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내린 서리로 하얗게 웅크렸던 나무들이 푸른 빛으로 깨어나는 히말라야 고원의 아침 여명이 빛나는 흙마당을 깨끗이 쓸고 달콤한 짜이로 몸을 녹이며 기도를 바친다 오늘도 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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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다 다르다’ 박노해 “바코드가 이마에 새겨지는 시대···”
초등학교 일학년 산수 시간에 선생님은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은 나를 꼭 찝어 물으셨다 일 더하기 일은 몇이냐? 일 더하기 일은 하나지라! 나도 모르게 대답이
[오늘의 시] ‘나의 작은 것들아’ 박노해 “피라미들아 새뱅이들아”
나의 작은 것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산길에는 청설모만 날뛰는데 나의 작은 다람쥐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들꽃에는 말벌들만 설치는데 나의 작은 꿀벌들아 다 어디로 갔느냐 개울
[오늘의 시] ‘어머니가 그랬다’ 박노해 “남들 안 하려 해도 중헌 일 안 있것는가”
상고 야간부를 겨우 졸업하고 입사 면접에서 떨어지고 온 날 찬 셋방에서 가슴 졸이던 어머니가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그랬다 네가 네 돈 주고 사람 뽑으라면 명문대생
[오늘의 시] ‘봄이네요 봄’ 박노해 “간절한 자의 봄”
겨울은 등 뒤에서 슬금슬금 걸어왔지만 봄은 앞길에서 낮은 포복으로 찾아옵니다 하루아침에 봄이네요 겨울은 어깨 위에서 으슬으슬 내려왔지만 봄은 발밑에서 으쓱으쓱 밀어 옵니다 아래로부터 봄이네요 겨울은
[오늘의 시] ‘눈부신 삶의 깃발’ 박노해 “사랑의 투혼으로 빛나는 빨래들”
지상의 어디서나 소리 없이 나부끼는 빨래는 내겐 어떤 국기보다 빛나는 평화의 깃발이다 정직한 노동의 땀방울을 씻어내고 사나운 폭격의 핏방울을 씻어내고 고단한 마음의 얼룩까지 씻어내고 비록
[오늘의 시] ‘고난’ 박노해 “장하다 하지만 잊지 마라”
폭설이 내린 산을 오른다 척박한 비탈에서 온몸을 뒤틀어가며 치열한 균형으로 뿌리 박은 나무들이 저마다 한두 가지씩은 부러져 있는데 귀격으로 곧게 뻗어 오른 소나무 한 그루
[오늘의 시] ‘序 그 여자 앞에 무너져내리다’ 박노해
그 해 첫눈이 펑펑 내리던 밤 엉금엉금 기어가는 마지막 호송차는 만원이었지요 그 바람에 규정을 어기고 나는 그 여자 옆에 앉혀지게 되었습니다 눈송이 날리는 창 밖만을
[오늘의 시] ‘가득한 한심’ 박노해 “양지바른 무덤가에 누워”
오늘은 한심하게 지냈다 일도 하지 않고 책도 읽지 않고 마루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솔개가 나는 먼 산을 바라보고 봉숭아 곁에 쪼그려 앉아 토옥토옥 꽃씨가 터져 굴러가는
[오늘의 시] ‘살아서 돌아온 자’ 박노해 “거짓은 유통기한이 있다”
진실은 사과나무와 같아 진실이 무르익는 시간이 있다 눈보라와 불볕과 폭풍우를 다 뚫고 나온 강인한 진실만이 향기로운 사과알로 붉게 빛나니 그러니 다 맞아라 눈을 뜨고 견뎌내라
[오늘의 시] ‘하루’ 박노해 “감동하고 감사하고 감내하며”
여명은 생의 신비다 밤이 걸어오고 다시 태양이 밝아오면 오늘 하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짐을 진 발걸음은 무겁고 느리지만 이 삶의 무게에 사랑이 있고 희망이
[오늘의 시] 박노해 ‘오늘처럼만 사랑하자’···”작은 꽃씨처럼 가난할지라도”
오늘은 사랑 하나로 눈부신 날 오늘처럼만 사랑하자 검푸른 우주 어느 먼 곳에서 그대와 내 별의 입맞춤이 있어 떨리는 그 별빛 이제 여기 도착해 사랑의 입맞춤으로
[오늘의 시] ‘우울’ 박노해 “우울한 거리에서 우울한 마음으로”
우울한 거리에서 우울한 마음으로 유리창의 자화상을 본다 세상의 모든 우울이란 찬란한 비상의 기억을 품은 중력의 무거움 날자 우울이여 찬란한 추락의 날개로 우울을 뚫고
[오늘의 시] ‘가을볕이 너무 좋아’ 박노해 “가만히 나를 말린다”
[오늘의 시] ‘숨 쉬는 법’ 박노해 “해와 달과 바람으로 쉬어라”
숨을 가슴으로 쉬지 말고 단전으로 둥글게 쉬어라 숨을 얕게 쉬지 말고 발뒤꿈치로 깊이 쉬어라 숨을 공기로만 쉬지 말고 해와 달과 바람으로 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