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나는 말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깊은 침묵을 좋아한다 나는 빛나는 승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의미 있는 실패를 좋아한다 나는 새로운
Author: 박노해
[오늘의 시] ‘그래도 이렇게’ 박노해
붉게 물든 낙엽을 밟으며 내일이면 흰 서리를 밟을 것을 생각하지만 그 뒤에 눈길이 올 것을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미소 지으며 걷는 것은 지금 나에게는
[오늘의 시] ’11월 마음의 기척’ 박노해
흙 마당 잡초를 뽑듯 말을 솎는다 가을 마당 낙엽을 쓸듯 상념을 쓴다 마당가 꽃을 가꾸듯 고독을 가꾼다 흰 서리 아침 마당에 시린 국화 향기 첫눈이
[오늘의 시] ‘양들의 사령관’ 박노해
에티오피아의 9살 소녀 수잔나는 맨발에 둘라 하나로 고원을 지휘하는 듯 포스 넘치는 양들의 사령관이다 수잔나, 네 양들이 몇 마리니? 글쎄요. 아마 50마리쯤… 학교를 다니지 못해
[오늘의 시] ‘지독한 사랑’ 박노해
막다른 길에서 생의 끝 길에서 사람은 두 갈래다 스스로 무너지거나 스스로 독해지거나 죽음 앞에 세워질수록 나는 독해져왔다 아 나는 무수한 독화살을 맞은 자 치명적인 독을
[오늘의 시] ‘괘종시계’ 박노해
안데스 고원의 원주민 부족은 여명이 밝아오면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 동쪽을 향해 절을 하며 기도를 한다 파차마마여, 오늘도 태양을 보내주소서 너무 오래 구름이 끼고 알파까가 병들고
[오늘의 시] ‘좋은 날은 지나갔다’ 박노해
봄 가을이 짧아지고 있다 좋은 날은 너무 빨리 사라지고 있다 봄을 떠밀어가며 너무 빨리 덮쳐오는 여름 무더위처럼 가을의 등을 타고 너무 빨리 엄습하는 겨울 한파처럼
[오늘의 시] ‘단 두 가지’ 박노해
모든 집안에서의 가르침은 단 두 가지 모든 철학과 조언은 단 두 가지 살아남아라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양심을 저버리지 마라 인간의 도리는 저버리지 마라 두 개의 길
[오늘의 시] ‘가을은 짧아서’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오늘의 시] ‘두려워 마라’ 박노해
두려워 마라 아무것도 두려워 마라 실패도 상처도 죽음마저도 실패는 나를 새롭게 하는 것 버릴 건 버리고 나 자신이 되는 것 상처는 나를 강하게 하는 것
[오늘의 시] ‘한가위 배구 잔치’ 박노해
추석이 다가오면 마을에선 돼지 세 마리를 잡았다 우린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지켜보다 돼지 오줌보를 받아 입 바람을 불어 넣고 축구를 하느라 날이 저문 줄도 몰랐다 누나들은
[오늘의 시] ‘그로부터 영원히’ 박노해
조금만 조금만 더 머물러줘 가만히 가만히 눈 맞춰줘 온전히 온전히 함께 있어줘 그 순간, 시간이 멈추고 영원이 흐르고 그로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영원히 잊히지 않는
[오늘의 시] ‘인간은’ 박노해
인간은 세계를 이해하는 만큼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 인간은 자신을 성찰하는 만큼 세상의 실상을 바로 보게 된다 인간은 고귀한 것을 알아보는 만큼 자기 안의 고귀함을
[오늘의 시] ‘옥수수처럼 자랐으면 좋겠다’ 박노해
봄비를 맞으며 옥수수를 심었다 알을 품은 비둘기랑 꿩들이 반쯤은 파먹고 그래도 옥수수 여린 싹은 보란 듯이 돋았다 6월의 태양과 비를 먹은 옥수수가 돌아서면 자라더니 7월이
[오늘의 시] ‘진공 상태’ 박노해
여름날 아흐레쯤 집을 비웠더니 밭에도 흙마당에도 풀이 가득하다 풀을 뽑다 돌아보니 어느새 풀이 돋아난다 여름에는 풀이 나는 게 아니라 풀이 쳐들어온다 빈 공간을 사정없이 침투하고