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들과 칠순맞이 일본 여행 중이던 지난 15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오전에 여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야마구치현을 향하고 있었다. 비에 젖어 흐려진 버스의 창 밖으로
Author: 엄상익
[엄상익 칼럼] 빨간쟈켓에 백구두 신은 수행자
고희기념 여행 중 한 친구가 전화를 받고 이런 말을 했다. “고교동기인 그 친구가 이번에 한전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말이 도는데 확인해 달라고 하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17] “12.12는 군사반란이었을까?”
당시 보안사 중령 이학봉의 증언 1979년 12월 12일 나는 수도군단 사령부의 법무장교였다. 박정희대통령 시해 이후 서울지역 군 내부의 분위기가 면도날같이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보안사령관과 수경사령관이 감정적으로도
“‘할아버지와 고등어’ 작가 서현완 가이드, 정을병과 강태기를 소환해주다”
2023년 6월 중순, 고희 기념여행을 떠난 우리들 여섯쌍의 부부들은 모지항의 고쿠라성 아래 마을 길을 걷고 있었다. 여행 안내자 서현완씨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말했다. “성 아래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16] 전두환 심복 이학봉의 고백①
청문회 답변준비팀에서 나는 이학봉 의원을 만났다. 그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심복 부하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한 후 합수부 수사국장으로 김대중의 구속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⑮] ‘김대중 내란사건’ 관련 정치공작?
잠시 들어가 보았던 정보기관은 외눈박이였던 내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을 뜨게 해 주었다. 거기 보이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역사라고나 할까. 그걸 보면서 사회에 대한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⑭] 수사기관의 ‘고문’과 ‘변호사 저널리즘’
27년 전 스산한 바람이 부는 봄날 서울구치소의 냉기 서린 접견실에서였다. 누런 홋겹 죄수복을 입은 남자가 물었다. “변호사는 사회정의와 인권옹호를 위해 일한다고 하는데 인권옹호인 변론은 알겠는데
[엄상익의 촌철] 어느 스타강사의 고백
“대학도 전문대도 다 떨어졌어요” 화면에 눈이 부리부리하고 윤곽이 뚜렷한 미남이 나타났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이 대학은 물론 전문대학 시험에 떨어진 걸 고백했다. 그는 자살을
[엄상익의 시선] 칠순기념 여행, 닷사이 술잔을 부딪치며
여섯쌍의 친구부부와 함께 칠순기념 여행을 하고 있다. 일본의 시골인 야마구치현 하기시의 온천장에 와 있다. 중고교시절부터 지금까지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여섯명의 친구다. 50년 이상 곰삭은 우정을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⑬]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정보기관의 조직원 자격을 얻은 것은 적나라한 역사의 본질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기도 했다.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고 김대중내란음모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다.
[엄상익 칼럼] 묵호항서 만난 50대 “인생 나누며 사는 거죠”
저녁 무렵 아내가 게가 먹고 싶다고 했다. 묵호항 근처의 어시장안 게를 쪄서 파는 식당들을 돌아봤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장소였다. 새로 인테리어를 한 듯한 깨끗한 식당
[엄상익 칼럼] 노숙인 차림 목사와 ‘선한 사마리아인’
작은 교회 앞이었다. 비가 뿌리고 있었다. 노숙자 한 사람이 교회 입구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정물같이 앉아 있었다. 굵은 빗방울이 그의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⑪] 자격미달 판검사들 비리는 어떻게?
어항 속 금붕어 같은 법조인 정보기관은 하나의 거대한 언론사 같았다. 정보관들은 아침에 회의가 끝나면 정보를 수집하러 나갔다가 오후가 되면 돌아와 보고서를 썼다. 데스크를 보는 사람이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⑫] ‘노랑신문’과 ‘존안자료’
청와대의 한 비서관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선거캠프에 있다가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왔을 때 참 막연한 심정이었어요. 정책을 기안할 자료도 없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막연했죠.
[엄상익의 촌철] 실버타운 ‘노인 왕따’
2년이란 시간이 흐르니까 내가 묵는 실버타운의 은밀한 속살이 보이는 것 같다. 어제 90대의 노인 부부가 내게 하소연을 해왔다. 80대쯤인 부인이 분노가 가득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