔감해졌나, 주권 감수성이 부족한 게 아니었나 싶은 반성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지적하는 청년들에 대해서 참으로 귀하고 존경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틀 만에 이 대통령은 올림픽공원(올공)에서 경찰관과 시위 군중 간에 시비가 붙은 장면을 보도한 JTBC 영상을 공유하며 “잠실 시위 현장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고 말씀드린다”고 했다. 조만간 손보겠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나는 올림픽공원 집회가 시작된 지난 금요일(5일) 우연히 현장을 접했다. 그 뒤로 매일 관찰했다. 물론 전 과정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이 대통령의 ‘백주대낮의 욕설·감금·폭행’ 같은 SNS 발언은 가짜뉴스 혹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근거했거나, 아니면 경찰 투입 명분을 축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 발언이라고 본다. 경찰에게 올림픽공원 시위를 조만간 진압하라는 신호를 줬다고 볼 수도 있다.
일전에 썼지만, 기자 생활 38년 동안 나는 올림픽공원 청년들 시위만큼 모범적인 시위를 본 적이 없다.
이 대통령이 열거한 “경찰관을 향한 일부 시위대의 모욕과 조롱, 욕설”, “감금과 폭행까지 서슴지 않고”, “백주대낮에 버젓이 벌어지고”, “주변 시민들에 대한 비상식적인 폭력” 같은 장면은 가상의 꾸며낸 이야기이지 올림픽공원 청년들 시위의 실상이 아니다. 다만 봉쇄된 건물 안에 머물고 있는 선관위 직원들의 경우는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일부 보수 성향 논객과 인플루언서들까지 이 대통령이나 좌파 성향 매체에서 퍼뜨리는 가짜뉴스에 동조하고 있다. 아마 이들은 현장을 직접 와보지 않은 게 틀림없다. 그래서 올림픽공원을 ‘폭력과 욕설 난무’, ‘시민과 경찰·기자 폭행’, ‘극우 시위’, ‘부정선거 음모론자 준동’의 현장으로 살벌하게 묘사하고 있다. 자신의 정파적 이해관계 틀에 갇혀 그것을 바꾸는 것이 두려워 ‘팩트’에 눈감고 있는 것이다.
올공(올림픽공원) 시위 현장은 청년들 위주의 인파가 모여 반복적으로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구호만 계속 외치고 있을 뿐 전체 풍경은 평화롭다. 청년들은 자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할 줄 알고 있었다. 군중 심리에 휩쓸려서는 안 되고 빌미를 줄 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은 혼란과 무질서를 막기 위해 시위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핸드볼경기장(개표소) 건물 둘레 곳곳에 진열대를 설치해 생수와 간식, 의료품, 태극기, 종이 팻말 등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개인 독지가나 단체들은 시위를 응원한다며 교대로 무료 커피, 어묵, 라면, 떡볶이 등을 제공하는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더위에 지친 참가자들이 들어와 쉴 수 있도록 재미교포 단체가 지원한 대형 리무진 버스 4대도 세워져 있다.
올공 시위가 이 대통령의 주장대로 백주대낮에 감금과 폭행, 욕설이 난무한다면 어떻게 소풍 오듯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돗자리를 들고 오고, 유모차와 태극기로 꾸민 반려견과 함께 시위 현장에 올 수 있겠는가.
또 이 대통령의 주장처럼 시위대가 경찰관을 향해 조롱과 욕설, 감금과 폭행까지 한다면 제복 경찰들이 어떻게 시위 현장 속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겠는가. 어떻게 인파 속에 섞여 태극기를 흔들고 구호를 외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겠는가.
이 대통령이 공유한 JTBC 보도는 서울경찰청 제2기동단 경비과장 김모 경정이 9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 근거한 것이다. 그는 올림픽공원 시위 첫날(5일) 현장에서 무전기를 들고 있다가 시위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였던 경찰이다. 당시 시위대에 의해 조롱과 모욕을 받은 모양이다. 그런데 이날은 경찰이 기동대 1천여 명을 동원해 잠실2동 투표소에 들어가 농성 중이던 노인들을 끌어낸 뒤 투표함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개표소)으로 옮긴 바로 그날이었다. 당연히 시위 청년들은 흥분한 상태였다.
누군가 이 실랑이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중국 공안 체포’, ‘테무 경찰’, ‘위장 경찰’이라며 SNS에 퍼뜨렸던 것 같다. 그 경찰관에게는 마음의 상처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 하나의 장면은 해프닝이지, 올공 시위 전체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날 JTBC 기자는 봉쇄된 건물 창문을 통해 나오다가 선관위 직원으로 오인받아 시위 청년들에게 둘러싸여 곤욕을 치렀다. 공교롭게도 나는 그 광경을 직접 지켜봤다. 시위 청년들은 곧 자정 능력을 보였고, 시위 현장에서 가끔 발생할 수 있는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JTBC가 이를 폭력 행위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을 때 실소가 나왔다.
JTBC는 그 뒤로 올공 시위를 ‘극우 시위’, ‘부정선거 음모론자 집결’로 몰아가며 눈에 불을 켜고 흠집을 찾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의 꽃’인 참정권 훼손 문제를 제기한 청년들 시위의 본질은 보지 못한 채, 꼬투리를 잡을 해프닝을 ‘사냥’하기 위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친여권 성향 매체여서 그런 면도 있겠지만, 사감이 많이 작용한 것 같다. 저널리즘의 원칙에서 크게 벗어난 언론은 그 자체로 ‘사회적 흉기’다.
이렇게 생산된 왜곡된 뉴스를 이 대통령이 활용하고, 심지어 일부 보수 논객과 인플루언서들까지 자신의 정파적 이해에 갇혀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파가 많이 모이면 어느 구석에서는 시비와 잡음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시위 주류인 청년들과 무관하며, 전체 시위 풍경을 대표하는 모습도 아니다.
현장에 와서 보면 누구라도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