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윤재석의 시선] <오디세이아>와 성서, 기원전 8세기의 두 거대한 서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기원전 8세기 성서의 세계를 한 화면에 담은 이미지. 트로이 목마와 오디세우스의 항해, 고대 이스라엘의 성읍과 예언자들의 모습을 통해 비슷한 시대에 펼쳐진 두 거대한 서사의 시간을 교차시켰다. (AI 생성 이미지)

오디세이와 성서 연대의 절묘함

8월 5일 개봉해 단 열흘 만에 누적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블록버스터 <오디세이>를 봤다. 3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을 할애하는 대작답게 스펙터클했다.

고대 그리스 문학의 정수이자 서양 서사시의 비조(鼻祖)로 꼽히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Odyssey)>를 토대로 놀런 감독이 제작한 영화는, 알려진 대로 트로이아 전쟁이 끝난 후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10년간의 험난한 여정과 귀환 후 벌어지는 복수극을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압권 중 하나는 역시 거대한 목마로 ‘트로이아 전쟁’이 마무리되는 과정을 그린 장면. 오디세우스로 분한 맷 데이먼을 비롯한 그리스 군사들이 매복한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인 트로이아가 패망하는 과정을 회상 장면으로 재현했다.

영화의 또 다른 압권은 맷 데이먼이 스스로를 돛대에 묶어 고혹적인 미성의 세이렌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는 장면이었다. 스타벅스 로고의 모티브이기도 한 세이렌들이 바위 위에 군집(群集)으로 등장한 것도 이채로웠다.

개인적으로 눈길이 간 여성 배우는 주연인 페넬로페 역의 앤 해서웨이보다 오디세우스를 장시간 붙잡아두며 사랑을 보내는 오기기아 섬의 신비로운 바다 요정 칼립소 역의 샤를리즈 테론이었다. 애정 어린 눈길로 데이먼을 바라보는 테론의 연기가 한결 돋보였다.

영화는 걸인 행색으로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가 아내 페넬로페를 차지하려 궁전을 차지하고 있던 구혼자들의 시험, 즉 오디세우스의 활을 당겨 도끼의 구멍 사이로 화살을 통과시키는 시험에 참여하면서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유일하게 활을 제대로 당긴 오디세우스는 본래 모습을 드러내고, 아들 텔레마코스와 충직한 하인들과 함께 궁전 안의 구혼자들을 처단한다.

하지만 페넬로페는 그가 진짜 남편인지 의심하며 시험한다. 페넬로페가 “침대를 방 밖으로 옮기라”고 하자, 오디세우스는 “그 침대는 살아 있는 올리브나무를 기둥 삼아 직접 만든 것이라 누구도 옮길 수 없다”는 둘만의 비밀을 이야기함으로써 자신이 남편임을 확신시킨다.

결국 아내 페넬로페, 성장한 아들 텔레마코스와 재회하며 이타카에 다시 평화와 질서가 찾아오는 모습으로 긴 서사는 마무리된다.

그런데 영화 관람을 끝내고 돌아오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해봤다. “<오디세이아>가 쓰였을 당시 성서의 시대는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

그랬다. <오디세이아>가 성립한 것으로 보는 기원전 8세기 무렵은 성경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자 핵심적인 시대였다. 구약성경의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주요 선지자들의 활동이 이 시기에 집중돼 있었다.

우선 북이스라엘의 멸망을 들 수 있다. 솔로몬 왕 이후 남북으로 갈라졌던 분열왕국 가운데 북이스라엘이 당시 서아시아의 패권국이었던 앗수르(아시리아)에 기원전 722년 멸망한다.

이어 남유다 히스기야 왕의 개혁과 아시리아의 침공을 들 수 있다. 남유다의 종교개혁을 이끈 히스기야 왕 시절인 기원전 701년, 앗수르의 산헤립(센나케립) 왕이 유다를 침공해 예루살렘을 위협했으나 함락시키지는 못했다.

이 시기에는 주요 선지자들의 활동도 두드러진다. 일명 ‘문서 예언자의 시대’가 본격화된 때이기 때문이다. 선지자들의 메시지가 말에 그치지 않고 기록으로 전해져 성경의 예언서로 남게 된 시기다.

대표적 인물로 이사야를 들 수 있다. 그는 남유다에서 활동하며 심판과 구원을 선포했고, 그의 여러 예언은 기독교 전통에서 메시아에 관한 예언으로 읽혀왔다.

다음으로 호세아. 북이스라엘 말기, 하나님을 버린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과 회복을 전한 선지자다.

아모스 역시 눈길을 끄는 예언자로, 북이스라엘의 번영 속 불의와 사회적 불평등을 강력히 비판한 선지자다. 그런가 하면 미가는 남유다에서 활동하며 사회적 불의와 지도층의 부패를 질타했다. 특히 베들레헴에서 한 통치자가 나올 것이라는 그의 예언은 기독교 전통에서 메시아 탄생에 관한 예언으로 해석돼왔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가 형성되던 무렵, 이스라엘과 유다에서는 왕국의 흥망과 제국의 침공, 선지자들의 외침이 이어지고 있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인류의 기억에 남을 두 거대한 서사가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흥미롭다.

놀런 감독이 다음 작품으로 비슷한 시기의 성서 속 역사를 서사로 풀어내는 것도 기대해 봄직한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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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석

'조국 근대화의 주역들' 저자, 傳奇叟(이야기꾼), '국민일보' 논설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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