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실버타운에 있으니까 노인들의 살아가는 여러 형태가 눈에 들어온다. 해가 어스름하게 질 무렵 실버타운의 마당을 산책할 때였다. 그곳에 주차해 있는 카니발의 앞에서 전직 중학교
Author: 엄상익
[엄상익 칼럼] 좋은 사람, 나쁜 사람 구분법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이 있을까? 감옥에 들어갔던 한 소설가의 이런 얘기가 떠오른다. “같은 감방에 폭력범이 있었는데 얼마나 거친 지 몰라요. 그런데 이
[엄상익의 시선] 누군가의 간절한 소원들
어려서부터 소아마비인 친구가 있다. 가난했던 대학 시절 그는 버스비가 없어 목발을 짚고 일곱 정거장을 걸어 다녔다. 그는 나이 칠십이 되니까 하루가 다르게 남은 다리의 힘이
[엄상익의 시선] 기억마저 아스라이···”엄마, 엄마, 엄마”
80대의 친척 아저씨가 카톡으로 글을 보내왔다. 우렁이 새끼들은 제 어미의 살을 파먹으며 크는데 어미 우렁이는 한 점의 살도 남김없이 새끼들에게 다 주고 빈껍데기만 흐르는 물길
[엄상익 칼럼] “일흔살 ‘나’, 좀더 정직해 아무 후회 없이 죽었으면”
삶에서 여러 고비가 있었다. 17살때 재벌집 아들의 칼에 얼굴을 맞아 마흔 바늘 정도 꿰맨 적이 있었다. 칼이 목의 경동맥을 끊었으면 죽을 뻔했다. 재벌 집은 돈으로
[엄상익 칼럼] ‘삼성가의 손자’와 이병철, 그리고 스티브 잡스
삼성가 이병철 회장의 손자라는 사람이 찾아온 적이 있다. 이병철 회장의 맏아들과 당시 황진이라는 역을 맡았던 여배우 사이에서 난 자식이었다. 이병철 회장은 그 여배우와 아이를 미국에
[엄상익 칼럼] ’50억클럽’과 ‘참회한 악마’ 오헤어 변호사 부자
언론에 ‘50억 클럽’이란 말이 떠돈다. 거액의 댓가를 받는 변호사들을 말한다. 변호사에게 거액의 돈은 어떤 때 들어올까? 정의로운 일을 했을 때 받는 돈일까? 내가 아는 한
[엄상익 칼럼] 노인 냄새
고교 동창들과 칠순맞이 일본 여행 중이던 지난 15일,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오전에 여관에서 나와 버스를 타고 야마구치현을 향하고 있었다. 비에 젖어 흐려진 버스의 창 밖으로
[엄상익 칼럼] 빨간쟈켓에 백구두 신은 수행자
고희기념 여행 중 한 친구가 전화를 받고 이런 말을 했다. “고교동기인 그 친구가 이번에 한전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말이 도는데 확인해 달라고 하네.”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17] “12.12는 군사반란이었을까?”
당시 보안사 중령 이학봉의 증언 1979년 12월 12일 나는 수도군단 사령부의 법무장교였다. 박정희대통령 시해 이후 서울지역 군 내부의 분위기가 면도날같이 날카로운 느낌이었다. 보안사령관과 수경사령관이 감정적으로도
“‘할아버지와 고등어’ 작가 서현완 가이드, 정을병과 강태기를 소환해주다”
2023년 6월 중순, 고희 기념여행을 떠난 우리들 여섯쌍의 부부들은 모지항의 고쿠라성 아래 마을 길을 걷고 있었다. 여행 안내자 서현완씨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말했다. “성 아래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16] 전두환 심복 이학봉의 고백①
청문회 답변준비팀에서 나는 이학봉 의원을 만났다. 그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심복 부하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당한 후 합수부 수사국장으로 김대중의 구속을 주도한 인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⑮] ‘김대중 내란사건’ 관련 정치공작?
잠시 들어가 보았던 정보기관은 외눈박이였던 내게 세상을 보는 또 다른 눈을 뜨게 해 주었다. 거기 보이는 것은 드러나지 않은 역사라고나 할까. 그걸 보면서 사회에 대한
[엄상익의 정보기관 변론⑭] 수사기관의 ‘고문’과 ‘변호사 저널리즘’
27년 전 스산한 바람이 부는 봄날 서울구치소의 냉기 서린 접견실에서였다. 누런 홋겹 죄수복을 입은 남자가 물었다. “변호사는 사회정의와 인권옹호를 위해 일한다고 하는데 인권옹호인 변론은 알겠는데
[엄상익의 촌철] 어느 스타강사의 고백
“대학도 전문대도 다 떨어졌어요” 화면에 눈이 부리부리하고 윤곽이 뚜렷한 미남이 나타났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신이 대학은 물론 전문대학 시험에 떨어진 걸 고백했다. 그는 자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