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았다 아니, 보아버리고 말았다 나는 만났다 아니, 만나버리고 말았다 나는 읽었다 아니,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나는 이제까지의 나를 ‘버리고’ 그 진리 앞에 응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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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모내기 밥’ 박노해
봄을 타는가보다 며칠째 입맛이 없다 문득 맛난 음식들이 떠오른다 내 인생에 가장 맛난 음식들은 유명한 맛자랑 요리집도 아니고 솜씨 좋은 울 엄니가 차려준 음식도 아니다
[오늘의 시] ‘들어라 스무 살에’ 박노해
반항아가 살지 않는 가슴은 젊음이 아니다 탐험가가 살지 않는 가슴은 젊음이 아니다 시인이 살지 않는 가슴은 젊음이 아니다 너는 지금 인류가 부러워하는 스무 살 청춘이다
[오늘의 시] ‘돌아온 소년’ 박노해
파리 꼬뮌이 무너진 1871년 5월 28일 지배 계급은 수도 탈환을 축하하며 잔인하게 노동자와 시민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소년 소녀들도 총을 들고 거리에서 싸우다 죽어갔다 열
[오늘의 시] ‘눈물 흐르는 지구의 골목길에서’ 박노해
나는 많은 길을 걸어왔다 내가 걷는 길은 태양보다 눈물이 더 많았다 아침부터 찬 비가 내린다 나에게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눈물방울 젊어서 먼저 생을 완주한 나의
[오늘의 시] ‘우리가 만나’ 박노해
처음 해보는 부모 노릇, 처음 해보는 아이 노릇, 모자라고 실수투성이인 우리가 만나 서로 가르치고 격려하고 채워주며 언젠가 이별이 오는 그날까지 이 지상에서 한 생을 동행하기를
[오늘의 시] ‘사랑이 그러네요’ 박노해
난 정직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드네요 난 현명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바보처럼 만드네요 난 당당한 사람이라 들었는데 사랑이 나를 초라하게 만드네요 난
[오늘의 시] ‘여행자’ 박노해
여행을 나서지 않는 이에게 세상은 한쪽만 읽은 두꺼운 책과 같아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기 밖의 먼 곳으로 여행을 가야 한다 나 자신마저 문득 낯설고
[오늘의 시] ‘꿈을 품은 사람아’ 박노해
꿈을 품은 사람아 시린 겨울 대지를 바라보자 꽃들은 훗날을 위해 언 땅속에 자신의 씨앗을 미리 묻어 놓았다 오늘 피어날 자신을 버리듯이 겨울 대지에 미리 묻어
[오늘의 시] ‘만년설산을 넘어’ 박노해
넘어도 넘어도 끝없는 만년설산의 길 춥고 희박한 공기 속에 난 그만 지쳤는데 이곳에서 태연히 살아가는 이가 있다 인생은 세상을 경험하는 것이지만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체험하는
[오늘의 시] ‘길을 보면’ 박노해
길을 보면 눈물이 난다 누군가 처음 걸었던 길 없는 길 여러 사람이 걷고 걸어 길이 된 길 그 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앞서 걷다 쓰러져간
[오늘의 시] ‘겨울 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오늘의 시] ‘둘러 싸이라’ 박노해 “속셈 없이 구하라 그리고”
“속셈 없이 구하라 그리고 그 응답에 둘러 싸이라” 건강함을 견지하라 그리고 그 기운에 둘러 싸이라 아름다움을 추구하라 그리고 그 빛에 둘러 싸이라 사랑에 투신하라 그리고
[오늘의 시] ‘같은 곳을 바라보며’ 박노해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거라지만 사랑은 함께 앞을 보며 걸어가요 서로 마주 보기만 하는 사랑은 바람이 제 마음대로 불어가듯 변덕스런 운명에 이끌리지만 서로 같은 곳을
[오늘의 시] ‘더 깊이’ 박노해
세계의 앞이 보이지 않고 가짜와 소음이 난무할 때 더 깊이 성찰할수록 더 멀리 내다볼 것이다 더 맑고 정직할수록 더 곧게 일어설 것이다 더 높이 집중할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